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빨과 1만시간 연습

입력 2011-10-05 09:00 수정 2011-10-09 12:55
글래드웰의 재능은 수많은 연구 중, 흥미있을만한 내용을 짚어, 알기 쉽게 풀어 쓴다는 데 있지요. "티핑포인트" "아웃라이어" 등 사회학과 심리학 연구 논문들을 발굴한 것들입니다. 사실 언론인의 주요 기능이 이런 것이지요. 수많은 정보에서 필요하거나 재미있을만한 것을 골라 내는 일 말입니다. 





글래드웰이 소개한 연구 중 하나가 플로리다 주립대학 심리학과 앤더스 에릭슨 교수의 연구팀이 1993년 "심리학 평론(Psychological Review)" 100권 3호에 게재한 논문

"전문역량 습득에 의도적 연습의 역할(The role of deliberate practice in the acquisition of expert

performance)"입니다.





글래드웰은 이 논문을 읽고, 영감을 얻어, 추가로 관련 내용을 취재한 다음, "아웃라이어(Outlier)"를 출간한 것이지요. 즉, 1만시간 연습의 원리는 글래드웰의 생각이 아니라, 전문역량 습득 전문가인 에릭슨의 공입니다.



그런데, 글래드웰이 에릭슨의 연구에 추가로 취재하고 덧붙이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겼습니다. 글래드웰은 마치 운빨이 맞아, 20대가 되기 전 1만시간을 연습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가 될수 있는 것처럼 기술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운이 없어, 10대에 그런 환경에 접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들은 전문역량을 키울 기회조차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김빠지는 현상입니다.



하지만, 에릭슨의 논문을 보면, 글래드웰이 조금 지나쳤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 운빨이 유명 음악학교 입학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10대에 명문음악학교 입학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기회는 아닙니다. 그러나 누구나 교육 받을 기회는 있습니다. 글래드웰이 심하게 과장했지만, 실은 누구나 갖고 있을만한 운빨입니다.

문제는, 운빨 받쳐주는 맥락(10대에 명문 음악학교 입학)이 있어도 연습시간을 7-8천시간만 채우는 사람이 있고, 1만시간을 꽉 채우는 사람이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핵심은 운빨이 아니라, 연습량을 채우냐 채우지 못하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게 이미 지나온 1만시간의 잠재력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잠재력은 우연하게 아무 생각없이 만들어지는게 아닙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1만시간은 그냥 채우는게 아니라, 의도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으로 채운 1만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논문 제목에 사용된 'deliberate'란 단어의 의미는 "의도적인" "계획적인"이란 뜻입니다. 그냥 습관적으로 1만 시간을 채우는게 아니라, 본인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등의 계획적으로 채운 1만시간입니다.



우리 모두에겐 나름대로의 운빨은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운빨을 활용하지 못할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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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트위터: https://twitter.com/socialbrain_kr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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