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암호화폐, 가상화폐

집단이 협력할 수 있는 범위가 국가에서 세계로 커진 데에는 ‘화폐’의 역할이 컸다. 화폐는 거의 모든 문화적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신뢰 시스템이다. 그러나 사회적 신뢰가 클수록 그 신뢰를 잃었을 때의 후폭풍은 감당하기 힘들다.

화폐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인류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체제에서 물질적 풍요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잇따른 경제정책의 실패로 중앙기관에 대한 불만은 커져갔고, 특히 2008년 금융위기로 높아진 경제와 중앙은행에 대한 불신은 가상화폐(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낳았다.

비트코인의 탄생 및 열풍의 이면에는 여러 요인들이 깔려 있지만, 비트코인의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는 비트코인의 핵심으로 ‘탈중앙화’를 꼽았다. 탈중앙화된 화폐의 발행은 국가와 중앙은행, 즉 전통적인 권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행위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비트코인이 실현된 첫 번째 사례다.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도 이중지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화폐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 근대사회에 들어서면서 화폐의 지급보증을 전담하는 중앙은행이 구성원들 간의 신뢰를 대신하게 되었는데, 이 신뢰가 무너졌을 경우 그 사회의 구성원이 치러야 할 대가는 매우 크다.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 등의 사례를 보면 중앙은행에 의한 발권의 남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나카모토가 ‘탈중앙화’를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신뢰가 무너질 여지를 주느니 무신뢰성(Trustless)으로 안정성이 보장받는 사회를 주장했고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이념을 실현시켰다. 비트코인의 기반이 되는 ‘신뢰의 기술’ 블록체인은 분산 장부와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기록물의 신뢰를 제공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신뢰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정보를 P2P 네트워크에 분산시켜 구성원들이 공동으로 기록·관리함으로써 투명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의 활용 가능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제조 및 유통부문에서도 블록체인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듯이 블록체인에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효율성을 희생해서 신뢰를 얻는 구조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중앙화된 네트워크보다 비효율적이다. 그 결과 가상화폐는 탈중앙화를 추구하는데 반해 가상화폐 거래소는 중앙 집중적인 형태를 띠는 매우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향후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효율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탈중앙화 거래소도 차츰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왕정 정치나 독재정치가 가장 능률적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민주주의를 택했다. 개인의 자유에 높은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도 이와 마찬가지로 신뢰가 필요한 곳에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임재민 오버노드 CMO

이유환 칼럼니스트를 대신해 3주에 걸쳐 임재민 오버노드 CMO의 '가상화폐의 본질'이 연재됩니다.
토크나이제이션 컨설팅 팀 플릭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 적용에 대해 분석하고 컨설팅을 제공 합니다.
주로 리버스 ICO를 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암호화폐의 개념 설계와 수익모델 전략을 수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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