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창업자는 다양한 사안에 관해 결정할 때 본인의 직감을 이용하곤 한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와 같은 유명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본인의 직감을 믿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잡스는 스탠퍼드 졸업식 연설에서 직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하였다.

“미래를 예측하면서 점들을 연결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직 과거를 통해서만 점들이 어떻게 연결됐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신의 직감, 운명, 인생, 카르마 등을 믿고 미래에 점들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될지 예측해야만 합니다.”

직감은 데이터의 양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이 기업의 청사진을 그리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본인의 제품을 이용하는 활성 사용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적은 수의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섣부르게 결정을 내리는 것 보다 창업자의 직감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만약 직감에 의해 잘못된 선택을 내리더라도 초기 단계라서 피해가 크지 않을뿐더러 빠르게 수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의사결정 방법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성숙기에 접어든 스타트업에서 경영자가 계속 직감에만 의지한 선택을 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직감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숙기에 접어든 기업일수록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의 크기가 커지고 사용자 수가 증가할수록 제품에 대한 고객의 반응, 고객의 제품 학습 속도, 고객의 구매 의사 결정 등에 관한 데이터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기 시작한다. 이를 기반으로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거나 미래 예측 모델을 만들어 의사결정을 하게 되면 더욱 더 논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과가 좋지 않아도 어떤 이유 때문이었는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 기반의 결정을 내리기 시작하면 데이터를 이용해서 팀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이런 프로세스는 팀원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질수록 매우 중요해진다.

특히 오늘날 스타트업이 마주하는 데이터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1분 동안 유튜브에서는 72시간의 비디오, 트위터에서는 27만 건의 트윗이 생성될 만큼 수많은 데이터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를 ‘빅데이터’라고 부른다. 국립중앙과학관은 “빅데이터란 기존 데이터보다 너무 방대하여 기존의 방법이나 도구로 수집/저장/분석 등이 어려운 정형 및 비정형 데이터들”이라고 정의한다. 스타트업들에게 빅데이터를 분석/가공하고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부분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포브스의 조사에 따르면 2015년에 인터뷰한 회사의 17%만이 빅 데이터를 도입했지만, 2017년 조사에서는 인터뷰한 회사의 53%가 빅 데이터를 도입할 만큼 빅데이터를 도입하는 회사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스타트업인 페이스북, 구글, 에어비앤비, 우버 등도 모두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이스북은 불과 10년 사이에 방대한 인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큰 성공을 이룬 것으로 유명하다. 페이스북은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다른 고객들과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과거의 친구들을 더 쉽게 찾아주거나 더 효율적으로 새로운 친구를 추천해준다. 또한, 빅데이터를 통해 사용자의 선호를 파악하여 고양이 사진을 많이 본 사용자의 피드 속에 자연스럽게 고양이와 관련된 사진 혹은 영상들이 더 자주 보이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많은 창업자가 다양한 결정을 내릴 때 직감과 데이터 사이에서 고민하곤 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창업자의 직감이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이 점점 커지면서 이것을 기업화(institutionalizing)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명 컨설팅 기업 Bain&Company의 파트너 Eric Almquist는 “ 사람들이 흔히 스티브 잡스가 고객 리서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지금 애플을 보면 고객 리서치 머신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직감을 바탕으로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공을 이루어 냈다. 특히 빅데이터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오늘날 스타트업계에서 장기적으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직감보다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는 회사 문화를 만들도록 해야한다. 데이터 기반의 결정은 스타트업 성공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김경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복잡한 미국 비자 서류를 자동화 소프트웨어 툴을 이용해 만들어주는 파운드비자(FoundVisa)를 공동 창업했다.기존의 컴퓨터 교육을 대체할 새로운 코딩 교육 시스템을 만드는 와이 콤비네이터 출신의 메이크 스쿨(Make School)에서 Country Manager로 일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프로덕트(Product)와 그로스(Growth) 두 분야에 큰 관심을 키우게 되었고 미국의 대표적인 라이드 쉐어링 회사인 리프트(Lyft)에서 그로스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