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뱁새!”

한국경제신문사 편집국에 이따금 들를 때 선배들이 부르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씨익 웃는다.

 

'김용준 프로의 유구무언 시즌 2'를 시작한지 어느덧 열 달이 지났다.

그 사이 80회를 썼으니 일 주일에 거의 두 편씩 꼬박꼬박 올린 셈이다.

그 전에 '시즌 1'격인 '유구무언'을 스무 편 썼으니 합쳐서 백 편을 넘긴 것이다.

'시즌 2'를 쓰는 사이 맞은 두 차례 명절 연휴 때는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쉬고 싶었으나 편집자와 그 보다 훨씬 위에 계신 분의 요청(실은 명령. 흑흑)에 부응해 오히려 보통 때보다 더 여러 편을 쓴 기억도 난다.

 

유구무언 시즌 2를 쓰는 사이 골퍼로서 내 직함은 공식적으론 ‘김용준 프로’에서 ‘김용준 경기위원’으로 바뀌었다.

(나는 2018 시즌에 처음으로 한국프로골프협회 경기위원이 됐다. 야~호)

그~런~데

비공식적으론 ‘뱁새’가 되고 말았다.

 

편집자의 간곡한 부탁으로 세상에서 제일 재미 있는 골프 칼럼을 써보자고 한 것이 나에게 너무 멋진(?) 별명 하나를 안겨준 것이다.

 

‘뱁새’

나는 이 별명이 싫지 않다.

아니 너무 좋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종종 걸음으로 황새를 따라가는 뱁새 모습이 프로 골프 바닥에서 내 처지와 아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 나는 뱁새다.

덩치 큰 뱁새.

황새인 줄 잠시 착각했던 뱁새.

뱁새들 사이에서는 한 가락 하는 줄 알았는데

황새들 틈에 끼니 너무 버거웠다.

그래서 투어는 접고 경기위원을 지원했다.
(실은 지원할 때만 해도 경기위원은 투어에 나갈 수 없는 지 몰랐다.

그런데 경기위원으로 뽑히고 나서 워크샵을 하는데 경기위원회 규정에 떡하니 나와 있었다.
‘경기위원은 투어에 나갈 수 없다. 단, 챔피언스 투어는 예외로 한다’고.

이런 *멍청이 같으니라고)

 

‘어차피 2부 투어 3부 투어 나가도 상금도 별로 못 타지 않느냐’는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사람도 주변에 여럿 있었다.

그들에게 꼭 한 마디 해 주고 싶었다.

 

“이 악당들아! 그래 나 골프 잘 못 친다”

 

쉰 살이 되어야 KPGA 챔피언스 투어(시니어 투어)에 뛸 수 있으니

그 때까지 실력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글쎄다? 실력이 줄지나 않으면 다행 아니니? 헉)

 

이 글을 끝으로 ‘김용준 프로의 유구무언 시즌 2’를 마친다.

독자가 재미 있게 읽고 한 타라도 줄이는데 보탬이 됐다면 내가 그 동안 방정을 떤 보람이 있겠다.

 

‘유구무언’ 뜻은 이제 다 알 것이다.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는 본래 뜻 말고

 

'볼 앞에서는 말이 필요 없다’거나

‘입 닥치고 볼이나 쳐’라는 그 의미 말이다.

(‘칼럼 제목만 유구무언이지 뭔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느냐’는 애정 담은 독자들의 놀림이 그리울 것 같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뱁새 김용준 프로 고향인 해남읍이 새벽 안개에 묻혀 있다. 뱁새 친구 정지승 작가가 신새벽에 카메라를 들고 산에 올랐다. 정 작가가 오른 이 고개는 '하도 험해서 소가 무릎으로 걷는다'는 전설이 있는 '우슬재'다. '소 우'자에 '무릎 슬'자를 쓴다. 저 아래 내려다 보이는 운동장은 우슬체육관이다. 공들여 찍은 사진을  그 동안아무 대가 없이 뱁새에게 쓰도록 허락한 정지승 작가에게 감사드린다. 사랑해 !내 친구.이 사진을 보고 내리막 티 샷을 해야 하는 홀이라고 생각한다면 뱁새와 마찬가지로 심한 골프 중독자다. (몇 클럽 정도 내려 잡아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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