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바로 그 사람이다. 말은 지식과 인품, 성격을 고스란히 담는다. 교묘한 말로 진짜 자신을 숨길 순 있다. 하지만 그 유효기간이 짧다. 공자는 “꾸미는 얼굴빛과 교묘한 말에는 인이 드물다(巧言令色 鮮矣仁)”고 했다. 말은 단순히 자신의 뜻을 나타내는 수단 이상이다. 말은 바로 당신이다. 타인은 당신의 말로 당신이 누군지를 가늠한다. 당신은 누군가의 말로 그가 누군지를 헤아린다.

공자에게 말은 군자 소인을 가르는 가늠자다. 군자가 말을 더듬듯이 하는 건 언변이 서툴러서가 아니다. 그건 행함이 말을 따르지 못할까 염려한 때문이다. 소인은 말을 앞세우고 군자는 행(行)을 앞세운다. 공자는 사람을 말로 취하고 용모로 취하면 실수가 잦다고 했다. 공자는 ≪논어≫ 양화편에서 말을 가볍게 하는 세태를 나무란다. “길에서 듣고 길에서 말하는 것은 덕을 버리는 짓이다(道聽而塗說 德之棄也).”

성악설을 주창한 순자 역시 ≪순자≫ 권학편에서 말의 가벼움을 신랄히 꼬집는다. “소인배의 학문은 귀로 들어가 입으로 바로 나올 뿐 마음속에 새겨 두려고 하지 않는다. 귀와 입 사이는 불과 네 치밖에 안 되는데 배움이 이리 짧은 거리를 지나갈 뿐이면 어찌 일곱 자 몸을 아름답게 닦을 수 있겠는가.” 순자는 또 “물음이 불손한 자에게는 답하지 말고, 답변이 퉁명스런 자에게는 묻지 말며, 다투려는 기색이 역력한 자와는 더불어 옳고그름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도청도설(道聽塗說), 길에서 들은 말(道聽)을 길에 흘려 버린다(塗說)는 뜻이다. 근거없는 허황한 소문을 이리저리 퍼뜨리고 다니거나 교훈이 될 만한 말을 깊이 새기지 않고 바로 옮기는 경박한 태도를 비유한다. 도(塗)는 진흙이란 뜻이니 가슴에 담아둬야 할 말을 바로 진흙에 흩뿌림을 의미한다. 길에서 들은 것을 남에게 아는 체하며 말하는 것을 꼬집을 때도 쓰인다.

순자는 묻지 않은 말을 입밖에 내는 것을 ‘잔소리’라 하고, 하나를 묻는데 둘을 말하는 것을 ‘수다’라 했다. 공자는 남의 말을 중간에 끊는 것을 ‘조급’이라 하고, 남의 말이 끝났는데도 자기 말을 하지 않는 것을 ‘숨김’이라 했다. 그리보면 쉬운 듯하면서 어려운 게 말이다. 험담은 줄이고 덕담은 늘려라. 말보다는 실천을 앞세워라. 진짜 당신은 말이 아니라 행함이다. 말은 함부로 보태지 마라.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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