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분노하는가?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30년 근무했는데, 2일 전에 퇴직을 권고 받았다면?
평생직업이 아닌 평생직장의 세대였다. 1980년대 입사한 첫 직장에서 30년 넘게 근무하면서 결혼도 하고, 자식을 낳아 잘 키웠고,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했기 때문에 항상 회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었다. 회사를 떠날 때에는 후배들에게 회사에 대해 감사하고, 남기고 떠나는 사람이 되라는 인사말도 준비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전화를 통하여 2일 후에 회사를 떠나줬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으면 어떻겠는가?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 있고, 해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데, 잘 할 수 있는데 떠나라고 한다. 그것도 전화로. 집에 가서 무슨 말을 할 것인가 머리가 하얗다. 전화에서는 퇴직 조건을 이야기하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내가 안된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알았다고는 했지만, 암담하다. 아니 화가 난다. 젊음을 바친 30년의 대가가 이것인가 하는 생각이 치솟아 오른다. 평소 감사하다는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서운한 마음과 이럴 수가 있냐는 분노가 가득하다. 책상을 정리하면서 버리기 시작한다. 하나 하나 해야 할 과제이고, 귀중한 자료이건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전부 쓰레기통에 넣으며 내 자신이 쓰레기가 되는 듯해 눈물이 솟구친다.

퇴직하면 시베리아 벌판이다.
30년 넘게 근무하고 퇴직한 후, 입사 후 처음으로 이력서를 작성하고 이 곳 저 곳에 넣어 봤다. 연락 오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선배들과 친구들을 찾아 갔는데 힘들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식사를 하고 빨리 가줬으면 하는 모습이다. 아니 그렇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다. 직장 다닐 때의 급여 수준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대폭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찾는 이가 없다. 생각해 보니 한 직무의 전문성을 갖고 내가 그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 지인들은 회사에서의 직책을 다 잊으라고 했는데, 내가 잊는 것보다 만나는 사람들이 기억하며 거절한다. 그들은 높은 직책에까지 계셨던 분이 이런 일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기회 자체를 주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없고 할 일이 없고 만날 사람이 없다. 언덕이 있고 할 일이 있던 직장생활이 그렇게 부럽다. 아내가 묻는다. “오늘 어데 가?” “아니, 내가 갈 곳이 어디 있다고? 왜 약속이 있어?” 아내는 몹시 미안해 한다.
무엇이 분노하게 하는가?
처음에는 30년 직장생활을 했는데, 2일만에 퇴직하라는 전화요청에 분노하지만, 이 분노보다 더 큰 분노는 내가 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었냐는 통렬한 자기 반성이다. 돌이켜 보면 회사만을 생각하고 앞만 보고 달렸다. 그랬기에 전문역량을 키우지 못했고, 내부 사람 만나기에 급급했지 외부 인사들과 교류는 거의 없었다. 내리 사랑이라고 후배들에게만 몰두했지 오너와 CEO에게는 소홀했던 자신이 한심해 화가 나는 것이다.
필자가 정부와 공기업 자문위원으로 있으면서 조직개편 관련해 관리자와 경영자 인터뷰를 실시한 적이 있다. 정부 조직에서 과장과 국장은 중요한 실무 최고의 의사결정자이다. 문제는 한 부서에 이들의 평균 근무기간이 1.5년 수준이라는 점이다. 공기업의 부장이나 실장도 2년 수준이었다. 한 부서에서 2년 근무하다가 다른 부서로 이동한다면 전문성이 어떻게 쌓이겠는가? 회사에 있을 때는 괜찮지만, 사회에 나오면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 된다. 민간기업에서는 관리자 이상이 되면 의사결정만 하다 보니 실무 업무를 하지 않아 일의 프레임워크를 정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안을 만드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강의와 컨설팅을 하지 않아 이런 일들은 하기가 어렵다. 내부 인력만을 챙기다 보니 일을 중심으로 자신을 불러주는 사람이 없다. 자유롭게 토론하고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를 제안하여 추진하는 문화에서 생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역량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자신의 일을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정리하여 매뉴얼 또는 강의안을 만들어 놓은 것이 없다. 해본 적은 있으나 하라면 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 회사를 떠난 다음에 후배들에게 자료를 보내 달라고 할 수가 없다. 떠난 다음에 반기며 알아주는 후배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으로 자료유출이 불가능하다. 몇 년 한 직무를 했다고 하지만, 일의 전문성은 낮은 수준이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30년 직장생활을 했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 분노하는 것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가?
회사가 내 역량을 책임지고 키워주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면, 결국 내가 내 시장가치와 남들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떠난 다음에 후회하거나 분노하는 것은 본인의 잘못이다. 회사는 떠난 사람을 기억해 줄 여유가 없다. 그렇다면 개인도 과거에 얽매여 분노의 응어리를 간직하고 있기 보다는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 좋아하며 잘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 순간에 할 수 없다. 준비과정이 있어야 한다. 기업에 있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은 무능한 사람이다. 30년 근무한 후에 퇴직 후 할 일이 없다는 사람에게 유능하다고 하겠는가? 인생의 무능자일 뿐이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첫째,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가르치고 진단하며 지도 또는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성을 갖고, 이에 부합하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갖고 있어야 한다.
직책을 맡고 있어도 자신이 직접 수행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
둘째, 자신이 수행하는 일과 관련된 외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참여하여 상호 도움을 받아야 한다. 협업과 공유의 시대이다. 움켜쥐고 남의 것만 받으려는 마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외부의 시각에서 직무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해가며 친목을 다져야 한다. 결국 이들이 퇴직 후 자신을 찾는 기반이 된다.
셋째, 항상 길고 머리 보면서 한발 앞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정체되면 안정을 취하고 싶고 도전하기 보다는 했던 것에 안주하게 된다. 퇴직하면 안주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집안에서 아내에게 서러움이나 받는 존재가 된다. 직무의 자격증도 따고 한발 앞서 자신이 이끌 회사를 구상하며 펼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할 수 있는 가를 알고 하나 하나 준비한 사람만이 퇴직 후 즐거울 수 있다.

분노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도전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
이는 주어진 순간에 즐기며 준비하는 사람만이 결정할 수 있다.
저는 행운아이며, HR전문가입니다. 삼성/LG/ GS/KT&G에서 31년동안 HR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HR 담당자는 CEO를 보완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사업과 연계하여 조직, 사람, 제도,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며 가치를 창출하여 회사가 지속성장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는 인사의 전략적 측면뿐 아니라 여러 상황 속에서 인사담당자뿐 아니라 경영자가 어떠한 판단과 실행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시사점을 던질 것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