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두근 두근, 그건 사랑 맞아!

입력 2013-03-08 21:44 수정 2013-03-08 21:48
과학보도는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간단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과학보도에는 오류가 없을 수 없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 보도된 "뇌의 착각…이성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려?"와 한겨레에 보도된 "심장이 두근두근~ 그런데 사랑이 아니라고?"는 과학보도의 어려움과 오류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한국경제는 "사람들은 대개 이성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면 이를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뇌의 착각 때문이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고, 한겨레는 "네가 수종이란 녀석을 좋아해서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심장이 뛰니까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거라고"라고 했습니다.

둘다 틀렸습니다. 이성을 보고 심장이 두근거리면, 이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심장이 두근거림을 통해 내가 사랑하고 있음을 지각하는 것입니다.

보통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심장이 두근거리니까  사랑한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을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몸을 통해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기분이 좋아서 웃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웃기 때문에 내가 기분이 좋은 것이라고 지각하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체화된 인지가 정립돼 있지만, 초기에는 무엇이 먼저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습니다. 과연 사랑한다고 생각하니까 심장이 뛰는 것인지, 반대로 심장이 뛰니까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어는 것이 더 타당한 설명인지를 두고 입증할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나온 연구방법이 오귀인(misattribution)입니다. 원인을 잘못추론하도록 한것입니다. 만일 심장이 뛰니까 사랑한다고 느낀다면, 그 심장소리가 누구의 것이든, 비록 내 심장은 뛰지 않더라고 나의 심장이 뛴다고 착각하면(즉, 오귀인하면) 사랑한다고 생각해야 할것입니다. 만일, 사랑한다고 생각하기에 심장이 뛰는 것이라면, 오귀인현상이 나타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오귀인 현상은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냈습니다. 아찔하게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게 한다거나, 운동을 하게 한다거나, 녹음된 심장소리를 들여준다거나, 심지어 각성제인 에피네프린을 투여하기도 했습니다. 모두 눈앞의 상대와는 무관하게 심장이 뛰도록 하거나, 심장이 뛴다고 오인하도록 한것이지요. 이때 사람들의 대상에 대한 판단은 극화됐습니다. 긍정적인 경우에는 더 긍정적으로, 부정적인 경우에는 더 부정적으로 말입니다. (따라서, 심장이 두근거린다고 무조건 사랑으로 여기는게 아니라, 맥락속에서 사랑으로 지각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겨레신문이 전한 연구는 바로 그러한 수많은 오귀인에 대한 연구 중 하나입니다. "자, 보시오. 다른 사람의 심장소리를 들려 주었는데도 사람들이 착각하지 않소. 그러니, 사랑한다고 생각해서 심장이 뛰는게 아니라, 심장이 뛰는 것을 통해 사랑한다고 지각하는 것이요"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기자들이 오해를 했습니다. 오귀인현상을 통해 체화인지를 입증하는 것인데, 오귀인 자체에 매몰돼 연구의 본래 목적을 보지 못한 것이죠.

이성을 보고 심장이 마구 마구 뛰는데, 이를 두고 착각이라고 지나치지 말기 바랍니다. 뇌의 착각이 아닙니다. 우리는 몸의 반응을 통해 세상을 지각합니다.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이라고 하지만, 생각보다 느낌이 먼저입니다. 인간은 느끼는 동물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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