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현상의 교훈

입력 2013-03-01 10:25 수정 2013-03-01 10:55
자 아래 의자를 보세요. 잠시 후 한 남자가 앉을 겁니다. (동적 gif파일이니 다운받아서 보세요.)


어떤가요?
이상하게 앉았지요!
의자모양을 살짝 틀어서 보이는 각도를 조절했기 때문에, 불가능한 현상이 일어난 것처럼 보인것입니다. 시각적으로 착각을 일으킨다고 해서 착시라고 하는데, 저는 시각환상이란 표현을 더 좋아합니다. 시각환상이란 단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세상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 비친 환상임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잘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현상은 오류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인류가 세상을 해석하는 능력의 근원이기도 합니다.

아래 소녀의 눈을 보세요. 좌우의 눈동자 색이 약간 다릅니다. 왼쪽 눈이 조금 더 붉게 보입니다. 하지만, 배경인 붉은색을 없애고 보면, 똑같은 회색임을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대상이라도 맥락에 따라 어떻게 달리해석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런 감각의 환상은 시각, 청각, 촉각 등 인간의 감각에만 해당하는게 아니라, 언어의 해석에도 나타납니다. 언론과 정치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틀짓기(framing)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같은 현상이라고, 어떻게 표현하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집니다.  낙태에 대한 표현을 "친생명적" 혹은 "친선택적"으로 할 때 전달되는 느낌이 전혀 다릅니다.

점령군 대 해방군, 불법이주민 대 미등록 이주민, 고문 대 극한적 취조, 상속세 대 사망세, 조세경감 대 감세, 경기침체 대 마이너스 성장, 무상급식 대 세금급식 등 이런 사례는 많습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기독교교회협희외(WCC)총회를 앞두고 한국교회에 해묵은 논쟁이 튀어나왔다고 합니다.(관련뉴스). 문제는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가 채택한 공동선언문(△종교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애 등 반대 △개종 및 전도 금지주의 반대 △성경 66권의 무오류성 인정)입니다. 앞의 3개항은 한국사회의 큰 과제인 통합에 반하는 항목입니다. 이 3개항을 그대로 실천할 경우,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는 종교적 분란이 끊이지 않게 될겁니다. 또한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과의 문제도 생길 것이고요.

제가 이 글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성경무오류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성경무오류성 그 자체는 종교적 신앙고백이기 때문에, 앞의 3개항목보다는 사회적 문제가 덜합니다. 문제는 성경무오류성을 내세우면서, 실은 해석 무오류성, 번역무오류성을 주장한다는데 있습니다. (일부 개신교단이 성경을 기계적으로 해석해 여성은 목사와 장로 안수를 받지 못하도록 한게 대표적입니다.)

시각환상에서 나타나듯,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우리 두뇌의 해석의 결과이지, 세상 그 자체는 아닙니다. 즉, 성경 자체에는 오류가 없다고 할수 있지만, 성경의 해석과 번역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까지 피할수는 없습니다.

예들 들어, 요한복음 1장 1절의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도대체 무슨 뜻일까요? 이 구절의 해석 하나만으로도 책 한권은 쓸 수 있을 정도로 그 해석의 여지가 많습니다. 그 해석의 다양성은 다른 언어로 쓰인 성경을 보면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영어성경에는 "the Word"라고 표현했습니다. 반면 중국어 성경에는 "太初有道"라고 해서, 말씀에 해당하는 표현이 道입니다. 말씀과 도는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중국어, 영어, 한국어 성경이 번역한 그리스어를 보면, 다를게 없습니다. 언어와 이치라는 뜻이 함께 들어 있는 그리스어 "로고스"를 번역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미국교회의 영향을 받아, 로고스를 "the Word"란 표현을 참고해 번역한 것입니다.

(기독교 발생지가 그리스가 아닌 까닭에, 그리스어인 '로고스'도 분명 번역과정을 거쳤을 터인데, 로고스란 그리스어가 원래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말씀 言"을 사용하지 않고 "길 道"를 쓴 중국어성경은 오류라고 할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요. 성경은 무오류인데, 번역본에 따라 오류가 있고 없고가 차이가 생기니 말입니다.

성경 자체에는 오류가 없다고 할수 있겠지만, 해석과 번역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국개신교계가 다원성과 상대성을 받아 들여, 종교내 그리고 종교간 갈등이 크게 줄기를 바랍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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