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밤 게토 얼라이브에서 열린 뉴 아트 트리오의 첫 단독 공연)

요즘 언더그라운드 재즈 음악가들이 무대를 꾸미는 곳이 있습니다.  서울 성수동에 있던 지하식당(설렁탕집)을 개조한 '게토 얼라이브'가 그곳인데요. 40평 남짓한 공간엔 가끔씩 저녁에 재즈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기자가 찾아간 지난 6일 밤에도 재즈를 연주하는 뉴 아트 트리오(New Art Trio)의 첫 단독 콘서트가 열렸습니다.

서울지하철2호선 뚝섬역 8번 출구로 나와 서울숲 방향으로 걷다보면 '게토(GHETTO)'라는 간판이 걸린 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허름한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면 미대생들의 작업실 같은 공간이 나옵니다. 실내 벽엔 이름 모를 성수동 아티스트가 그린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그동안 다녀 본 재즈 공연장과는 달리 누추한 분위기가 이색적이었습니다.

이 곳의 시작은 2016년 7월입니다. 17년간 문이 잠겨있던 지하식당을 찾아내 문화의 공간으로 만든 주인공은 운영자 정지선 씨입니다. 그는 "원래 이곳은 설렁탕집이었는데 공연장으로 개조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어 "성동구에 7개 공연장이 있는데 이 곳도 소월아트홀, 성수아트홀 등과 함께 성동구 공연장으로 등록된 장소"라고 했습니다.

운영자는 성수동을 '한국의 디트로이트'라고 표현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호황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디트로이트는 2008년 금융위기로 약 21조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파산을 했다가 제너럴모터스(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차 '빅3'가 재도약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는 도시가 됐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폐허와 범죄의 상징 같았던 도시의 '흑역사'가 이젠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활력이 넘치는 도시로 되살아났습니다.

성수동은 1960년대 수제화공장과 각종 창고들이 밀집된 커다란 공장 지대였습니다. 그러나 제조업의 쇠퇴로 근로자들이 하나둘 떠나간 성수동은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식당도 문을 닫는 곳이 많았습니다. 이 곳 지하창고도 그중에 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차디찬 지하공간으로 버러진 40평. 이 곳에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려고 했던 운영자의 노력으로 게토 얼라이브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과거 배고픈 근로자의 허기를 달래주던 식당의 기억을, 새로운 문화생활에 배고픈 이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공간으로, 지루하거나 엄격하지 않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는 겁니다. 지금의 성수동은 도심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집값이 뛰고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활기찬 동네로 달라져가고 있습니다.

게토 얼라이브는 1970년대 라몬스, 텔레비전, 패티 스미스, 토킹헤즈 등 펑크록 전설들을 배출해낸 뉴욕의 CBGB클럽과 같이 재즈 음악가들의 CBGB가 이미 돼 버린 느낌이었습니다. 한 달에 평균 3~4회 공연이 열리는데, 6월까진 공연 일정이 모두 잡혀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써니킴(재즈 보컬리스트) 황호규(베이시스트) 계수정(피아니스트) 같은 음악가들의 공연 일정이 잡혀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EBS 스페이스공감에 출연한 재즈 뮤지션 대부분이 이 곳에서 공연을 했다고 합니다.
무대는 자유롭지만 원칙은 있습니다. 프로 연주자든, 아마추어 연주자든 아무나 무대에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운영자는 "자작곡을 쓰고 앨범을 낸 음악가들만 공연 스케줄을 잡아준다"며 "이 곳에서 실험적이고 증흑적인 음악과 연주가 나오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뉴 아트 트리오의 공연은 15명의 관객과 80분간 함께했습니다. 기자는 얼마 전 이태원 올댓재즈에서 이들의 공연을 우연히 본 적이 있어 두 번째 공연을 찾아가 봤습니다. 피아노(이미영) 베이스(김성수) 드럼(김영준) 셋이 모여 컨템포러리 재즈를 연주합니다. 뉴 아트 트리오는 대중들에게 아직 낯선 이름입니다. 하지만 이태원 올댓재즈, 홍대 에반스 등 재즈 클럽을 찾는 라이브음악 애호가들에게 서서히 이름을 알려나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이날 2집에 실릴 예정인 미발표곡 '뉴아트'(가제)도 연주했습니다. 피아니스트 이미영은 "지난해 프랑스에서 '아리랑'(1집 대표곡)을 연주했는데 현지 반응이 무척 좋았다. 그땐 첫 앨범이 나오지 않아 음반을 못 팔았는데 다음달에 프랑스 공연을 가게 돼 앨범을 팔고 싶다"며 들뜬 마음을 전했습니다.

김정훈 lennon@hankyung.com
필자는 한경닷컴 뉴스국에서 자동차 업종을 취재하고 있다. 자동차 드라이브를 무척 좋아하지만 음악과 공연을 더 즐긴다. 글방을 통해 음악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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