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블록체인 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서로가 다른 회사의 개발자 수와 인정받은 능력 개발자가 어느 회사에 합류했는지? 또 개발자의 연봉이 얼마인지? 어느 회사의 개발팀이 빵빵한지 아니면 형편없는지 대충 짐작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회사에서 나올 메인넷의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아니면 외국 오픈 소스를 파라미터(Parameter) 수준만 바꾼 것인지? 실제로 자체 기술로 개발 한 것인지? 대부분 알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최근에 만난 모 언론사 기자분의 이야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A 회사는 개발자가 모두 나갔고, B 회사는 개발팀이 포기하고 개발하던 팀이 아예 전체가 다 교체되어 새로운 사람이 이어서 개발하고 있는데 잘 안된다 라는 이야기나 C 회사가 공개한 메인넷이 외국 모 코인의 오픈 소스를 껍데기만 바꾸고 내용은 99% 그대로 사용했다는 지적도 공공연하게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와중에 개발자들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뻑 하면 연봉이 1억에 육박합니다.
저는 엊그제 한 블록체인 사업자와 개발자의 만남이라는 이색 모임에 참여를 했습니다.

저는 이자리에서 오너의 입장과 개발자의 입장이 서로 평행선을 긋는 경우와 아예 극과 극을 달리는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오너와 피고용인의 입장은 항상 다르기 마련입니다.

영원히 같을 수가 없을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아예 개발자를 파트너로 영입해서 지분을 나눠주고 한 배를 탄 입장으로 만들어 힘을 합쳐 승부를 겁니다.

그러나 합류한 개발자 사이에도 상호 이해 관계가 다르고 성격상, 또는 자존심으로 합쳤다 헤어졌다는 반복하는 것이 부부가 만나서 잘 살기도 하고 이혼을 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인간 세상의 여느 관계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필자는 소프트웨어 업계에 몸 담고 30년을 지내는 과정에서 아주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을 해봤습니다.

그러면서 개발과정에 대하여는 확고한 하나의 원칙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전체 개발 기간 중 최소한 2/3 이상의 기간을 무조건 설계에만 집중한다는 원칙입니다.

이런 원칙을 갖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설계가 잘못되면 개발을 아예 처음부터 다시해야 하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대개 대기업의 하청 업체에서 몸 담고 있는 개발자가 많습니다. 그들은 이른바 SI업체들이 몸담고 소프트웨어 개발 납품, 유지보수 라는 업무를 하게되는데 기본적으로 SI 업계는 개발비 산정 자체를 인력 투입에 비례하여 인정을 해주는게 관행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금이 부족한 하청업자들은 일단 가장 중요한 제품 설계가 끝나기도 전에 인력부터 투입해서 항상 부족한 운영자금 조기 수령을 위한 무리한 인력투입을 강행하게 되는데, 결국 한참 개발하다가 설계가 수정되거나 발주처의 요구로 아예 기본부터 모든 것을 뒤집어 엎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됩니다.

기술적으로 독보적이지 못한 영세한 우리나라 업체들은 대기업이나 관공서 등 발주처에 질질 끌려 다니다가 결국 인건비로 간신히 밥 먹고 사는 수준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기술적으로 앞서있는 외국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계약서 자체가 철저하게 되어 있어 발주처의 일반적인 요구조차 추가 비용을 요구하거나 아예 묵살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제품 기능에 회사의 업무 Flow 를 강제로 맞춰 쓰도록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업계의 잘못된 개발비 산정 기준은 소프트웨어 개발을 건설공사 공정 따지듯 동일한 시각으로 보고 관련 규정을 만들어 집행하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에서 발주되는 대부분의 프로젝트 역시 이렇게 인력 투입에 따른 기준으로 개발공정을 인정하고 비용을 지급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등급을 매겨 개발 원가를 산정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 특성상 개발자의 능력차가 천차만별임에도 특급 기술자와 1급 기술자 등의 대우 기준을 경력 등을 기준으로 일괄적으로 규정하여 블록체인과 같은 새로운 산업의 개발자에게는 전혀 적용할 수 없는 기준입니다.

그래서 자체 자금으로 제대로 된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 경우,

경험 많고 노련한 개발회사는 이른바 설계자인 아키텍처들을 우선 선발하여 전체 개발 기간의 2/3 이상을 설계만 하는데 집중합니다.

그리고 설계가 완벽하게 끝난 후에 대대적으로 코딩인력을 선발하여 짧은 기간에 일사분란 하게 개발을 마무리합니다. 이렇게 해야 예상한 기간내 개발이 가능하고 개발기간 연장이 불 필요해져 자금의 낭비가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저의 개발 기준으로 볼 때 지금 국내 유수의 ICO 성공 기업들은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소프트웨어의 기준조차 정립되지 못한 상황에서 마치 자신들이 퍼스트무버라도 된 듯한 착각 속에서 경쟁하듯 블록체인개발자의 몸값을 올려주며 서둘러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걱정이 많이 되면서, 이렇게 무리한 개발은 실상 비싼 과외비 대주면서 개발자들 공부시켜주는 것 이외에는 별 의미가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마도 엄청난 금액을 ICO 했으니 충분한 기업가로서의 자금 운용 경험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CEO들의 수준으로는 비용 지출에 따른 조심스러운 면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하지만, 일단 개발비로 투자를 받았으니 개발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ICO에 성공한 기업들이 흥청망청 비용을 써대는데 앞으로 1년 후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쉽게 예상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블록체인 분야의 Fast Follower의 입장이지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은 아무리 따져봐도 First Mover는 아닙니다.

실력도 안 갖춘 상황에서의 무리한 개발은 필연적으로 실패를 불러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거의 대부분의 블록체인 회사들은 철저하게 Fast Follower의 입장에서 전략을 세우고 준비를 해야 할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여기 저기서 한 단계 더 진화된 각종 메인넷을 쏟아 낼 것 입니다.

이 공개되는 메인넷을 철저하게 연구해서 자신만의 강점을 추가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근영 한경닷검 컬럼니스트
현. 글로핀 회장 / CEO
  한국ICO 기업 협의회 회장
전. 상장회사 소프트랜드 대표이사
상장회사 넷시큐어테크놀러지 대표이사
  해태 I&C 대표이사
  코넥스 협의회 초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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