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본 김에 제사 지내기

 

뱁새 김용준 프로의 그린 사이드 숏 게임 연마 스토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그랬다.

 

뱁새 둥지는 서울이다.

그 근처에서 그린 주변 어프러치 연습할 곳을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상상하며 연습하는 어프러치 말고 실전에 가까운 어프러치 말이다.

(혹시 독자 여러분이 아는 곳이 있다면 정보를 공유해 주기를)

 

뱁새 재주로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가까운 골프장에 연습 그린이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퍼팅 연습만 허용할 뿐이다.

그곳에서 어프러치 연습을 할라치면 어김 없이 핀잔을 듣기 마련이다.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뱁새 귀에는 이곳 저곳에서 숱하게 들은 이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이런 여건에서 뱁새는 어떻게 실전 어프러치를 연마할 수 있었을까?

 

아쉬운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뱁새는 혹시 어프러치 연습을 할 수 있는 골프장에 갈 기회가 생기면 촌음도 아껴 실전 어프러치를 연습했다.

라운드를 시작하기 전에는 물론이고 라운드가 끝나고서도 그랬다.

동반자들이 씻는 동안에도 혼자 어프러치 연습을 하곤 했다.

라운드 후 함께 식사를 하는데 라운드 하던 그대로 골프복을 입고 골프화를 신고 썬 블락도 지우지 않은 꾀죄죄한 뱁새를 봤다면 씻을 시간도 아껴 숏 게임을 연습하다 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뱁새는 떡을 보면 반드시 제사를 지낸 것이다)

 

뱁새는 스카이72 하늘코스에서 라운드를 하는 날이면 약속 시간 보다 많게는 서너 시간 먼저 체크인 했다.

하늘코스는 연습 그린이 세 개 있는 데 그 중 하나는 그린 주변 어프러치는 물론이고 벙커샷까지 연습할 수 있다.

티업 시간은 오후인데 아침에 체크 인을 하려고 하면 골프장 직원들이 의아해 하기도 했다.

 

길 막힐까 봐 일찍 왔어요

뱁새는 너스레를 떨어 멋쩍음을 털어내고 동반자들과 만나기로 한 시간까지 몇 시간이고 어프러치 연습을 했다.

칩샷도 하고 벙커샷도 하고 퍼팅 연습도 하고.

 

뱁새는 아예 골프장에 도착해서 백 드롭(골프장 현관 근처에서 골프 백을 내리는 자리)에서 골프 백을 내릴 때 웨지 두세 개와 퍼터 그리고 볼 한 봉지(그랬다 뱁새는 어프러치를 연습할 목적으로 유즈드 볼을 따로 넉넉하게 갖고 다녔다)를 따로 꺼내 들고 다닐 때가 많았다.

그래야 백 보관 장소에 다시 가서 채를 찾느라 허비하는 시간까지도 아낄 수 있으니까.

옷 갈아 입는 시간도 아까워서 집에서부터 골프복을 차려 입고 나서는 것은 기본이었다.

 

아마추어 시절 뱁새와 라운드 해 본 사람은 라운드 전 클럽 하우스 식당에서 뱁새를 만날 때 뱁새가 클럽 몇 개를 들고 나타나는 경우를 봤을 터다.

그 때는 뱁새가 미리 와서 실컷 연습하고 라운드 전 식사 자리에 동석한 것이다.

 

어프러치를 금지라는 팻말이 버젓이 꽂혀있는 연습 그린에서도 뱁새는 몰래 어프러치 연습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지간히 매너 없는 짓이다.

(골프장 코스 관리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그런데 그만큼 절실한 뱁새는 혼날 것을 각오하고 연습을 했다.

 

친선 경기일 경우엔 경기 중에도 숏 게임 연습을 했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가벼운 칩 샷이나 피칭 샷을 연습한 것이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톡' 하고 칩 샷을 하는 것은 골프 룰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프로 대회는 홀과 홀 사이에 칩 샷 혹은 퍼팅 연습을 못 하게 로컬 룰을 정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연습을 하면 벌타를 받게 되니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동반자에게 양해를 구하고 막 홀 아웃한 그린에서 칩 샷을 연습할 때도 많았다.

 

가끔은 따로 돈을 내고 숏게임 연습을 할 수 있는 연습 그린이 있는 곳을 찾기도 했다.

스카이72 드림듄스 연습장이나 청라 베어즈베스트 연습장 등에 그런 곳이 있다.

그 때는 같은 시간에 한 개라도 볼을 더 칠 요령으로 볼을 잔뜩 갖고 가곤 했다.

(많을 때는 100개 넘게 담은 자루를 들고 갈 때도 있었다)

 

처음에는 휴대 가능한 볼 개수를 제한하지 않던 그런 연습장들이 나중에는 ‘1인당 볼 다섯 개하는 식으로 규칙을 바꾼 것이 뱁새는 아쉬웠다.

 

길을 가다가 잔디밭 비슷한 곳을 만나면 차를 멈추고 연습을 한 경우도 있었다.

가끔 도로변에 조경을 해 놓은 곳에 잔디를 심어 놓아 골프장 비슷한 기분이 나는 곳이 있지 않은가?

그런 곳에서 느닷 없는 골프볼을 봤다면 뱁새 혹은 뱁새 같은 속 없는 골퍼가 연습을 했다고 보면 된다.

 

뱁새는 실전 연습 못지 않게 연습장에서도 충실했다.

 

숏 게임 연습에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고 흔히 말한다.

골퍼라면 이미 많이 들어서 다 아는 얘기다.

 

알기는 아는 데 막상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뱁새는 진짜 이 말대로 했다.

 

숏 게임을 잘 해보려고 마음 먹은 뒤로는 드라이빙 레인지에 가면 60~90분 되는 시간중 상당 부분을 숏 게임을 하는 데 투자했다.

작게는 30분 많게는 몇 시간이고 웨지만 잡고 놀았다.

이따금 뱁새가 반나절 이상 연습을 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도 웨지를 주로 손에 쥐었다.

아예 골프백에서 웨지 세 개만 꺼내 놓고 연습 시간 내내 그것만 쓴 경우도 잦았다.

 

이렇게 연습을 하다보니 어느새 뱁새 그린 주변 어프러치 실력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그래도 기가 막힐 정도는 못됐다.

 

왜냐고?

배우지 않고 혼자 독학으로 익힌 탓이었다.

 

뱁새가 어프러치를 제대로 배운 것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프로가 되고 나서다.

원리를 배우고 나서 뱁새는 너무 기쁘기도 했지만 뒤늦게 후회했다.

왜 이제서야 배울 생각을 했을까?’

 

처음부터 배워서 그 많은 시간을 연습했다면 어프러치 도사가 됐을 지도 모르는데.

소 잡는 칼질을 아무리 잘 해도 쇠고기를 깔끔하게 썰 수는 없는 노릇이다.
소 잡는 파워 스윙도 배워야 하지만 쇠고기 써는 숏 게임 기술도 배우고 익혀야 점수가 좋아진다는 것을 뱁새는 몸으로 느꼈다.

그래서 뱁새는 숏 게임부터 가르치려고 노력한다.

물론 배우는 사람은 다른 것이 급하다고 하지만.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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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 기간에 강릉 경포대 해변을 찾은 뱁새 김용준 프로. 솟대 밑에 서서 소원을 빌었다. 올해 한 타라고 줄게 해달라고. 점퍼 사이로 빨간 점퍼가 삐져 나왔는데 날씨는 맑아도 얼마나 추웠으면 점퍼를 겹겹이 껴 입었을까 짐작이 된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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