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 김용준 프로와 고 후배에게 주어진 것은 딱 두 시간이다.

둘은 그 시간 내에 어프러치 기본기를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

누가 가르치고 누가 배우는 것일까?

그래도 명색이 프로이니 뱁새 김용준 프로가 가르치는 쪽이라고 생각한 독자가 있다면 감사하다.

(그건 그렇다 치고 왜 두 시간 뿐이냐고? 음! 그건 뱁새가 그 뒤로 약속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 결코 ‘월사금’ 따위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해 둔다. 뱁새 그렇게 째째한 새 아니다. 과연?)

 

일요일 아침 뱁새와 고 후배는 각각 웨지 두 개씩과 물 한 병씩 그리고 볼 한 자루를 들고 숏 게임 연습 그린에 들어선다.

서릿발이 막 가신 그린에 말이다.

 

“샌드 웨지로 피칭 샷 한 번 해 봐요”

뱁새는 출장 다닐 때 속옷 따위를 싸가지고 다녔을 법한 자루에 반쯤 담긴 볼 가운데 여남은 개를 쏟아낸다. 그리곤 고 후배가 몸을 푸는 틈에 어느 참에 갖다 놓았는지 그린 가운데쯤 놓인 생수병을 가리킨다.

 

“샌드로는 한 번도 피칭 샷을 안 해봤는데요! 피칭 웨지로 굴려보기만 했지. 차에 가서 피칭 갖고 올까요?”

고 후배가 뻘쭘한지 뱁새와 눈을 맞춘다.

 

머~엉!

 

“아니에요. 러닝 어프러치는 많이 해 봤을테니 샌드로 한 번 해 봅시다”

노련한(?) 선생답게 뱁새가 가까스로 말을 더듬는 지경만은 면한다.

 

“넵!”

고 후배가 군소리 없이 ‘S’라고 쓴 웨지를 집어드는 데 웬지 여느 ‘먹물’ 같지 않다.

 

‘오늘 잘 하면 두 시간 만에도 상당히 진도를 나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뱁새 뇌리를 스치는 찰라.

 

‘따~악’

뱁새 기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고 후배가 톱볼을 낸 것이다.

 

'철퍼덕'

멋쩍어 하는 고 후배에게 용기를 북돋느라 뱁새가 냉큼 밀어준 두 번째 볼은 ‘폴짝’ 뜨더니 서너 발짝 앞에 떨어지고 만다.

뒷땅이 난 것이다.

 

자루에서 꺼내놓은 볼을 몇 개 더 밀어줬지만 처음 두 샷과 거기서 거기다.

 

뱁새가 가만히 보니 고 후배는 백 스윙을 엄청 크게 한 다음 볼을 강하게 때려 커팅 해 내려고 하고 있다.

볼을 몸 가운데쯤 둔 채로 말이다.

 

여기서 생수병까지는 스물 발짝도 채 안 되는데 고 후배 백 스윙만 보면 마흔 발짝은 족히 보낼 기세다.

큰 백스윙에 비해 다운 스윙은 너무 작다.

임팩트가 끝나자 마자 클럽 헤드를 멈추려고 하는 것이다.

 

갑자기 갈증을 느낀 뱁새는 자기 몫인 생수병 뚜겅을 따서 물을 두어 모금 들이킨 다음 저만치 던져둔다.

 

“볼을 맞히고 바로 스윙을 멈추려고 하지 말고 왼쪽 골반을 조금 더 회전해 봐요”

뱁새는 우선 탁탁 끊는 스윙부터 바꿔 보기로 작정한다.

 

고 후배가 뱁새 말을 듣고는 임팩트 이후에 릴리스를 상당히 길게 해 보려고 애를 쓴다.

볼 없이 맨 바닥에 열댓 번 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게 보인다.

잔디 순이 막 돋아나 약간 파릇한 바닥이 뭉떵 뭉떵 파여 나가는 것이 뱁새 눈에 거슬린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연습 스윙을 할 때는 잔디를 덜 손상해야 한다'는 에티켓부터 가르치기엔 너무 시간이 촉박한 것을.

 

백 스윙은 조금 줄이고 릴리스를 약간 더 길게 하면서 고 후배는 그럭저럭 볼을 맞혀 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새로 스무 개쯤 자루에서 꺼낸 볼을 다 칠 때까지도 볼은 높게 뜨지 않는다.

 

임팩트 직전에 그립보다 웨지 헤드가 먼저 볼을 지나는 것이 뱁새 눈에 들어온다.

고 후배가 핸드 퍼스트를 잘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헤드 퍼스트를 하면 핸드 퍼스트를 할 때와 반대로 클럽 페이스가 닫아져서 로프트가 낮아진다.

클럽 페이스가 더 세워지는 효과가 생기니 당연히 볼은 낮고 더 거칠게 가기 마련이다.

 

“임팩트 후에도 손이 헤드보다 더 앞서간다는 느낌을 가져봐요”

뱁새는 셋업을 한 고 후배 맞은 편에 서서 오른손으로는 고 후배의 그립 쥔 손을 잡고 왼손으로는 샤프트를 붙든 채로 스윙 때 각 부분이 가야 할 길을 직접 끌고 가 준다.

여러 번 하는 폼이 이 대목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뱁새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우!”

둘이 동시에 탄성을 지른다.

고 후배가 뱁새가 시키는 것 비슷하게 해 보려고 노력하던 끝에 볼 한 개를 부드럽게 띄워 그린으로 보낸 것이다.

 

‘금방 이해 하네!’라고 뱁새가 좋아할 새도 없이 그 뒤에 연거푸 몇 개를 다시 조금 전처럼 낮게 날려보내는 고 후배.

 

주로 손을 써서 스윙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짧은 어프러치에서 다운 스윙 때는 손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뱁새는 고 후배와 눈을 마주치며 강조한다.

 

몇 차례 볼 없이 연습 스윙을 해 보는데도 조금밖에 나아지지 않는다.

 

“손은 아예 쓰지 말고 왼쪽 골반을 끝까지 왼쪽으로 돌린다고 생각해 봐요. 그러면 클럽에 알아서 돌아갈 거에요”

불현듯 떠오른 것이 있는지 뱁새가 자신 있게 말한다.

 

‘웬~걸’

부드럽게 회전하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다.

 

대여섯 번 더 맨 바닥에 연습 스윙을 하도록 내버려둔 다음 자루에서 볼을 잔뜩 꺼내 주는 뱁새.

새 봄이라 아무리 양잔디를 심은 곳이라고 해도 겨우 드문 드문 파란데 그 중에서 풀이 도톰하게 올라온  ‘좋은 자리’를 골라 볼을 하나씩 띄엄 띄엄 올려 놓는다.

 

고 후배가 하나씩 스트로크 하는데 몇 개가 깔끔하게 날아간다.

 

“나머지도 다 쳐봐요”

목소리에 생기가 담긴 채로 뱁새가 말을 하며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는데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다.
 

조짐이 좋아 보이는데 과연 고 후배는 이날 어디까지 배울 수 있을까?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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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smithkim@gmail.com

푸른 잔디에서도 어려운데 잔디가 아직 돋지도 않는 곳에서는 어프러치 하기가  어디 쉽겠는가? 뱁새 김용준 프로도 전에는 맨땅에서 어프러치 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바운스로 치는 법을 익히고 난 뒤에는 겨울 잔디에서도 밥값은 한다고 자신한다는 데. 글쎄다? 보여주기 전에는 믿지 않는 세상이고 보니.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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