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와 고 후배 둘은 연습 그린 여기 저기에 놓인 볼을 주워 자루에 담는다.

치는 건 재미있는지 몰라도 쭈그려 앉아 오리걸음을 하며 볼을 주워 담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데도 고 후배는 성큼성큼 잘 돌아다니며 볼을 주워 온다.

뱁새가 슬쩍 돌아보니 고 후배 입가에 엷은 미소가 피어 있다.

겨우 '어프러치의 기본 중 기본'을 배웠을 뿐인데 저렇게 좋을까?

 

! 저쪽 그린으로 가봅시다

뱁새는 볼자루와 자기 웨지 두 개 반쯤 마시다 남은 생수병 그리고 아무렇게나 내팽겨쳐 놓았던 점퍼를 집어 들고 옆에 있는 포대 그린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제가 들게요

자기 살림살이를 챙겨든 고 후배가 날쌔게 걸어오더니 볼 자루를 자신이 들겠다고 손을 내민다.

 

저기 연습 그린에 물병 갖고 오세요

과녁으로 삼느라고 그린 가운데 놓아두었던 물병이 뱁새 눈에 띈다.

 

!”

고 후배가 총총 걸음으로 뛰어가더니 생수병을 냉큼 집어 든다.

 

여기서 한 번 쳐봐요

뱁새는 제법 비탈진 곳에 자리를 잡더니 볼 열댓 개를 자루에서 꺼내 주변에 늘어 놓는다.

그리곤 뚜벅뚜벅 그린으로 걸어 올라가더니 스무 걸음 남짓한 곳에 생수병을 내려 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거기까지 쳐보라는 얘기일 것이다.

 

고 후배는 의기양양하게 웨지를 집어 들고 스트로크를 한다.

 

!”

외마디 소리가 결과를 말해 준다.

 

말없이 볼 한 개를 고 후배 앞으로 다시 밀어주는 뱁새.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볼은 풀쩍 뛰어오르기만 하고 멀리 나가지 못한다.

몇 번 해 보지만 신통치 않다.

 

겸연쩍은 표정으로 뱁새를 돌아보는 고 후배.

'씨익' 웃는 뱁새 얼굴에서 내 그럴 줄 알았다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

 

경사면에서는 몸이 땅과 수직이 되게 서야 해요. 하늘을 보고 서지 말고

뱁새가 들고 있던 웨지를 땅과 수직이 되게 세웠다가 다시 하늘을 보게 세웠다가 하며 설명을 한다.

 

봐요! 하늘을 보고 서면 스트로크를 할 때 클럽 헤드가 이렇게 땅에 탁 걸리잖아요! 그러면 제대로 임팩트가 이뤄지지 않죠

뱁새가 웨지로 볼 없이 시범을 보이는 데 클럽 헤드를 일부러 잔디 속에 더 쳐 박는다.

가슴에 강하게 와 닿게 하려는 취지이겠지만 연습장 관리자가 보면 눈살을 찌푸릴 일이다.

 

이렇게 지면과 수직을 이루게 서야 클럽 헤드가 볼을 치고 잔디 위를 매끄럽게 빠져 나가죠!”

이번에는 올바른 셋업이라며 시범을 보이는 뱁새.

내뱉은 말마따나 지면과 수직이 되게 선채로 연거푸 웨지로 연습 스트로크를 하는데

몇 번이나 클럽 헤드가 잔디 위를 부드럽게 쓸고 지나가다가 결국 한 번은 잔디를 폭 파먹고 만다.

 

에고!’

노련한 뱁새가 태연하게 넘어가려 하지만 파인 곳 주변을 클럽 헤드로 쓰다듬어 감추는 모양이 작은 망신이라고 느끼는 것이 분명하다.

 

이래서

'뱁새=바담 풍'인가?

 

골프 채널에 나오는 유명한 임 모 프로는 시범을 보일 때 이런 실수는 절대 없던데.

녹화 방송이라 그렇지 그 양반도 분명히 실수를 할거야

뱁새는 애써 자신을 위로한다.

 

 

따악

고 후배가 셋업한 모양새로 보아 분명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뱁새가 생각하는 틈에 볼은 생수병을 한참 지나쳐 날아가고 만다.

잔디에 걸려서 바로 앞에 떨어졌던 기억 때문에 세게 친 탓일 터다.

진득하게 기다려 보기로 하는 뱁새.

서너 개를 너무 과하게 치더니 몇 개는 짧다.

 

너무 멀리 간 것 중 몇 개는 백 스윙 때 체중이 오른발로 갔다가 미처 왼발로 오지 못하고 다운 스윙을 하는 통에 볼 옆구리를 때린 것도 있어 보인다.

뱁새는 고 후배에게 이 대목도 조곤조곤 설명한다.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고 후배가 볼을 제대로 맞혀 내기 시작한다.

그린 위에 떨어진 다음 생수병까지 적당히 굴러가기를 몇 차례.

 

와우! 이건 칩인이네

드디어 한 개가 적당한 속도로 굴러가 생수병을 맞힌 것이다.

(칩인은 그린 밖에서 칩샷이나 피칭샷 한 볼이 홀에 바로 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실전이라면 레귤러 온을 하지 못하고도 버디나 파 세이브를 한 것일 테니 얼마나 기분이 좋겠는가?)

고 후배는 신이 났는지 십오 분도 안 되어서 볼 한 자루를 다 친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쉬었다 합시다

자기가 볼을 치기라도 한 것처럼 만연한 미소를 띤 뱁새가 물을 한 모금 들이킨 다음 다시 채운 볼 자루를 들고 그린 밖으로 내려온다.

 

조금만 더 해 보고요

엔도르핀 탓일까?

고 후배는 지친 기색이 없다.

(본전을 뽑으려는 생각이었을까? 설마?)

 

‘어? 그렇다면

뱁새는 그린 옆에 붙은 벙커 뒤쪽으로 가더니 자루에 있는 볼을 전부 쏟아낸다.

제법 큰 벙커를 넘겨서 쳐야 하는 로브 샷 상황이다.

 

여기서 한 번 쳐봐요. 실전에서 이런 상황 자주 나오죠?”

뱁새는 어디 한 번 당해보라는 생각인지 사전 설명도 없이 새로운 샷을 시킨다.

 

날렵한 몸매에 호리호리한 키 그리고 반짝이는 눈을 가져 임기응변에 능해 보이는 고 후배는 과연 배우지 않고도 이 샷을 해 낼 수 있을까?

 

다음 회에 계속된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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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 친구 정지승 작가가 뱁새 고향 해남에 핀 유채꽃을 사진으로 담았다. 뱁새는 유채꽃을 보면 초등학교(뱁새에겐 국민학교) 때  해남여중학교 담 옆에 있던 유채밭에서 유채를 마구 쓰러뜨리며 놀다가 밭주인에게 걸려서 너무나 소중한 야구 글러브를 뺐긴 기억에 마음이 아린다. 복합비료푸대나 밀가루푸대를 접어서 글러브로 쓰던 시절에 아버지가 사주신 가죽 글러브는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지금 세트에 천 만원도 넘는다는 골프채도 그 때 글러브만큼 귀하지 않다고 뱁새는 생각한다. (골프장 화단에서 볼 찾을 때 꽃 밟지 맙시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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