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멍청해지고 있을까?

입력 2012-11-25 13:45 수정 2012-11-26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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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으로 탐구한 지식은 진리라고 할 수 있다" (1) 맞다 (2) 틀리다

혹시 1번이라고 답하셨다면 아주 잘못 알고 계신겁니다. 과학적으로 탐구한 지식이라고 해서 진리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만일, 과학적 탐구의 결과가 진리라면, 과학적 탐구의 결과끼리 상충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나, 과학에는 수많은 논쟁이 있고, 서로 반대되는 논리에 대해 나름대로의 경험적 근거(empirical evidence)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과학적 탐구의 장점은 제시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데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과학적 주장에는 오류가능성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그 주장의 오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함께 제시돼야 하고요. 오류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기에 지식의 발전이 체계적으로 이뤄질수 있는 것이지요.

한 과학자가 인류의 지적 능력은 점점 쇠퇴하고 있다는 과학적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학술지 유전학 동향(Trends in Getetics)에 게재 예정인 "우리의 취약한 지성(Our fragile intellect)"이란 제목의 논문을 통해서입니다. 1부와 2부로 나뉜 논문입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의과대학 베컴센터에 있는 제럴드 크랩트리 교수가 발표했습니다. 크랩드리 교수 홈페이지를 보면 유전학에 중요한 연구를 많이 남긴 분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크랩트리는 유전학 분야에서 권위있는 과학자입니다.

유전학계의 권위있는 과학자가 인류의 지성에 대해 상당히 충격적인 주장을 제시한 것이지요. 그래서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습니다. 국내언론에도 소개됐고요. 물론 과학적 근거가 있습니다. 인류의 지성에 작용하는 유전자가 2000-5000개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유전자들은 안정적인 네트워크라기 보다는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고 하네요. 즉, 수천개의 유전자 중에서 소수의 유전자만 변이가 일어나도 지적능력의 쇠퇴로 이어진다는 것이지요. 이 내용은 "우리의 취약한 지성: 1부(Our fragile intellect: part 1)"에 실린 내용입니다.

그런데, 크랩트리 교수는 유전학의 연구성과를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의 논문 2부에서 대단히 과감한 주장으로 나갑니다. 인류의 지능은 유전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인류가 농경사회로 진입한 이후 지능이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수렵채집사회에서는 한 개인이 다뤄야 할 정보의 양이 많기 때문에(즉, 자연선택의 압력이 크기 때문에), 지능을 쇠퇴하게 만드는 유전자 변이가 걸러지지만, 생존의 부담이 확연하게 줄어든 농경사회에서는 지능을 쇠퇴하게 만드는 유전자 변이가 걸러지지 않는다는 주장입니다. 자연환경의 위협에 취약한 수렵민보다 농경민이 머리를 쓸 일이 줄었다는 것이지요.

이런 논리를 기반으로 크랩트리 교수는 논문 1부의 서론을 이렇게 시작합니다. "기원전 1천년에 살았던 아테네의 평범한 시민이 현시대에 나타난다면, 그는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 가장 똑똑하고 지적일 것이고, 기억력도 비상하고, 아이디어도 풍부하며, 중요한 쟁점에 대해 명확한 견해를 갖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정서적으로 아주 안정돼 있을 것이다."

크랩트리 교수의 주장은 과학적입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틀렸습니다. 하지만 그의 주장은 과학적이기에 왜 틀렸는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습니다.

크랩트리 교수의 결정적인 오류는 지적 능력 진화의 자연선택의 압력이 수렵-채집 사회에 최고조를 이뤘다가, 인류의 사회규모가 커지고, 분업이 발생하면서 줄어들었다고 봤습니다. 이 부분이 크랩트리 교수의 결정적인 오류입니다.  인류의 지적 능력의 진화과정에 발생하는 자연선택의 압력은 농경사회, 산업사회로 이어지면서 더욱 더 증가했습니다.

맹자께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라고 하셨듯, 인간에게 가낭 힘든 일은 인간과의 관계이지 자연과의 관계는 아닙니다.

인류의 지적 능력 진화에 대한 가장 유력한 설명인 사회뇌 가설에 따르면, 인간에게 가장 힘든 지적과제는 사냥이나 채집이 아니라 다른 인간과의 관계입니다. 이는 직장생활 해보신 분이면 아주 절절하게 느끼실 겁니다. 업무와 인간관계 중 어느 것이 가장 힘드냐고 질문한다면, 누구나 주저없이 인간관계라고 하지, 업무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신입사원이라면, 업무라고 답할수도 있겠지요.

인간관계의 복잡성은 사회규모와 승수적으로 비례합니다. 50명의 인간관계와 150명의 인간관계의 복잡성은 단지 3배로 증가하는게 아닙니다. 30배, 300배는 더 복잡해 집니다. 인류가 다른 동물에 비해 커다란 뇌를 갖고 있고, 고도의 지능을 발달시킨 이유가 바로 생존을 위해 커다란 무리를 이루는 전략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수렵-채집의 인지부하가 가장 도전적이라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난 지적 존재는 인류보다 훌륭한 사냥꾼인 호랑이나 사자이어야겠지요. 그리고, 아직도 수렵생활을 하는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의 수렵민 피그미족의 지능이 가장 높아야할것이고요.

크랩트리 교수가 논문에서 스스로 "비록 나의 전문분야는 아니지만(although not my area of expertise)"이라고 밝혔듯 그는 유전학자이지 심리학자나 인류학자는 아닙니다. 물론 자연과학 전공자라고 해서 사회과학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융합의 시대에 자연과학자가 사회과학 주제를 다루고, 사회과학자가 자연과학 성과를 이용하는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융합연구의 논문을 발표하려면,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분야에 이뤄진 연구성과를 함께 공부해야 합니다. 지적 능력의 쇠퇴에 대한 주장을 하려면, 최소한 지적능력의 기원에 대한 가장 유력한 이론인 사회뇌 가설에 대한 논문을 최소한 1편이라고 읽어 봤어야지요.

기원전 1천년의 아테네 시민이 현 시대에 나타난다면, 그는 현대사회의 속도와 지식의 양에 압도돼  하루종일 "잠깐만" "천천히" "한번만 더" "그게 뭐였지"만 반복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 온다면 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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