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은 뭐람?’

뱁새 김용준 프로가 모래 위에 줄 두 개를 나란히 그어놓고 벙커 밖으로 나온 뒤 고 후배를 쳐다 본다.

이 때 고 후배 머리 속에 순간적으로 스친 생각이 바로 이거였을 거다.

 

웨지 헤드가 뒤에 있는 줄에서 모래 속으로 파고 들기 시작해서 앞에 있는 줄을 지나 나오도록 해봐요

뱁새는 고 후배 눈빛에서 어리둥절함을 읽어내고 고소해 하며 설명을 시작한다.

 

뒷줄은 클럽 헤드가 처음 모래를 만나야 하는 곳이고 앞 줄은 볼이 놓인 자리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주춤하는 고 후배에게 뱁새가 설명을 보탠다.

그제서야 고 후배는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고 연습 스윙을 시작한다.

 

처음 몇 번은 뒷줄보다 한참 오른쪽(오른발 앞쪽)에 헤드를 처박는다.

실제로 샷을 했다면 볼이 벙커 밖으로 탈출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뒷땅이 난 것이다.

필시 다운 스윙 때 손을 많이 썼을 터.

 

뻘쭘해 하면서도 기죽지 않고 연습 스윙을 계속하는 고 후배.

몇 번 지나지 않아 뱁새가 주문한대로 뒷줄에서 시작해 앞줄을 지나는 스트로크가 나오기 시작한다.

 

벙커샷을 할 때도 하체 회전이 중요해요. 다운 스윙 때 왼쪽 골반을 더 끝까지 왼쪽 뒤로 돌린다는 느낌을 가지면 스윙이 중간에 끊기지 않을 거에요

시키는대로 열심히 하는 고 후배가 대견한지 뱁새가 곧바로 비결을 건네 준다.

 

번개처럼 수 십 번을 휘두르는 고 후배 뒤를 발자국들이 따라간다.

줄이 끝날 무렵에는 고 후배가 제법 정확하게 모래를 쳐낸다.

 

! 잘 하는데요!”

뱁새는 겉도는 칭찬을 한 번 하고는 고무래를 갖고 벙커 안으로 들어가 모래를 고른 다음 줄을 다시 긋는다.

말하지 않아도 또 해보라는 얘기일 것이다.

고 후배도 뱁새 마음을 읽었는지 토 달지 않고 벙커 속으로 들어가 다시 열심히 웨지를 휘두른다.

이번에는 한결 낫다.

처음부터 그럴싸한 스트로크가 이뤄진다.

 

다음은 뭡니까?’

숨이 약간 가빠진 고 후배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뱁새와 눈을 맞추는 데 이 질문을 하고 싶을 것이 틀림 없다.

 

뱁새가 가타부타 말 없이 다시 벙커를 고른다.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훨씬 정성껏 고무래질을 한다.

아니나 다를까.

더 매끈하게 고른 모래 위에 볼을 하나씩 적당한 간격을 두고 던진다.

아까처럼 줄은 긋지 않고.

'툭' 던진 볼이 모래에 약간 묻힐라치면 다시 집어 들어 조심스럽게 얹어 놓는다.

벙커샷 중에서는 가장 라이가 좋은 상황을 만드는 것 같다.

 

, 이제 한 번 볼을 쳐봐요! 아까처럼 줄이 있다고 생각하고

뱁새가 주문을 하고 뒤로 물러선다.
 

고 후배는 긴장했는지 침을 꿀꺽 삼킨다.

볼이 있든 없든 여전히 연습일 뿐인데도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고 후배는 첫번째 볼부터 시원하게 벙커 밖으로 쳐 낸다.

볼은 높이도 적당하게 날아가더니 그린에 떨어져서도 두어 번 튀고 바로 멈춰 선다.

거의 완벽한 벙커샷이다.

목표보다 오른쪽으로 갔다는 것만 빼곤.

 

고 후배가 몇 개 더 치는데 상당수가 만족할만하게 날아간다.

눈가까지 미소가 번지기는 고 후배나 뱁새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곧 정신을 가다듬은 뱁새가 적절한 타이밍에 찬물을 끼얹는다.

벙커샷을 할 때 클럽 페이스를 열면 볼이 약간 오른쪽으로 가겠죠? 그러니까 실제로 볼을 칠 때는 목표보다 조금 왼쪽을 겨냥해야 해요

뱁새는 다시 나뭇가지를 집어들더니 볼에서 목표 쪽으로 화살표를 하나 그린다.

볼이 날아가야 할 방향을 표시한 것이다.

그리고 화살표보다 17도쯤 왼쪽을 보게 선을 하나 더 긋는다.

(17도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니? 각도기도 없이)

이 선 방향으로 몸을 정렬하라는 설명을 보태면서.

 

그리고 화살표보다 17도 왼쪽을 가리키는 그 선과 수직이 되게 선을 하나 볼에서부터 긋는다.

이 선에 왼발 뒷꿈치 안쪽을 맞춰야 합니다. 이 위치에 볼을 두고 어프러치 하듯이 보통 스윙을 하면 클럽 헤드는 우리 몸 중심쯤에서 모래를 파고 들어가서 왼발 뒤꿈치 정도를 지나서 나오게

되죠. 그럼 볼은 적당한 높이로 뜨면서 약간 오른쪽으로 날아가 목표로 정확히 가겠죠?”

뱁새가 조금 길게 설명을 한다.

 

여기에 백스윙 때 되도록 체중이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거나

샷을 하다 끊지 말고 피니쉬를 되도록 높게 해야 한다거나

클럽 페이스가 계속 자신을 보고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따위로 주의사항도 빼먹지 않는다.

 

고 후배는 고개를 끄덕인다.

한 치수 높은 기술을 듣고 나니 머쓱하지만 그래도 벙커에서 이렇게 부드럽게 탈출하기만 해도 어디냐고 좋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최경주 프로는 벙커샷을 하루에 이천 개씩 연습했다잖아요

고 후배가 작은 성공에 만족해서 오만해질까봐 뱁새가 못을 박는다.

자의였는지 등을 떠밀려서 그랬는지 좌우지간 고 후배는 벙커 안에서 나오지도 않고 내리 백 여 개를 연습하고 만다.

 

! 기본 벙커샷은 이해가 됐지요? 조금 쉬었다가 더 까다로운 벙커샷을 익혀봅시다

뱁새는 선금으로 월사금을 받았는데도 풀어지지 않는 진정한 지도자의 자세를 유지한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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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대승을 거둔 바로 그 해협에 지금은 큰 다리가 놓여 있다. 뱁새 김용준 프로 고향인 해남과 진도를 잇는 진도대교다. 진도대교가 놓인 뒤로 물살이 크게 약해졌는데도 여전히 아찔할만큼 세다. 제일 멀리 불빛들이 희미하게 보이는 곳은 바로 우수영이다. 뱁새 친구 정지승 작가가 사진에 담았다. 이순신 장군도 이 자리에 서서 명량해협과 주변을 내려다 보며 작전을 짰을 것이라고 뱁새는 짐작해 본다. 골프 코스도 퍼팅 그린에서 티잉 그라운드쪽을 돌아보면 좋다. 티샷은 어디로 쳐야 하며 그린은 어떻게 공략하는 것이 나은지 알게 된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뭐 하냐고 되묻는 골퍼들은 기본기를 더 연마하고 나서야 해당하는 얘기라 아쉽다. 그래도 홀 아웃 하고 나면 지나온 홀을 한 번 돌아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혹시 그 홀 점수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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