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말에 일어난 IT혁명은 연결의 시대를 열었지만, 아직까지 신뢰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으로 연결의 범위는 비약적으로 확대되는데 반해 사회적 신뢰도는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불신은 필연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동반하기에 불신사회는 사회적 자본의 낭비로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블록체인의 활용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향후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초연결사회란 캐나다 사회과학자인 아나벨 퀴안-하세가 처음 정의한 용어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사회에서 상호 소통이 다차원적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초연결사회에서는 인간대 인간은 물론, 기기와 사물 같은 무생물 객체와도 상호 소통을 통해 새로운 가치 창출이 가능해진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긴밀하게 연결되는 초연결사회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냉장고가 스스로 부족한 식료품을 주문하고 결제하며, 그것을 드론이 배달해주는 세상을 상상해 볼 수 있다.

네트워크가 그물망처럼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사회에서는 이에 맞는 거래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만약 거래의 핵심인 결제가 제3기관의 인증 시스템에 의존해야한다면 초연결사회는 허울뿐인 껍데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거래는 곧 신뢰를 의미하는데, 이는 앞서 말했듯 인터넷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였고 풀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신뢰를 대신할 마땅한 대체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물리적 그리고 제도적 경계가 없는 가상화폐는 중앙은행 대신 블록체인 기술로 신뢰를 보증하기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은 투자자산이라는 인식이 더 크지만, 가상화폐를 지급결제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국내에선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이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원더페이’와의 연동을 통해 결제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뿐만 아니라 호텔예약 플랫폼 ‘여기어때’ 운영사인 위드이노베이션과 손잡고 가상화폐를 이용한 숙박비 결제 서비스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컴퍼니 빌더 체인파트너스도 지난 평창올림픽에서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 ‘코인덕’을 선보인 바 있다. 코인덕은 이더리움 기반 모바일 결제 앱으로 결제 즉시 거래 여부를 딥러닝 기술로 판별해 정상 결제로 예상되는 거래를 선승인 처리한다.

'위키노믹스'의 저자이자 미국의 미래학자인 돈 탭스콧 박사는 초연결 시대에는 어떤 나라나 기업도 독자적으로 성공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협업, 투명성, 공유, 권력 분산을 통한 개방만이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제고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인 블록체인의 모토와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다. 가상화폐 열풍이 단순한 우연은 아닌 듯하다.

가상화폐의 가격이 오를지 혹은 미래의 화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기하급수를 머릿속에 그리지도 못하는 인간이 어떻게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신 가상화폐의 등장은 우리에게 화폐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주었다. 우리는 지금 가상화폐 존립을 논할 것이 아니라, 경제와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이 어디서 나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러면 인류는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임재민 오버노드 CMO

이유환 칼럼니스트를 대신해 3주에 걸쳐 임재민 오버노드 CMO의 '가상화폐의 본질'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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