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올리기 전에....

입력 2013-03-09 13:12 수정 2013-03-09 13:35
흡연은 건강에 해롭습니다. 흡연을 줄이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데 토달 사람은 없습니다. 담뱃값의 대폭 인상이 흡연율을 떨어뜨리는데 효과적이란 수단이라는데도 대부분 동의합니다. 다만, 그 정도를 두고 이견이 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뱃값 인상에 대해 마음이 불편한 사람이 꽤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 흡연자입니다. 한국에서 남성 흡연율이 40%, 여성은 6%정도 된다고 합니다. 흡연자의 절반이 담뱃값 인상을 반대한다고 하니, 이 사람들의 표가 꽤나 큰 영향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담뱃값의 정치학"이란 기사를 보니, 담뱃값 인상한 다음에는 여당이 선거에서 졌다고 하는군요.

담뱃값 인상에 대한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공감대는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까요? 정부가 진정으로 흡연을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다각도로 보여 주어야 합니다. 흡연율 감소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의 노력만 하다가, 갑자기, "내" 주머니를 털어가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하니 반발이 일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사람은 "의도"에 대단히 민감합니다. 인간의 뇌가 큰 것고, 인간이 고도의 지적인 능력을 갖게 된 것도 모두 다른 사람의 "의도"파악에 머리를 쓴 결과입니다.

흡연을 잡기 위한 다른 노력은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데, 갑자기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합니다. 여기서 보이는 의도가 무엇이겠습니까? "나"의 진정성이야 국민의 건강을 위해 흡연율을 줄이겠다는 것이라고 하지만, "남"에게 보이는 의도가 중요합니다. "돈이 필요한데, 담뱃값 인상이 그럴듯해 보인다" 이런 식으로 해석되지 않을까요?

흡연을 줄이기 위한 노력으로 돈 안들이고, 오히려 돈을 절약하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담배 광고를 묘비광고(tombstone)로만 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입니다. 묘비에 검정색 글자만 적혀 있듯, 담배 광고도 담배에 관한 기본적인 정보만 문자로 적어 광고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담배상품에 브랜드자산을 구축하는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즉, 담배와 관련 긍정적 이미지 형성을 위한 광고 및 마케팅 행위를 금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담배를 마약류로 지정하는 것입니다. 담배가 무슨 마약이야 하겠지만, 마약 맞습니다. 마약중에서도 꽤 독한 마약에 속합니다. 아래 표는 학술지 랫싯(Lancet)에 369권 9566호에 "잠재적 오용 마약의 위해를 측정하기 위한 합리적인 척도 개발(Development of a rational scale to assess the harm of drugs of potential misuse)"이란 제목으로 2007년에 실린 논문의 표입니다.

붉은 색 막대로 표시된 마약은 A급으로 분류돼 가장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습니다. 길이가 길수록 해로운 종류입니다. 파란색은 마약으로 분류돼 있지 않은 종류입니다. (영국 기준). 담배는 A급으로 분류된 4-MTA, LSD, 엑스타시보다 더 해롭습니다. B급으로 분류된 암페타민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담배를 마약으로 지정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이고, 흡연을 잡겠다는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진정성을 보여주면서 담뱃값을 올린다고 해야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겠죠.

사실,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게 된 것은 사회문화적 상황의 영향이 큽니다. 어쩌다가 젊은 시절 담배란 놈에게 코를 꿰였는데, 끊고 싶어도 끊지 못해 피우고 있는데, 여기에 돈을 더 내며 피라고 하니, 화가 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담배를 피우도록 하는 상황의 형성에 정부가 전혀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시행해야 할 정책을 시행하지 않고 있으니까요.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은 담배광고를 묘비광고 형태로 제한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담배상품의 브랜드자산 구축행위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가장 확실한 정책은 담배의 마약류 지정이고요. 담뱃값 인상은 그 다음에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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