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도 가상화폐(암호화폐) 열풍이 지속될 전망이다. ICO(Initial Coin Offerings)로 인한 자금 조달 금액은 올해 1분기에만 63억 달러로 2017년 한 해 동안의 총 투자유치 규모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렇듯 암호화폐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암호화폐는 실제인가 허구인가. 암호화폐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 보게 된다.

우리는 흔히 인간을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사회적 특성’을 가진 인간은 한 없이 나약한 육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동안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인간은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했고, 그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성찰적인 추론이 가능해졌다. 더 나아가 공동체의 규모가 ‘무리’에서 ‘집단’으로 확대되면서 인간의 사고는 ‘집단 지향성’의 단계로 진화하게 되었다. 당시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방향으로 진화한 인간 종이 살았는데, 최종적으로 호모 사피엔스만이 살아남아 현대 인간의 모습을 갖췄다.

책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간의 진로를 형성한 세 가지 대혁명 중 첫 번째인 인지혁명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한다. 그는 약 7만 년 전에 우연의 산물로 일어난 인지혁명을 계기로 호모 사피엔스는 새로운 유형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사자가 근처에 있으니 위험하다’라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자는 우리 종족의 수호령이다’라는 허구를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허구를 믿고 말하는 능력은 거짓말과는 다른 것으로, 고차원적인 지성을 요구한다.

호모 사피엔스만이 가졌던 이러한 특징은 서로 모르는 인간이 유연하게 협력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질서는 무너지기 마련인데, 공통의 신화를 믿었던 호모 사피엔스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인 150명이라는 임계치를 넘어 수십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와 수억 명으로 이루어진 국가를 건설하고 세계를 지배했다.

호모 사피엔스가 현대 인간이 되기까지 많은 허구가 생겨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는다. 대규모 협력을 가능케 한 대표적인 ‘가상의 실재’로는 국가와 화폐, 기업, 법, 종교 등이 있다. 일본인에게 직접적인 해를 당하지 않았음에도 일본을 싫어한다면 ‘국가’라는 가상의 실재를 믿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사먹기 위해 쌀 한 가마니를 메고 식당에 가지 않는 것도 주인과 손님이 ‘화폐’라는 가상의 재화를 믿기 때문이다.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생겨난 잉여 생산물은 물물교환 경제를 활성화 시켰다. 그 과정에서 비교 기준으로 자주 사용되는 생필품, 그러니까 상품화폐가 자연스럽게 거래의 수단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는데 보관과 운반에는 용이하지 않았다. 점점 불편함을 느낀 인류는 상품화폐의 단점을 보완하기위해 조개껍질과 같은 장식품을 화폐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생필품에서 장식품으로의 전환은 화폐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식 전환이며 화폐의 가치가 화폐를 구성하는 소재의 가치, 즉 내재적 가치에서 이탈하는 단초가 되었다. 조개껍데기를 시작으로 금속 화폐를 거쳐 지금의 가상화폐에 이르기까지 화폐의 형태는 끊임없이 인간의 요구에 의해 바뀌어왔다.

그래서 가상화폐는 허구인가? 그렇다. 하지만 전통적인 화폐도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 하에 만들어진 가상의 재화일 뿐이며 하라리 교수의 말마따나 사회를 조직하는 모든 것은 인류가 만들어낸 허구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류는 협력을 통해 끊임없이 진화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다. 변화는 두렵다. 하지만 격변하는 세상에서 ‘돈’의 형태와 시스템이 불변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사고방식이 아닐까?


-임재민 오버노드 CMO

이유환 칼럼니스트를 대신해 3주에 걸쳐 임재민 오버노드 CMO의 '가상화폐의 본질'이 연재됩니다.
토크나이제이션 컨설팅 팀 플릭파트너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산업 적용에 대해 분석하고 컨설팅을 제공 합니다.
주로 리버스 ICO를 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으며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암호화폐의 개념 설계와 수익모델 전략을 수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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