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과 DMB

입력 2012-05-02 16:13 수정 2012-05-02 16:15
사람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다. 역설적인 사실은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지구 상에서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데 있다. 비합리적이지만, 생존에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하는 심리기제가 도덕판단이다.

사람들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여기면 대단히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어떤 비용이 들더라도 부도덕한 행위에 대해서는 응징하려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댓가를 기꺼이 받아들인다. 그게 금전적 비용이건 시간적 비용이건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신체적 고통도 감수한다. 인간은 이런 비합리적 행동 덕에 단기적으로는 손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요즘 광우병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정부는 이 불안을 어떻게든 달래보려고 한다. 그렇지만, 광우병의 불안심리의 근본적인 성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나름대로 합리적이고도 논리적인 근거를 들이 대며 광우병의 위험성을 이야기하고, 논박하지만, 단지 위험성 한가지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우병에 대한 반응이 실제 위협보다 과도한 반응이란 점은 다른 위협요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비교해 보면 명확하다.

지난 1일 경북 의성군에서 사이클 선수 6명이 훈련 중 25t 트럭에 치여 3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트럭 운전자가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을 시청하며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운전중 DMB시청뿐 아니라, 문자보내기, 전화통화하기 등은 음주운전보다 더 위험하다. 전방 주의가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운전 중 DMB시청하고, 문자보내고, 전화통화한다. 그런데 이런 관행에 대해 그리 불안해 하는 것 같지 않다. 위험하기로 따지만 광우병에 걸려 죽는 것보다 훨씬 더 한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광우병과 위험한 운전 사이에는 무슨 차이가 있을까?

광우병은 음식의 문제다. 인간은 잡식성 동물이다. 입에 들어가는 것은 다 먹는다. 이런 습성은 생존에 대단히 유리하지만 단점도 있다. 아무것이나 다 먹다 보니, 잘못먹어 죽을수도 있는 가능성이 꽤 높다. 특히 육류가 그렇다. 쉽게 상하고, 일단 상하면 치명적인데다 전염성까지 있기 때문이다. 상한 고기 잘못 먹으면 혼자 탈타는게 아니다. 집단적으로 문제가 될수도 있다. 심하면 공동체 하나가 멸족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류는 이런 문제를 잘 해결해 왔다. 그 문제해결방식이 상한 음식, 특히 상한 고기에 민감해지는 것이다. 그 방법이 역겨움이란 감정을 발달시켜, 역겨움이 드는 음식에 대해서는 멀리 피하는 본성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역겨움이란 감정은 음식에 대한 감정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역겨움이 도덕감정으로 발달됐기 때문이다. 흔히 도덕이란 것이 인간 고유의 고등사고의 결과물인것으로 파악하지만, 실은 대단히 원초적인 본능의 결과물이다. 즉 도덕은 학습하지 않아도 누구나 본능적으로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학습의 기회가 전혀 없는 영아도 옳고 그름의 도덕판단을 한다. 침팬지같은 영장류도 마찬가지.

의식적으로는 광우병 소고기에 대해 그것이 잠재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도덕판단과 얽혀 있다. 이는 인간이 상한 고기에 대한 역겨움이란 감정을 발달시켰고, 그 역겨움이 도덕감정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운전하며 DMB시청하다 무려 교통사고를 내 6명이 크게 다치고 죽었지만, 당장 운전을 그만둔다거나, DMB시청을 금지하려는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광우병 소식이 전해지만, 광우병과는 관계없는 한우소비도 줄었다. 이 장면에서 사람들이 비합리적이라고 개탄하려는게 아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수십만년의 세월을 통해 형성된 본성 말이다.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같은 정도의 위험에 대응하더라도, 그 위험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들의 본성을 거스르려 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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