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黃金) 꽃으로 구혼한 사나이

입력 2010-01-12 13:59 수정 2010-01-12 14:45
눈꽃이 만발한 아침,
햇살에 눈이 시리다.
동지 지나고 달포쯤 되자 노루 꼬리 만큼 길어진 햇살이 제법 도톰해졌다.

창문을 열고 깊은 숨을 들이켜 보던 여인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이런 날은 손님이 없을게고 어디 여행이라도 훌쩍 떠났으면..."

해질녁이 되자 여행은 커녕 습관적으로 손님이 기다려진다.
주위가 어둑어둑해져도 손님은 없다.
손님 시중들 아가씨들은 알아서 나타나지 않는다.
"문을 닫아 걸까?"

이때 크게 대문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쿵, 쾅, 쾅"
"이리오너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호기에 넘친다.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목소리.
그렇지만 음색은 들어본듯도 하다.

문을 열어 준듯하고, 정원을 가로질러 나타난 사나이.
"아니 저 양반이..."
서너차례 돈을 빌리러 왔었고 번번히 퇴짜 맞으면서도 "이집 내가 사버릴꺼야" 횡설수설하던 친구, 그러나 밉상은 아니었다.
술값을 내지 않은 적도 없었다.

"아가씨도 없고, 시장을 봐오지 않아서 상 차림도 시원찮을 것"이라고 얘기하자 "회장님 보고 싶어 왔소"하고 눙친다.
여인은 나이들면서 은퇴를 생각했지만 쉽지 않음을 습관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손님들은 "회장, 마담, 사장, 아가씨, 주인장"등 아주 다양하게 불렀다.
재벌, 정치가, 장관 등은 물론 예술가, 깡패 등 손님층도 다양했다.
특히 돈을 빌리러오는 손님도, 사업에 투자하지 않겠느냐며 찾아오는 손님도 많았다.

대지 500평이 넘고 방은 31개나 되는 최고급 요정의 주인이 되기까지 온갖 풍파를 다 겪으며 오로지 돈 모으기에 열중해왔다.
빼어난 미모와 사업수완, 독신, 오랜세월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자산이 1000억원이 넘었다.
그야말로 이제는 여생을 즐기는게 당연한 데도 일에 매달려 사는 자신의 인생을 한심하게 여기는 여인.

사나이는 하늘의 뜻을 되뇌이며 걸었을 뿐, 딱히 어디로 간다는 목표 의식없이 산에서 내려왔다.
돈이 다 떨어지고 광부들도 다 흩어졌다.
10년 넘게 이제나 저제나 하던 광산에 많은 재산 다 쏟아 부었고 빚도 꽤 많이 졌다.
주위에서의 시각은 '희망없다'며 무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사나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무모하리만큼의 기다림 밑바닥에는 "하늘의 도움이 있을 것"이란 확신이 깔려 있었다.
많은 할일 중 우수한 학생을 키워내고 그 인재들이 세계일류 국가로 나라를 키워내도록 하겠다는 목표는 잠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결혼, 가정을 갖지 않았음을 후회한 적도 없었다.
자신의 포부를 설명해가며 밤이 깊도록 하느님의 도움을 믿는다는 얘기를 한없이 되풀이하던 사내는 술마시던 자리에서 그냥 고꾸라졌다.
여인은 돈을 버는 데만 전념했고 어떻게 쓰느냐는 생각지 않았다.

"그래, 이 것도 인연인 게야"
사나이에게 투자 하는 것이 가치 있고 참좋은 일일것 같다고 생각하는 여인, 악착같이 벌었지만 쉽게 쓴들 어떠랴, 받을 생각도 없이 빌려주기로 한 여인.

"하느님 감사합니다"
그렇게 애를 태우게 했던 금광이 곡괭이질 몇번하지 않아서 순도 높은 금맥이 터져 당대 제일의 부자가 된 사나이.

양말, 팬티, 런닝 등 자신이 소유한 모든것에 금으로 장식하는 치기를 부린 사나이.
여인에게는 금으로 만든 꽃으로 "함께 살아봅시다"를 청했고, 무수한 나라의 인재를 키우고 산업보국에 앞장섰던 사나이.
사나이는 종합상사를 설립하고 재벌 그룹을 일궈 일본 제일의 부자가 됐다.
그때쯤 일본 교과서는 '기는 일장기' '산은 후지산'을, 한국은 '철수야 바둑이와 놀자'를 실어 '노새노새 젊어서 노새'로 놀자판을 키웠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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