차분함의 공격성

입력 2013-03-18 02:17 수정 2013-03-18 09:29
주식투자에서 공격적으로 위험을 감내하는 사람들은 어떤 유형일까요? 대부분 도박을 좋아하고, 중독에 쉽게 빠지는 자극추구성향이 높은 사람을 떠올립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통해 주로 얻을 수 있는 보상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선택을 통해 입을 손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보상에 대해 기대를 하고 그 목표를 향해 움직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도파민입니다. "원함"을 이끌어내는 작용을 합니다.

반면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어 차분해 보이는 사람은 그리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학술지 PLOS One에 소개된 논문 "세로토닌 유전형, 신경증, 재무적 선택(Serotonergic Genotypes, Neuroticism, and Financial Choices)"에 따르면 이들의 투자 역시 공격적입니다.

그 이유는 불안감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험을 회피하는 이유는 그 위험에 대한 불안감 때문입니다. 신경증적인 성격은 위험에 민감해서 쉽게 불안해합니다. 그러니 투자를 할 때도 손실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따라서 이 불안감이 잘 조절된다면 투자에서 위험을 감내하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을 겁니다. 불안감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 물질이 세로토닌입니다.

이 논문의 연구진은 세로토닌과 관계된 유전형과 재무적 투자 성향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세로토닌 운송 유전자(5-HTTLPR)의 유형과 투자의 공격성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습니다. 예를 들어, 1천만원이 생겼을 때, 그 돈을 주식에 투자할 지, 아니면 은행 예금에 현금성 자산으로 묻어둘지 질문했을 때, 세로토닌 분비를 왕성하게 하는 유형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공격적으로 투자(주식 투자)하겟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위험 민감도를 통해 매개됐습니다. 즉, 세로토닌 유전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신경증 성향이 낮았고(즉, 손실가능성에 따른 불안감이 낮았고), 이 낮은 불안감이 공격적 투자로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공격적인 투자로 이끄는 요소는 다양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위험을 감내하는 공격적인 의사결정은  자극추구나 흥분 등과 같은 특성으로 이해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차분함을 통해서도 공격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유전자와 행동 사이의 관계에서 주의할 점은, 둘 사이의 상관성을 통해 유전자가 단독으로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유전자는 환경 등 다양한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행동에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세로토닌 분비를 왕성하게 하는 유형의 유전자가 있다고 늘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평균적으로 그럴 확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요즘은 개미도 똑똑해졌다고는 하지만, 개인투자가의 주식 투자 성적은 초라합니다. 삼성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가들은 손실에 대한 불안감과 대박에 대한 기대감으로 잦은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손실을 키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뜻 이 분석에 모순되는 표현이 있습니다. 손실에 대한 불안감이 있으면 대박에 대한 기대감이 적어야 하고, 반대로 대박에 대한 기대감이 크면 손실에 대한 불안감이 적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대와 불안의 심리를 자세히 보면, 기대감과 불안감이 왜 함께 다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투자에서의 기대감은 곧 의사결정에서 위험 감수입니다. 그런데, 위험을 감수하는 의사결정에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도파민형입니다. 도파민은 무엇인가를 원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욕망을 일으키는데 관여합니다. 먹고싶은

욕망, 성관계하고 싶은 욕망, 권력을 갖고 싶은 욕망 등은 모두 도파민의 작용을 통해 이뤄집니다.

주식투자에서 큰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과 대박의 기대감 역시 도파민의 작용입니다. 도파민은 얻을 수 있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손실가능성에 대해서는 주의를 돌리지 않도록 합니다. 도파민의 작용을 통한 위험감수는 돈을 크게 벌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기분이

한껏 좋아져, 이로 인한 손실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데서 오는 의사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유종목에서 이익이 나면, 그 이익 실현의 단맛을 바로 보기 위해 팔아치우고, 언론지면에 주식으로 큰 돈벌었다는 뉴스를 보고 흥분해, 한껏 오른 주식에 덩달아 투자하는 등의 행태가 바로 도파민형 의사결정입니다.

위험감내의 또 다른 유형은 세로토닌형입니다. 세로토닌은 조절의 신경전달물질입니다. 무엇인가에 대해 한껏 흥분했을 때, 혹은 불안에

떨때 적당한 수준으로 조절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이 조절의 세로토닌이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데 관여합니다. 손실가능성에

따른 불안감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입니다.

도파민형과 세로토닌형은 둘다 위험을 감내하는 의사결정을 하지만,

그 기제는 다릅니다. 도파민형은 손실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아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고, 세로토닌형은 손실가능성을 염두에

두되, 그에 따른 불안감을 조절하기에 공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주식투자의 성패는 조절능력에

달려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주식투자에는 분명히 공격적인 의사결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위험을 감내하는 의사결정이 손실가능성에 따른

불안을 극복한 것인지, 아니면 손실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못했기 때문인지는 잘 따져봐야 합니다. 후자라면 주식투자보다는 은행예금이

낫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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