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학은 과학인가, 아닌가?

입력 2012-12-02 23:00 수정 2014-09-02 08:49
올해 초 미국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은 정치과학연구에 대한 지원금을 삭감하는 수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합니다. 정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사회가 취할 이득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군요. 워싱턴 포스트의 논설위원인 찰스 레인은 한술 더 떠, 정치뿐 아니라, 사회과학 전 분야의 지원을 끊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가관입니다.

수학, 공학, "경성(hard)"과학에 대한 국가의 자금지원은 적절한데, 가설을 검증할 수 있고, 재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이외의 분야, 특히 정치학이나 심리학은 자연과학 수준의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가치판단이나 정치성향에 좌우되기 때문이라네요. 사회현상과 관련된 가설은 실험으로 검증할 수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사회는 실험실이 아니라면서 말입니다.

어떻게 이토록 무식한 주장이 워싱턴포스트같은 미국을 대표하는 언론에 실릴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하긴 싸이언스2.0이란 과학전문 매체 설립자인 행크 캠벨조차 심리학은 과학이 아니라고 주장하니 사회과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습니다.

자연과학만 과학이라는 주장에는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을까요? 사람의 행동을 연구하면 사회과학이고, 물질을 연구하면 자연과학이 아니겠냐고요?

외로움에 대한 연구는 명백하게 사람의 행동에 대한 연구입니다. 존 카치오포와 같은 사회심리학자의 주요 연구주제입니다. 그런데, 카치오포의 외로움에 대한 연구는 유전학자 및 신경과학자들과의 밀접한 협력하에 이뤄지고 있습니다. 유전자나 신경세포가 자연과학의 연구대상이란 점에는 이의 없으실겁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통합적인 접근은 꽤 오랜 전통입니다. 1970년대 미디어심리학자인 돌프 질만은 세포수준의 변화와 행동수준의 변화를 통합한 흥분전이이론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디어 소비(행동수준)가 홀몬의 변화(세포 수준)에 영향을 주고, 다시 이 홀몬의 변화 때문에 , 미디어 소비자가 사소한 자극에도 공격성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나의 이론에 세포와 행동의 변화가 녹아들어있는 사례입니다. 그리고 이 이론은 실험을 통해 검증했고, 여러 차례 재연됐습니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다양합니다. 태양광을 가용한 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이나, 보다 빨리 안전하게 이동하는 기술,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 등은 우리의 삶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사회적 갈등과 적대적 대립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 역시 중요합니다. 어쩌면 질병을 치료하는 기술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인류의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지만, 인간의 심리에 대한 이해는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합니다. 과거 인류는 적대행위를 통해 서로를 살상할 수 있는 능력이 수백만명 규모에 불과했습니다. 지금은 수십억명 단위로 증가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역설적으로 인류의 생존자체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류가 하루빨리 갈등과 적대적 대립을 해결하는 능력을 터득하지 않을 경우, 자멸로 이어질수도 있습니다. 사회과학 연구가 생각보다 절실한 까닭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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