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뇌로 진화한다?

입력 2011-11-02 20:43 수정 2011-11-0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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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구글이후의 세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낸 인터넷의 미래”란 제목으로 번역된 “Wired

for Thought: How the Brain is Shaping the Future of the Internet”란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각으로 엮인”이라고 직역해도 괜찮을 텐데, 굳이 “구글이후의 세계”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번역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책 서평을 보니, “Wired...”라고

제목을 붙인 이유가 있습니다. 인터넷이 뇌로 진화한다는 게 책의 내용입니다. 인터넷이 뇌와 닮았기 때문입니다. 뇌는 1000억개 이상의 신경세포들이 100조 이상의 연결로 이뤄진 복잡한

망(network)입니다. 신경세포 하나 하나는 아무런 의식이나

생각이 없습니다. 단지 전기화학신호를 다른 신경세포와 주고 받을 뿐입니다. 이런 단순한 전기화학신호가 복잡한 망에서 이뤄지는게 우리의 생각과 행동입니다.





그런데, 인터넷도 신경세포의 망과 닮았습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도 신경세포처럼 전기화학신호를 다른 컴퓨터와 주고 받을 뿐입니다. 클라우딩컴퓨팅이 확산되면서, 컴퓨터의 망도 훨씬 더 복잡해질겁니다.



저자는 이 부분을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인터넷과 클라우드 컴퓨팅을 결합하면 뇌의 중요한 세 가지 기능, 즉

정보 저장, 프로세스(처리),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통합된 기계가 된다. 프로세스 클라우드와 커뮤니케이션 클라우드가

융합되고, 그것들이 우연적이고 병렬적인 차원(뇌가 일하는

방식)에서 작동한다면, 인간을 닮은 지능이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질 것이다.”



저자를 비롯, 이 책을 읽고 찬사를 보내는 사람들은 인터넷이 지능형

소프트웨어로 진화할 것이고, 이를 통해 인간 사회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인터넷이 지능형 소프트웨어로 진화, 인간의 뇌를 닮아가는게

바람직한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이 뇌로 진화한다는 저자의 추론이 옳다면, 인터넷은 사람의 뇌처럼

언젠가 자의식마저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자의식이란 것도 두뇌의 지적 작용이니까요. 그런데, 그런 날이 왠지 낯설지 않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시리즈가

그린 세상이니까요. 컴퓨터가 고도의 지능을 갖추는 게 된 것은 수퍼컴퓨터가 처리 용량을 높여서가 아니라, 컴퓨터가 망을 이뤄서였습니다. 즉,

스카이넷은 수퍼컴퓨터가 아니라, 컴퓨터의 망이었습니다.



영화를 볼때는 “참신한 발상이다”정도로

넘겼는데, 전혀 다른 방향에서 영화가 그린 현실을 예측하고, 그

예측을 국내외 석학들이 찬사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 예측이 그만큼 타당해 보인다는 반증입니다. 과연 뇌로 진화한 인터넷이 언젠가 자의식을 갖게 될때, 인간에게

적대적일까요, 호의적일까요? 인간을 그저 도구로 여기지는

않을지요? 공연한 걱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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