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럴수가?’

며칠 전 지인을 레슨 하다가 뱁새 김용준 프로는 많이 놀랐다.

 

그립을 잡은 그의 오른손 엄지와 검지를 샤프트에서 떼어내려면 애를 써야 할 정도였다.

이 대목에서 '그가 그립을 너무 꽉 잡고 있구나’라고 짐작한다면 한가락 하는 독자다.

셋업을 한 그와 마주서서 뱁새가 그의 드라이버 헤드 쪽을 잡고 이리저리 돌려보려고 하면 빡빡해서 도무지 돌아가지 않았다.

그의 손목이 얼마나 뻣뻣한 지 알 수 있었다.

 

손가락과 손목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면 나머지는 보나마나다.

팔과 어깨는 얼마나 굳어 있을지.

 

그는 퇴보하고 있었다.

뱁새보다 구력이 훨씬 긴 그가 말이다.

그의 스윙은 뱁새가 처음 그와 골프를 친 10년 전보다 훨씬 못했다.

실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스윙이라고 하기도 어려웠다.

 

얼마나 힘들어 하며 골프를 치고 있을지 고충을 털어놓지 않아도 뱁새는 짐작할 수 있었다.

 

레슨을 막 시작할 때는 몰랐다.

그가 왜 그렇게 어정쩡하게 백스윙을 하는지.

 

그의 백스윙은 예전의 반의 반도 안 올라갔다

왼팔이 지면과 평행을 이루는 데까지도 가지 못했다.

안간힘을 쓰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왼팔이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백스윙이 너무 부족하니 억지로 힘을 내느라 리듬과 템포도 엉망이었다.

가속할 공간이 없으니 좁은 틈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이었다.

 

뱁새는 그에게 어깨턴(어깨를 회전하는 것)을 이해시키려고 시도했다.

그런데 고개만 끄덕이고도 막상 스윙을 해보라고 하면 다시 제자리였다.

둘이서 한참 끙끙대고 나서야 뱁새는 그가 어깨턴을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랬다.

문제는 그립이었다.

 

그립을 고치지 않으면 방법이 없었다.

전자제품으로 치면 플러그를 꽂지도 않은 채 왜 작동이 되지 않는지 이유를 찾는 것과 같았다.

 

그의 그립으로는 어떤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한 걸음도 더 나아갈 수 없었다.

 

뱁새는 그에게 그립을 가르쳐 줄 수밖에 없었다.
구력이 십 수년이고 한 때는 싱글 핸디캡을 넘봤던 그에게 말이다.

 

뱁새는 골프를 처음 배우는 사람에게 가르치듯 하나씩 설명했다.

 

왼손 그립은 중지 약지 새끼 세 손가락으로만 잡는다.

쥔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세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놓고 그 속에 그립을 끼운다는 느낌이 좋다.

이 때 왼손 엄지와 검지는 샤프트에 살짝 닿아 있기 한다는 느낌만 가져라.

다른 사람이 왼손 엄지와 검지를 잡아 떼면 쉽게 떨어질 정도로.

 

오른손은 중지와 약지 두 손가락만 샤프트를 감아 쥔다.

나머지 손가락은 닿는 둥 마는 둥 해야 한다.

특히 오른손 엄지와 검지는 힘이 거의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이 두 손가락이 권총 방아쇠를 당기는 모양에 가까울수록 좋다.

 

어느 손이든 손바닥은 최대한 그립에 닿지 않게 잡는다.

손바닥으로 잡으면 자신도 모르게 꽉 잡게 되니까.

 

손목은 부드럽게 해야 한다.

힘을 쭉 빼야 한다.

더 부드럽게.

더더 부드럽게.

더더더 부드럽게.

(이런 식으로 뱁새가 은근슬쩍 원고량을 늘린다고 생각하시면 서운해요. 강조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해 주세요)

 

그래야 클럽을 휘두를 수 있다.

휘두를 때 클럽이 빠져나가지 않게만 그립을 잡으면 충분하다.

 

그는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던 것인데 까먹었다”고 했다.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뱁새도 짐작했다.

시원하게 샷을 날리던 그가 10년 넘는 시간 동안 조금씩 흐트러진 것 아니겠는가.

 

밝은 얼굴로 나서는 그에게 뱁새는 당부했다.

부드러운 그립으로 연습장이나 실전에서 한 두 번 안 맞는다고 절대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그가 긴 고통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기를 뱁새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빌었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비경을 가진 해남 달마산 도솔암이 짙은 안개에 쌓여 있다. 그립을 제대로 배우지 않은 골퍼는 안개에 묻힌 도솔암과 같다. 하늘이 줬을 지도 모르는 재능이  무위가 되고 만다는 얘기다. 제발 좋은 일에 그립 잡는 법을 배우자. 뱁새 김용준 프로도 그립 잡는 법을 더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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