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랍박스(Dropbox)의 공동 창업자인 드류 휴스턴 (사진 출처: Bloomberg)

스타트업은 궁극적으로 사업가가 발견한 가치를 제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유저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수익을 올리는 구조를 지닌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타트업을 시작하여 자신의 아이디어의 시장성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완성된 제품이 꼭 있어야 한다고 착각한다. 실제로는 완성된 제품 없이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느 정도로 가치를 지니는지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

완성된 제품 없이 아이디어 검증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바로 ‘드랍박스’이다. 파일 공유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널리 알려진 이 기업은 2018년 3월 나스닥에 상장했고 현재 시가총액은 121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이 정도로 성공한 스타트업인 드랍박스가 처음에 완전하지 않은 상태로 유저들에게 자신들의 아이디어 검증을 위해 공개되었다고 하면 믿겠는가?

드랍박스의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드류 휴스턴 (Drew Houston)은 MIT 학생시절에 USB 메모리를 자주 잊어버리곤 했다. 그는 본인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인터넷 파일 공유 서비스를 만들기로 한다. 미국의 유명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와이 콤비네이터에서 운영하는 해커 뉴스 (Hacker News)게시판을 보면 2007년에 휴스턴이 드랍박스에 관해 남긴 글이 있다.

한 유저가 휴스턴에게 “드랍박스가 너의 첫 번째 스타트업 아이디어였냐?”라고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 당시 6-7개의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이들 모두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단계였다. 그런 단계에서 몇몇 아이디어가 이미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고 있는 것을 보며 실망하기도 했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느꼈던 USB 메모리와 관련된 불편함에 대해서 누구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고, 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것이 내가 당시에 운영하던 회사보다 더 가능성이 커 보여서 드랍박스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위의 대답에서 드러나듯이 휴스턴은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면서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그가 판단하기에 드랍박스에 관한 아이디어 자체는 획기적이었으나 이 아이디어를 실제로 구현해내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받는 과정이 최소 몇 년은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 때문에 그는 이러한 비용 모두를 짊어지는 것은 너무나 큰 낭비라고 생각했다. 대안적으로 그는 드랍박스의 작동방식을 설명하는 4분짜리 비디오를 만들어 미국의 커뮤니티 웹싸이트인 Digg, 해커뉴스등에 공개하는 방식을 통해 아이디어의 효용성을 테스트한다.
이 짧은 비디오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드랍박스 대기자 명단은 단 하루 만에 5천 명에서 7만 5천 명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휴스턴은 대기자 명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보며 제품에 대한 잠재적 고객들의 강한 수요가 존재함을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자신의 아이디어가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다.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한 벤쳐캐피탈인 세콰이어 캐피탈(Sequoia Capital), 그레이락 파트너스(Greylock Partners) 등에서 투자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현재 전 세계 180여 개국에서 5억 명 이상이 이용하는 매우 큰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런 경험에 근거해 휴스턴은 “내가 배운 스타트업 레슨들 (Startup Lessons Learned)”이라는 주제로 만든 파워포인트에서 세 가지 포인트를 강조한다.
첫째, 스타트업의 가장 큰 리스크는 고객이 원하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
둘째, 제품을 출시 못 하는 것은 괴롭지만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것은 더 치명적이다.
셋째, 고객에게 꼭 소프트웨어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지 (이미지, 글, 데모 비디오 등) 제품을 전달하고 최대한 빨리 피드백을 받아라.

그가 강조한 포인트에서 엿볼 수 있듯이 휴스턴은 어린 나이에 스타트업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본인의 아이디어를 완제품 개발 없이 테스트해보며 성공 가능성을 파악하였다. 만약 휴스턴이 그가 택한 방식과 다르게 제품이 완성된 이후에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고객들에게 공개하였다면 아마 지금의 드랍박스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지금 현재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예비 창업자라면 완제품 개발에만 매달리지 말고 휴스턴처럼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리 아이디어의 성공 가능성을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김경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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