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블록체인인가?”

이 논의의 출발점은 ‘세상에 블록체인이 반드시 필요한 비즈니스는 없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혹자는 블록체인이 몰고 올 변화의 물결을 인터넷 혁명에 비유하지만, 인터넷과 블록체인은 본질적 차이가 있다.

인터넷은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구별되는 온라인 비즈니스라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영역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경우 대부분의 산업은 기존 상황으로도 지속할 수 있으며 블록체인이 도입된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영역이 확장될 여지는 매우 적다.

인터넷이 '창조'의 기술이지만 블록체인은 '개선'의 기술이다. 산업계가 블록체인에 주목하는 이유는 기존 산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제공하는 개선의 기술은 크게 보안성, 투명성, 탈중앙성이라는 세 가지 특징을 지닌다. 키워드만 놓고 보면 좋은 특징이지만, 산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장점과 단점을 세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노드에 데이터를 분산하여 관리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은 중앙화된 서버보다 유지비용이 높고 처리속도가 느리다. 비싸고 느림에도 불구하고 보안성, 투명성, 탈중앙성이 중요한 영역에만 블록체인 적용이 정당화된다.

블록체인의 보안성이란 데이터가 외부 해킹,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록체인으로 보호받는 데이터는 ‘박제’되어 블록이 생성된 이후에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유출되더라도 큰 문제 없는 정보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용이 높은 블록체인을 도입할 필요는 없다.
블록체인의 투명성은 참여 권한이 있는 이들에게 블록체인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내역이 공개된다는 것을 뜻한다. 공정한 분배, 보상 알고리즘이 필요한 영역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특성이다.

때로는 공정이라는 가치보다 효율성이 우선되는 상황이 존재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는 블록체인을 도입할 이유가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탈중앙화는 블록체인 기술이 작동하는 철학이다. 기술적 장점보다는 정치적인 함의를 더 많이 내포한다. 의사결정을 다수의 참여자들이 함께 내린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논의가 기술적 근거를 가지고 경제의 영역에 들어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겪는 것과 같이 운영방식에 있어 많은 논란이 있으며, 때로는 효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우도 있다.

수많은 기업들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도입하거나 퍼블릭 블록체인 개발을 위한 ICO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나같이 보안성, 투명성, 탈중앙성을 외치며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하지만 언제나 블록체인 도입이 좋은 것은 아니다. 블록체인의 장점 못지않게 단점과 한계도 명확히 인식하고 분석하여 블록체인의 적용여부를 결정하고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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