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이 고전하는 이유

입력 2012-07-16 11:00 수정 2012-07-14 12:46
역작이라는 기아차의 K9이 판매실적이 부진하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K9은 경쟁차인 현대차 제네시스에 판매량이 추월당했다고 합니다. K9의 경우 5,6월에 1329대, 1651대였는데, 제네시스는 1295대로 5월에는 뒤졌지만, 6월에는 1784대로 K9을 추월했다고 합니다.

K9은 정성들여 만든 만큼 시장에서 알아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는데 상당히 실망스러운 수준의 판매량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K9은 판매실적이 기대만 못할까요? 보도에 따르면 기아차가 여러 옵션을 한데 묶어 패키지로 팔면서 실제 판매가를 과도하게 높여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반면 경쟁차인 제네시스는 고급옵션을 기본적용하고 가격도 내려, 제네시스는 K9에 비해 1500만원 정도 저렴하게 살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해석은 그리 설득력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6천만원이나 하는 차량을 구매하는 부자들이 가격에 그렇게까지 민감할것 같지는 않습니다.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말입니다. 오히려 높은 가격이 상품 구매를 촉진하기도 합니다. 특히 상품의 특성이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는 역할을 할 때 그렇습니다. K9같은 고급승용차가 그렇지요.

따라서 가격이 경쟁차종보다 높아서 판매가 부진하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K9의 가격 자체가 비싸서라기 보다, 가격이 비싸게 책정되는 방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K9이 비싸진 이유는 차값 자체 때문이 아니라 옵션으로 장난질했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옵션이 헤드업디스플레이라고 합니다. 기아차가 K9의 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기아차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그 차의 가장 큰 장점중 하나라고 강조하는 마케팅을 벌이면서도 정작 제품에는 기본장착으로 해놓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다른 옵션까지 함께 덤으로 구매해야 합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만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니라, 360만원짜리 하이테크 패키지를 선택해야 장착된다고 합니다.

6천만원짜리 고급승용차를 차면서 360만원 더 쓰는건 별 부담이 아니겠지만, 문제는 심리에 있습니다. 갖고 싶은게 있는데, 그걸 사려면 별로 갖고 싶지 않은 것 까지 함께 사야 한다는 부당함의 심리입니다.

부당함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혐오합니다. 이해관계를 두고 벌이는 선택행위를 이해하기 위한 실험 중에 최후통첩 게임이란게 있습니다. 최후통첩게임은 두 사람이 한짝이 돼 게임을 합니다. 한사람 (A)에 일정 금액 (예를 들어 1만원)준 다음, 다른 사람 (B)과 나누도록 합니다. 나누는 금액은 A마음대로 정할수 있습니다. B는 1원을 주던, 5천원을 주던, A가 주는대로 받아야 합니다. 단, B는 거절할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절하면 B는 물론 A도 한푼도 갖지 못합니다.

A의 합리적인 선택은 B에게 최소한의 금액을 주는 것이고, B의 합리적인 선택은 1원을 받더라도 거절하지 않는 것입니다. 거절하면 그나마 1원이라도 챙기지 못하니까요. 그런데, 실제 최후통첩게임을 실행하면, B가 1원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B가 A의 제안을 거절해 버리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나눠주는 비율이 30%는 넘겨야 B가 거절하는 빈도가 줄어듭니다.

B가 A의 부당한 제안을 거절할 때의 뇌영상사진을 찍어보면, 뇌섬이라는 뇌의 부분의 앞쪽이 활성화된 상태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뇌섬은 사람이 역겨울때 반응하는 부분입니다. 즉, 불공평한게 역겹다는 겁니다. 역겨움은 대단히 강력하고도 본능적인 감정입니다. 사람들은 역겨우면,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방에게 복수를 하기도 합니다. 부당함을 바로 잡기 위해 본인의 손해를 감수하기도 하는것이지요.

기아차가 헤드업디스플레이를 끼워팔아 대당 360만원 매출을 올리는게 기아차 수익구조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아차는 K시리즈의 작명을 위해 값비싼 뇌영상장치까지 이용해서 소비자의 반응을 조사했습니다. 뉴로마케팅를 도입한 것이지요. 그런 기아차가 인간의 심리에 관한 과학의 연구성과는 왜 도외시하는 것일까요?

뉴로마케팅의 원리는 이해하지 않고, 그냥 유행하니까 한번 해본 것인지....

재미있는 사실은 K9이란 명칭에 대해 뉴로마케터가 추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K7은 발음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지만, K9은 그렇지 못햇다는 군요. 가장 좋았던 것은 T시리즈였는데 이는 중국기업이 선점해 쓸수 없었고요. 기아차는 할수없이 K7의 연속선상에서 K9을 사용했는데, 결과는 그리 좋아 보이질 않습니다.

K9의 사례를 보면서 기아차는 지식정보를 활용하기는 하지만, 아직도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제품을 정성들여 명품 수준으로 만들었지만, 이를 구매하는 사람의 마음을 고려하기 보다, 제 이익만 극대화할 생각만 하니까요. 자본주의 기업이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하지만, 추구방식이 단견이란데 문제가 있습니다.

차는 아무리 정성스럽게 만들었으면 뭐합니까! 판매 현장에서 소비자를 짜증나게 만드는데....

설득의 가장 중요한 원칙중 하나가 상호성입니다. 자동차 판매사원들은 이 상호성의 원리를 잘 활용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정작 자동차 회사는 상호성의 원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모양새입니다.

소비자가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지 생각하기 보다, 기업이 먼저 소비자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를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그러면 수익은 저절로 극대화합니다. 장기적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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