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도 배운다.

입력 2012-12-04 13:00 수정 2012-12-06 09:29
크고 작은 아이들이 함께 섞여 지내는 보육원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선생님은 아이들 한명 한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틈이 없습니다. 장난감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어른들 눈에는 귀여워 보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 장난감을 갖고 노냐 아니냐는 당장 내 손에 쥐어져 있냐, 아니냐에 달려 있습니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다음에'는 없습니다. 지금 쥘 수 있는 만큼 꼭 쥐고 놓지 말아야 합니다.

이렇게 경쟁적인 환경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자제력은 어떨까요?  학술지 인지(Cognition)에

게재예정인 "합리적인 한 입: 어린 아이들의 마시맬로 과제에 대한 의사결정은 환경안정성에 대한 믿음에 의해

조절된다(Rational snacking: Young children’s decision-making on the

marshmallow task is moderated by beliefs about environmental reliability)"는 제목의 연구에 따르면, 자제력이 떨어집니다.

어린 시기의 자제력은 나중에 성장했을 때의 능력과 삶의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유명한 마시멜로 검증에서 달콤한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기 위해 20분을 기다렸던 아이들과 지금 당장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먹어치웠던 아이들의 미래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그 20분을 참은 아이들은 대학입학 성적이 좋았을 뿐 아니라, 성년이 돼 마약 등 위험행동을 하는 경우도 현저하게 적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의 자제력은 타고난 것일까요, 학습되는 것일까요? 둘 다입니다. 타고난 부분도 있지만, 학습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위 연구는 자제력도 배울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아이들을 2개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한쪽은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했고, 다른 한쪽은 불안정한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안정적인 환경에 있는 아이들은 약속한 보상을 약속대로 제공받았습니다. 반면, 불안정한 환경의 아이들은 약속한 보상을 약속대로 제공받지 못했습니다. 예를 들어, 그림 그리는 과제에서 더 좋은 그림도구를 주겠다고 했는데, 그게 다 떨어져서 없다고 햇습니다.

그리고, 마시멜로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안정적인 환경의 아이들은 평균 12분을 참았는데, 불안정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은 평균 4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대단히 이성적인 의사결정을 한 것입니다. 지금 주어진 것을 잡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을것이 분명해 보이는 상황에서 만족의 유예는 있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제력을 학습하는게 아니라, 반대로 충동성을 학습하게 된다는데 있습니다.

장난감과 간식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보육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자제력을 학습할 기회를 잃고, 오히려 충동을 학습하게 될수 있는 것이지요,

영유아 교육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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