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感遇)

                           두순학


큰 바다 파도는 얕고

사람 한 치 마음은 깊네.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 수가 없네.

大海波濤淺, 小人方寸深. 海枯終見底, 人死不知心.

두순학(杜荀鶴·846~907)은 당나라 후기 시인이다. 시인 두목(杜牧)의 막내아들(열다섯째)이라 하여 두십오(杜十五)라고도 불렸다. (두목은 ‘산행’이라는 시로 유명한 바로 그 사람. ‘서리 맞은 단풍잎이 봄꽃보다 붉구나’라고 했던…)

두순학은 어려서부터 문재가 뛰어났지만 과거에 번번이 낙방했다. 거듭된 낙방에 울분이 커졌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좌절과 분노, 비판의식이 가득하다. 그 바탕에는 고통 받는 백성에 대한 연민과 이를 바로잡으려는 의지도 배어 있다.

그는 ‘낙제 후 길을 나서며 정 습유에게 바치다’라는 시에서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읊었다.

‘붉게 물든 하늘에 계수나무 가지 걸렸으니/ 아직 꺾지 못했지만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네./ 이에 고독하고 배경 없는 선비는/ 고통 속에 더듬더듬 시를 쓸 뿐이네./ 살구나무 정원에서 급제한 이들 취해 갈 때/ 나는 홀로 장안 길을 나선다네./ 또다시 깊이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헤아려 보며/ 장차 그들이 누구를 추천할까 하고 생각해 보네.’

그가 과거에 급제한 것은 마흔여섯 살 때였다. 당시 평균수명으로 볼 때 굉장히 늦은 나이였다. 그 시기는 매우 혼란스러웠다. 환관(宦官)의 전횡과 당쟁 때문에 정치적 격변이 이어졌고, 밖으로는 이민족의 침략이 계속됐다. 결국 당나라는 907년 멸망하게 된다. 이런 혼란의 틈바구니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나라가 망하기 직전에 그는 세상을 떠났다. 그가 뜻을 세웠다 한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꿈을 펼칠 수 없었을 법하다.

그는 성격이 워낙 괴팍해서 많은 사람의 미움을 받았다. 때로는 교만하게 굴어서 원망을 사기도 했다. 세상도 험하고 자신의 성격도 둥글지 않아서 스스로 고생하고 세상과도 불화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그의 깊은 속마음을 알아주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이런저런 생각(感遇)’이라는 시에서 그가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지만/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 수가 없네’라고 한 것도 이해할 만하다. 이 시를 우리 속담과 겹쳐 읽으면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것쯤 되겠다.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중에는 신라에서 건너간 최치원도 있었다. 당나라 과거에 급제해 관직에 있던 최치원과 교분이 아주 두터워서 최지원을 위한 시 '율수 최 소부에게 주다'라는 작품이 있다. '빈공(賓貢)으로 와서 과거에 급제한 뒤 신라로 돌아가는 사람을 전송하다'라는 시도 남겼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전국을 유랑하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황소(黃巢)의 난을 겪으면서 당대 현실을 더 깊이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시에 녹여냈다. 그의 창작 이념인 유가(儒家)의 현실주의 정신도 이렇게 형성됐다.

두순학의 시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시가 ‘어린 소나무(小松)’라는 작품이다. 한 번 음미해 보자.

어려서부터 뾰족뾰족 풀숲에서 고개 들더니

어느새 덤불 헤치고 솟아오르네.

사람들은 장차 구름 위로 솟을 그 나무 몰라보고

구름 위로 솟은 뒤에야 그 나무 높다 하네.
세상 사람들이 참된 인재를 새싹부터 알아보지 못하고 그가 훗날 우뚝 서고 나서야 칭찬하는 것을 빗대서 노래한 시다. 오랫동안 무명시절을 보내야 했던 자신의 처지를 담아낸 것이고 하다.

그런 그도 자신의 깊은 뜻을 잘 내보이지는 않으려고 했다. 시절이 워낙 험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처럼 사람 속은 참으로 알 수가 없다. 너무나 변화무쌍해서 첨단 과학으로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는 게 마음이다. 사회적인 여론 분석이나 소비자 분석의 경우 적중률이 90%를 넘는다고는 하지만 결국 10%의 오차 때문에 뜻밖의 결과와 맞닥뜨리는 일이 많다.

기업이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 확신을 갖고 기대했다가 고객들의 차가운 반응에 당혹해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의 속마음을 다 알기란 더욱 어렵다. 세상이 어두울수록 모두들 감추려고만 하는 게 또 속마음 아닌가.
고두현/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와 문화부장 거쳐 논설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