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를 봤다. 내가 만약 영화처럼 일곱 쌍둥이 중 한명으로, 한 사람의 이름으로 살면서 일주일에 단 하루, 그것도 내 이름이 된 요일에만 외출할 수 있다면 어떨까? 내용과는 별개로 그러한 설정 자체만으로도 여러 가지 생각과 상상을 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내가 만약 월요일이라면? 중요한 프레젠테이션도 월요일이고, 승진 발표도 월요일이고 여러모로 가장 긴장하게 되는 날이다. 각자 자신의 날에만 사회생활을 할 수 있어서인가? 각 요일의 주인공들은 우리가 떠올리는 요일의 특성과도 닮아있다.

월요일은 가장 경직되고 긴장되어 있다. 힘이 가득 들어가 있고 피로하다. 화요일은 약간 어수선하고 수요일은 혼자 열심히고 목요일은 스트레스를 꾹꾹 눌러 참는다. 금요일은 자기만의 세계만 관심이 있고, 토요일은 파티에 빠져 있는 듯, 일요일은 청초한 신앙심 깊은 모습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관점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내가 만약 월요일이라면? 내가 보고 느끼고 경험한 바깥 세상이 오직 월요일뿐이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나는 세상과 다른 이들을 어떻게 느낄까? 월요일 외에는 나의 존재 자체를 없는 것으로 해야 한다면,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죽이는 것이 나머지 6일의 삶이라면?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이건 다른 요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월요일이라면 더하지 않을까. 풀 수 없는 스트레스가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느낌. 가장 굳어있는 얼굴의 사람들을 만나 가장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업무회의라는 명목으로 지난주의 경쟁을 평가받고 이번 주의 전투력을 점검받아야 하는 날이지 않은가. 이번 주에도 다른 이들을 설득하여 한주간의 회사 수명을 연장해야 하는 날이다.

모두의 월요일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다고도 믿고 싶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힘든 월요일들은 그랬다. 그래서 영화도 토요일이나 수요일이 아닌 ‘월요일’을 내세우고 싶었던 게 아닐까. 팽팽한 긴장감 속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월요일이야 말로 다른 요일들을 숨죽이게 하는 최적의 날이다.

11새 학기,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3월의 첫 월요일에 굳이 이러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와 달리 우리의 요일은 7일 모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각의 요일을 모두 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요일이 조화를 이룰 때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진다. 매일을 월요일처럼 산다고 혹은 일요일처럼만 산다고 해서 행복해지지 않는다. 행복은 특정 요일과는 관계없기 때문이다. ‘월요병’이라는 난치병(불치병은 아니므로)에 걸린 직장인들, 출근 즉시 퇴근하고 싶어지는 이들의 원인은 단지 월요일이 아니다.

특정 요일에만 가치를 두고, 특정 요일에만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말만 기다리며 한주를 보내고 터질 것 같은 마음을 활활 태워버리려 불금을 보내는 식이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도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와 다를 바 없는 삶이다. 내가 좋아하는 요일은 정해져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따로 있는데 주어진 역할 때문에 억지로 살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나도 한때는 특정 요일 신봉자였다. 월요병 환자였고, 완치가 없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병’이 아님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나는 환자가 아니었다. 애초에 요일이 병의 원인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 요일은 크게 상관없었다.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했을 때 나에게 모든 요일은 ‘나’요일이 되었다. 당장 지금의 직장을 그만두라는 의미가 아니다. 직장 생활이 아니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날마다 조금씩 할 수 있다면 요일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날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간대나 그 양은 달랐지만, 크게 보면 날마다 내 것에 집중한 하루하루였을 뿐이다. 어떤 때는 2시간 만에도 원하는 만큼의 글을 쓰고 마음을 털어낼 수도 있었고, 어떤 때는 하루 종일이 걸려 느리게 가기도 했다. 효율이나 가성비로 따질 수 없는 가치다. 나에게 모든 순간은 그 자체만으로 유일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어떤 요일이 사라져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월화수목금금금이 되든 월월월월월월월이 되어도 크게 상관없다. 세상이 정해놓은 달력에 지배 받지 않는 ‘나요일’을 산다. 그거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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