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창업자가 본인 스타트업의 우수성을 이야기할 때 여러 수치를 활용한다.

“현재까지 53만 명이 저희 앱을 다운로드 하였고 107만 명의 회원이 저희 서비스에 가입하였습니다.”


이 말만 들으면 해당 스타트업이 매우 성공한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다를 수도 있다. 회원 수는 100만 명이지만 이 중 만 명만이 서비스를 구매했다면 실질적으로 이 스타트업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매우 적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어떤 수치를 보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스타트업과 관련된 서적 들 중 베스트셀러인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의 저자인 에릭 리스(Eric Ries)는 다운로드 수, 방문자 수, 가입자 수 등의 수치를 허영 지표 (Vanity Metric)이라고 부른다. 이는 창업자의 허영심을 채워주기에는 좋은 숫자이지만 실질적으로 스타트업의 성장 혹은 성공 가능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지표를 의미한다. 위에서 본 예시의 100만 명은 매우 큰 수치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100만 명 중에서 몇명의 사용자가 서비스를 실제로 구매했는가에 관한 수치이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도넛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있다고 해보자. 이들은 서비스 홍보를 위해 회원가입을 하면 첫 번째 달은 공짜로 도넛을 받을 수 있는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이 한 달간의 체험 서비스에 가입하였고 가입자 수는 불과 한 달 사이에 백만 명까지 증가한다. 창업자는 이를 보며 스타트업이 성공했음을 직감하며 투자자를 찾아간다. 그는 투자자에게 체험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의 숫자를 보여주며 스타트업이 성공 궤도에 올랐음을 강조하고 일정 금액의 투자금액을 받는데 성공한다.

창업자는 투자받은 돈을 이용하여 더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여 스타트업의 한 달 체험 서비스에 관해 홍보했다. 그 결과 더 많은 사람이 가입하였고 스타트업은 더욱더 급속히 성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몇 달 후 투자받은 초기 자본이 동이 났지만 매출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창업자는 황급히 데이터를 확인해보자 체험 서비스에 가입한 사용자의 불과 0.1%만이 체험 서비스가 끝난 후에 돈을 내고 도넛을 구매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도넛 스타트업의 창업자는 체험 서비스 가입자 수라는 허영 지표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실질적인 의미를 가지는 수치인 ‘체험 서비스에서 정기 구독 서비스로의 회원 전환율’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했다. 결국 이 스타트업은 처음부터 포커스를 잘못 맞춘 탓에 실패로 가고 있는 상황을 모른채 계속 자본을 투자한 결과 자본을 모두 소진했다.

그럼 창업자는 스타트업에게 실질적으로 중요한 수치가 무엇인지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어떤 제품을 제공하고 고객이 이를 통해 어떤 이익을 얻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어떤 수치가 스타트업의 수익 증가와 궁극적으로 연관성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페이스북의 예를 살펴보자.

페이스북은 전 세계의 사람을 연결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이용해서 사용자는 친구 혹은 가족과 소식을 주고받고 일상을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의 서비스 자체는 공짜이지만 많은 유저를 기반으로 광고를 보여줌으로써 광고주로부터 돈을 받으며 수익을 창출한다. 페이스북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해내려면 더 많은 유저가 서비스를 이용하고 더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단순히 회원 가입 수보다는 월간 활성 사용자 수를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수치로 보고 이 수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한다.

위의 예처럼 같은 스타트업이지만 어느 수치에 포커스를 맞춰 성장 전략을 수립하느냐에 따라서 스타트업의 성공 여부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스타트업의 성공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허영 지표에 집중하는 순간 창업자는 이미 성공한 것과 같은 환상에 빠져 결국은 실패할 것이다. 따라서 창업자는 실질적으로 중요한 수치를 최우선으로 파악하고 이 수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김경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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