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스타(Black Star) 38'

흑인음악 100년 역사를 빛낸 가수 38명을 골라내는 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블루스에서 힙합까지 흑인음악 100년의 주역들'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신간 '블랙 스타 38'은 흑인 음악가 38명의 생애와 음악의 기록입니다. 머디 워터스, 샘 쿡, 제임스 브라운, 마빈 게이, 프린스, 카니예 웨스트, 프랭크 오션 등 20세기 팝의 전설부터 요즘 스타들까지 한 곳에 모은 책이 나온 것은 처음입니다.

저자 류희성은 비평가들이 사랑했고 대중들과 호흡했던 흑인음악가 38명을 골라냈습니다. 그간 흑인음악사의 특정 시대나 사조, 장르에 집중한 책은 있었어도 흑인음악 역사 전반을 아우르는 서적이 없었기에 책은 저자의 말대로 의미 있는 작업으로 보여집니다.

이집트에서 태어나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 등지에서 보낸 저자는 어린 시절 거실에 틀어져있던 MTV 채널이 인생을 바꿔놨다고 책 서문에 적었습니다. 재즈 전문지 '재즈피플'의 기자인 그는 재즈와 흑인음악을 곁에 둔 삶을 즐겼기에 이 애정 쏟은 작업을 완성했습니다.

류희성은 "흑인음악이 어떤 음악가들에 의해서 어떤 장르를 거치며 변모하고 진화했는지를 책을 통해 개론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들의 일생과 음악을 한번 더 들춰볼 기회를 제공한다"고 머리말에 썼습니다.

로버트 존슨.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블루스의 아버지'로 기록된 윌리엄 크리스토퍼 핸디를 시작으로 1920년대 델타 블루스의 제왕으로 짧은 생을 살다간 로버트 존슨, 시각장애인의 아픔을 극복하고 소울(Soul)의 전설이 된 레이 찰스, 모던 소울의 창시자인 샘 쿡과 소울의 대부로 칭송받았던 제임스 브라운 등 흑인공민권운동과 함께하며 저항의 시대를 보낸 흑인 음악가들의 사실적인 기록이 여기에 있습니다.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가수였던 냇 킹 콜을 열정적으로 존경하고 그를 모창했다는 레이 찰스 이야기, 오티스 레딩의 팬이었던 비틀스가 그에게 백인 청중 앞에 서 볼 것을 제안했고, 레딩이 1966년 영국 공항에 도착했을 때 리무진을 보낸 최고 스타밴드(비틀스)의 호의를 책을 통해 엿볼 수 있습니다.

또 마이클 잭슨이 히트곡 '배드(Bad)'를 만들 때 프린스와 듀엣 곡으로 구상했다가 프린스가 '네 궁둥이는 내 거야'라는 가사의 첫 소절을 보자마자 거절한 사연 등 책은 그동안 음악 청중들이 알지 못한 뒷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힙합 애호가인 저자는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대중음악의 주류가 된 힙합에 지면을 많이 할애했습니다. FBI를 랩으로 공격했던 NWA를 비롯해 투팍과 비기, 에미넴과 넬리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고 어셔와 티아이, 릴 웨인을 두고 남부 힙합 사운드를 정립하고 영역 확대를 이끈 인물로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레이 찰스. (사진=유튜브)



디앤젤로, 맥스웰, 에리카 바두, 로린 힐은 흑인음악의 본질을 되찾은 네오소울 음악가로 소개합니다. 프랭크 오션과 위켄드, 미구엘은 2010년 이후 팝음악계 큰 흐름으로 자리잡은 '피비알앤비(PBR&B) 삼형제'로 꼽았습니다.

38명의 리스트에 반기를 들고 싶진 않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흑인 여가수로 평가받는 아레사 프랭클린과 흑인 빈민가의 실상을 고발한 저항 가수 커티스 메이필드, 백인 기득권 사회를 랩으로 신랄하게 비판했던 퍼블릭 에너미가 빠진 이유에 대해선 훗날 저자를 만나게 되면 물어봐야 겠습니다.

김정훈 lennon@hankyung.com
필자는 한경닷컴 뉴스국에서 자동차 업종을 취재하고 있다. 자동차 드라이브를 무척 좋아하지만 음악과 공연을 더 즐긴다. 글방을 통해 음악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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