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아지는 훈련

입력 2011-03-17 23:51 수정 2011-03-19 01:28
지난 1월에 올린 ‘마음의 힘, 마음의 근육’에서 ‘마음의 근육’은 단순한 문학적 표현이나 비유가 아니라 실체라고 했습니다. 마음의 힘이 근육과 같다면 근육처럼 단련을 통해 그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마음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지능입니다. 
지능에는 두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고정지능(Crystalized Intelligence)과 유동지능(Fluid Intelligence)입니다. 축적된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 고정지능입니다. 고정지능이란 명칭이 붙는 이유는 축적된 지식을 그대로 활용하는 지능이기 때문입니다. 고정지능은 땀에 비례합니다. 시간을 들인 만큼 많이 알게 됩니다. 그런데, 고정지능이 반드시 유능함으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많이 안다고 해서, 문제을 해결하는 능력이 향상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지식의 저주’라고 해서, 많이 알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고정지능은 ‘마음의 근육’의 핵심이 되질 못합니다. 
마음의 근육의 강화는 유동지능과 보다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유동지능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입니다. 이론을 사례에 적용한다거나, 사례에서 이론을 추출할 때 필요합니다. 축적된 지식이 많다고 유동지능이 향상되지 않습니다. 지식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후천적으로 향상할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학교교육에서 시도하지 않았습니다.
유동지능은 작업기억(Working memory)과 긴밀한 관계가 있습니다. 작업기억에는 단기기억 (Short-term Memory), 주의조절 (Attentional Control), 및 제어조절 (Inhibitory Control) 등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문제를 풀려면,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머리 속에 일시적으로 올려놓고 있어야 하고 (Short-term Memory), 특정 문제에 주의를 집중하고, 필요에 따라 주의집중 대상을 바꾸거나 유지하고 (Attentional Control), 문제해결에 불필요한 요인에 꾀지 않도록 제어할수 있어야 합니다 (Inhibitory Control).
유동지능이 마음의 근육의 핵심요소 중 하나라면, 바로 이 작업기억능력을 향상시키는게 마음의 근력을 단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화하고 싶은 부분에 부하를 줘, 근력을 강화하듯, 마음의 근육 역시 해당 부분에 집중으로 부하를 걸면, 그 힘이 강화됩니다. 유동지능이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주의조절 (Attentional Control), 및 제어조절 (Inhibitory Control) 세 요소로 구성돼 있으므로, 마음의 근육 단련 역시, 이 세 요소에 부하를 주는 게 효과적입니다 
미국 미시건 대학교 심리학과 재기와 북쉘 연구팀은 이 세요소에 부하를 주면 실제로 유동지능이향상되는지 검증해 보았습니다. 엔백훈련(n-back task)이란 프로그램을 사용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N-back인 이유는 훈련강도가 세질수록 작업기억에 올려야 하는 정보의 양이 N만큼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즉, 1-back훈련에서는 한단계 전의 정보를 기억해야 하고, 2-back훈련에서는 두단계 전의 정보까지 기억해야 합니다. 이렇게 3-back, 4-back, 계속 올라갑니다. 보통 사람들(95%)은 2-back만 돼도 상당히 힘들어 합니다. 
예를 들어, 엔백훈련은 "가 타 피 타" 등의 소리를 들려주면서 특정 모양의 도형을 보여줍니다. 이 도형의 위치는 "가 타 피 타" 등의 소리와 함께 위치가 바뀝니다. "피"라는 소리가 들리는 시점에서 "가"는 2-back, "타"는 1-back이 됩니다. 2-back task에서 "피"라는 소리를 들릴 때, 도형이 2-back의 위치(즉, ‘가’소리가 날때의 위치)에 있는지의 여부를  맞추는 과제입니다. 엔백과제를 성공적으로 마치려면 우선, 단기기억에 정보를 많이 올려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N-back의 단계가 높아질수록 그 정보의 양이 늘어납니다. 그런데, 정보만 많이 올려 놓는다고 엔백훈련에서 좋은 성과를 낼수 있지 않습니다. 동시에 주의를 잘 조절해야 합니다. 기억해야 할 대상이 계속 바뀌기 때문입니다. 과제가 진행되면서, N-back의 대상도 함께 변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제어조절능력도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단기기억에 올려 놓았던 정보를 효과적으로 내려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엔백훈련은 실행기능의 세가지 요소를 모두 포괄하고 있습니다.
재기와 북쉘은 실험참가자들에게 8일에서 19일간 25분씩 훈련시켰는데, 지능이 훈련일수에 비례해 증가했습니다. 2008년 학술지 PNAS에 실린 이 연구는 지난 40여년간 알고 있던 지능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짚었습니다. 이전에는 유동지능이 후천적으로 계발될 수 있는게 아니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지능의 선천성과 후천성을 둘러싼 논쟁도 이 연구를 통해 마무리 될수 있습니다. 후천적 노력을 통해 성인도 유동지능을 향상시킬수 있다는 경험적 근거를 제시했으니까요. 엔백훈련을 그대로 현장에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유동지능, 즉 마음의 근육을 후천적으로 향상시킬수 있음을 보여줬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Jaeggi, S. M, Buschkuehl, M., Jonides, J., & Perrig, W. J. (2008). Improving fluid intelligence with training on working memory, PNAS, 105, 6829-6833
(제 개인블로그 지평(http://edu.minds.kr)에 올렸던 내용을 수정보완한 글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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