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는 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다.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건 늘 있는 일이다. 하기야 내가 이기면 상대는 지는 게 전쟁이니 승패는 동전의 앞뒤다. 옛 군주들은 의기소침한 패장을 이 말로 위로했다. 낙심하지 말고 전열을 정비해 다음 싸움에선 꼭 이기라는 당부이자 격려다. 져본 놈이 이긴다. 독을 품고 심기일전으로 이전보다 강해진 때문이다. 방심하면 진다. 적은 늘 상대의 허점을 찌른다.

춘추시대 월나라와 오나라는 앙숙이었다. 오월동주(吳越同舟)는 위급한 순간엔 원수도 서로 뭉친다는 뜻이다. 뒤집으면 두 나라가 그만큼 앙숙이었다는 얘기다. 월왕 구천과 싸워 크게 패한 오왕 합려는 상처 악화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 합려는 숨을 거두며 태자 부차에게 유언했다. “구천을 쳐서 아비의 원수를 갚아다오.” 왕에 오른 부차는 아버지의 유언을 잊지 않았다. 섶 위에서 잠을 자고(臥薪), 자기 방을 드나드는 신하들에게 부왕의 유언을 외치게 했다.
월왕 구천이 이 소식을 전해듣고 부차를 먼저 치기로 했다. 참모 범려가 극구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 복수심에 찬 오나라 군대는 거침이 없었다. 회계산에서 대패한 구천은 목숨을 부지하고자 항복을 청하고 자기 스스로는 부차의 신하가 됐다. 오나라 중신 오자서가 간했다.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구천을 죽여야 합니다.” 부차 역시 간언을 묵살했다. 구천의 ‘거짓 몸종 행세’에 속은 부차는 구천을 월나라로 돌려보냈다. 이번엔 구천이 이를 갈았다. 옆에 놔둔 쓸개의 쓴맛을 맛보며(嘗膽) 부차에게 당한 치욕을 떠올렸다.

앙숙간 최후의 싸움은 어땠을까. 구천은 20년간 복수의 칼을 갈아 부차를 무릎꿇리고 회계의 굴욕을 되갚았다. 부차는 용동에서 여생을 보내라는 구천의 호의(?)를 거부했다. 오자서 간언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다 스스로 목을 베었고, 구천은 천하를 거머쥐었다. 섶에 눕고 쓸개를 씹으며 원수를 갚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견딘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사기≫가 출처다.

잊지 않으면 기회는 온다. 준비하면 그 기회가 더 빨리 온다. 이기고 지는 건 일상지상사다. 늘 이기는 삶이 행복한 건 아니다. 늘 져주는 삶이 복된 것도 아니다. 하나는 분명하다. 그건 오늘의 교훈을 잊으면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되갚고 싶다면 오늘의 뜻을 새겨야 한다. 그래야 강해진다. (복수혈전, 뭐 그런 건 아니다 ^^) 아랫사람의 간언은 귀담아들어라. 귀에 거슬리는 말은 대개 몸에 이롭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국경제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청소년 경제논술신문 생글생글 커버스토리 집필,
한국경제TV '오늘 한국경제' 진행, 한국직업방송 '신동열의 취업문을 여는 경제상식' 출연.
KBS라디오 '세상의 모든 지식' 출연.
저서:굿바이 논리야, 내 인생 10년 후, 구겨진 마음 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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