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그는 왜 갑자기 몰락했나

입력 2007-10-09 01:04 수정 2007-10-09 01:04
 

성공이 부의 축적이란 의미를 동반한다면 큰 부자야 말로 최고의 성공 위치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다. 미국의 포브스지가 발표한 올해 미국 400대 부자 순위를 보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14년 연속 미국 최고 부자로 꼽혔고, 다음이 투자의 달인 워렌 버핏이다. 워렌 버핏이 강조하는 투자원칙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돈을 잃지 않는다. 둘째, 첫째 항목을 항상 지킨다. 이 원칙의 핵심은 돈을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것이다.




세상사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으면 적어도 본전이고 잃지 않는다. 성공이란 무엇을 해야 한다는 강박증도 있지만 본전을 추구하는 삶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나아감이 손해와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무리수를 둠으로써 자신과 조직에 피해를 주며 부와 명예도 잃는다. 잘 나가던 CEO가 갑자기 몰락하는 이유는 자금과 인재가 없어서가 아니라, ‘조급’과 ‘과욕’이라는 덫에 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CEO를 추구하는 사람은 ‘탐욕’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지금도 신문의 기업 면에 등장하는 기사 중 CEO의 배임, 횡령, 사기 사건은 빠지지 않는 내용으로 경영자의 탐욕은 기업의 몰락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탐욕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에너지 기업인 ‘엔론’이다. 2001년 엔론의 파산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의 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탐욕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탐욕이 어떻게 거대한 엔론을 침몰시켰는지 살펴보자. 엔론의 사례는 현재진행형이고, 그 교훈은 아직도 우리에게 유효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영구루인 톰 피터스는 그의 저서 ‘미래를 경영하라' 머리말에서 ’철면피 학장‘이란 제목으로 은사였던 로버트 재딕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2002년 나는 스탠퍼드 대학에 내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거절 당 한 적이 있다. 내가 그런 요청을 하게 된 까닭은 이렇다. 내가 학위를 받을 당시 경영대학원의 학장은 회계학 교수인 로버트 재딕 이었다. 나는 그에게서 고급회계학을 배웠다. 내가 그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그로부터 30년 후였다. 텔레비전에서 그가 엔론사태에 관해 증언하는 장면을 본 것이다. 그는 엔론 이사회의 임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회 의장 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엔론을 추락시킨 수많은 불법거래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주장했다.




엔론의 최종 회계책임자가 전혀 모른다고 발뺌하다니 말이나 되는가? 그렇다면 그는 학장 시절에 자기도 모르는 회계학을 나에게 가르쳤단 말인가? 내가 배운 고급회계학은 무엇이란 말인가? 경영대학원을 비롯한 전통적인 경영교육이 전보다 훨씬 한심하게 여겨졌다. 정말 한심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교육이 이 지경이니 ‘널리 인정되는 경영관행’ 은 말할 것도 없다.“




2001년 파산 전 엔론은 포천지에 6년 연속 최고의 혁신기업에 오른 기업이었다. 그러나 엔론의 매출은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많은 합자회사를 만들어 대출을 받은 후 대출금은 엔론은 수익으로 기록되고, 부채는 합자회사의 몫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많은 커미션을 챙겼다. 회계감사기관인 아더 앤더슨도 회계부정을 도왔고, 정상가격보다 높은 수수료를 챙겼다. 하지만 9·11테러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더 이상 회계비리를 은폐할 수 없었다. 엔론은 회계부정액 6억 달러, 부채 130억 달러를 남긴 채 파산했고, 아더 앤더슨도 엔론과의 밀착과 자체 부실회계가 드러나면서 문을 닫았다. 엔론의 파산은 케네스 레이 전 회장을 비롯해 회사 임직원과 회계법인, 은행 관계자들이 연루되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엔론의 파산은 폼페이 최후에 비유될 정도였고, 9·11 테러보다 더 큰 상처를 미국에 안겨주었다. 수많은 투자자가 큰 손해를 보았고, 연금과 퇴직금을 자사 주식에 투자한 엔론의 직원들은 회사의 파산과 직장을 잃는 엄청난 충격을 겪게 되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파산한 엔론을 돈, 섹스 그리고 난잡한 생활을 혼합한 칵테일이며, 미국판 아방궁으로 묘사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엔론 사태로 투자자들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하면서 기업 경영자들은 탐욕적이며, 감사를 담당하는 회계사들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경영자의 탐욕은 본인을 넘어 기업과 국가경제까지 흔들 수 있는 큰 해악이다. 우리도 과욕 때문에 실패하거나 고생한 기억들이 한번쯤 있을 것이다. 가정경제만 보더라도 무리한 주식투자로 큰 손해와 아픔을 당한 이웃들의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래서 과유불급(過猶不及)이 중요하다. 탐욕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부와 쾌락은 순간이지만 결국 끝없는 추락일 뿐이다.




성공에서 도전과 실천이란 덕목이 중요하지만 때론 탐욕처럼 실천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워렌 버핏의 조언처럼 가만히 있으면 적어도 돈을 잃지 않는다. 사실 세상에서 손해만 보지 않는 것도 나름대로 괜찮은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가 탐욕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탐욕에 대한 경계라는 의미가 크지만, 성공과 실천 강박증에 있는 우리들에게 탐욕처럼 노력해서 얻지 않아도 되는 최대한의 소극적 태도가 때로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역설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서이다.




* 이 글은 2007. 10. 4 <머니투데이> ‘김대리 CEO되기’에 게재되었습니다.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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