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화

       랠프 월도 에머슨


 

산과 다람쥐가 서로

말다툼을 했다.

산이 “꼬마 거드름쟁이”라고 하자

다람쥐가 응수하기를

“자네는 분명히 덩치가 크네.

하지만 만물과 계절이

모두 합쳐져야만

한 해가 되고

또한 세상을 이룬다네.

그리고 나는 내 처지가 다람쥐라는 걸

별로 부끄럽게 생각지 않네.

내가 자네만큼 덩치는 크지 못하지만

자네는 나처럼 작지도 않고

나의 반만큼도 재빠르지 못하지 않은가.

나도 자네가 나를 위해서

오솔길을 만들어준다는 건 시인하네.

그러나 재능은 제각기 고루고루일세.

나는 등에다 숲을 지지 못하나

자네는 도토리를 깔 수가 없지 않은가.”

 

큰 산과 작은 다람쥐를 통해 세상 만물의 특성과 가치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시다. 몸집은 작아도 재빠른 ‘꼬마’의 디테일이 거대한 산의 큰 덩치와 대조를 이룬다. “천 그루의 울창한 숲도 도토리 한 알에서 시작된다”고 한 시인의 명언도 이런 사유에서 나온 것이다.

이 시를 읽으면서 ‘디테일 경영’의 대가 왕중추(汪中求) 칭화대 명예교수를 떠올렸다. 베스트셀러 《디테일의 힘》 저자인 그를 몇 년 전 서울에서 처음 만났다. 그는 이미 ‘1000만 부 작가’ 반열에 올라 있었다.

그날 인터뷰 후 저녁을 먹는 자리였다. 그는 말수가 적고 술도 즐기지 않았다. 고만고만한 대화가 밍밍하게 이어졌다.

그러다 아주 작은 대목에서 그가 반색했다. 무슨 말끝에 ‘여산의 참모습 알 수 없는 것은/ 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라네’라는 소동파의 시 구절을 인용했더니 자기 고향이 여산이라며 아주 반가워했다. 한번 말이 트이니 일사천리였다. 동갑내기인 우린 그날 밤 친구가 됐다.

이듬해에는 중국에서 만났다. 상하이교통대(上海交通大)에서 릴레이 강연을 마치고 식당에 갔을 때 그가 앉자마자 ‘원샷’을 권했다. 빈속이라 손사래를 쳤더니 “첫 잔은 우리 인연이 잘 풀리도록, 마지막 잔은 참 만족스러웠다는 뜻으로!”라며 먼저 비웠다.

그날 마지막 잔까지 좍 비운 그가 “사실은 담낭을 절제해서 술을 못 마시는데, 오늘 특별한 날을 위해 조금씩 몸을 만들어왔다”고 털어놨다. 온몸으로 보여준 디테일의 배려에 감동이 밀려왔다.
이런 게 ‘1000만 부 작가’의 힘일까. 그는 쌀집 점원에서 대만 제일 갑부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도 들려줬다.

남의 쌀집에서 일하다 16세에 독립한 왕융칭(王永慶)은 주변 가게들과 다른 전략을 썼다. 당시만 해도 벼를 길에서 말렸기 때문에 잔돌이 섞여 밥할 때마다 쌀을 일어야 했다. 그래서 동생들과 함께 돌을 다 골라낸 뒤 팔았다.

배달할 때는 쌀독 크기와 식구 수를 미리 알아놨다가 쌀이 떨어질 때쯤 갖다 줬다. 쌀독에 남은 쌀을 다 퍼낸 뒤 새 쌀을 붓고 그 위에 남은 쌀을 부어 줬다. 묵은 쌀의 변질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처럼 작고 섬세한 배려 덕분에 당대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이를 ‘100+1=200 공식’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1%의 디테일이 ‘200’을 만드는 비결이라는 것이다. 작은 다람쥐 한 마리가 큰 산을 완성한다는 에머슨의 시와도 닮은 얘기다.
고두현/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와 문화부장 거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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