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은 그 골퍼의 마음 가짐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골프를 시작할 때 그렇게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제자들에게 그렇게 가르친다.

 

뱁새가 처음 필드에 나간 것은 중국에서다.

선배와 함께 출장 갔다가 첫 라운드를 했다.

 

“이번에 중국 출장 가서는 라운드도 할 테니 준비해라”

선배는 한 달 전부터 뱁새에게 당부했다.

 

뱁새는 그 한 달 동안 실내 연습장에서 '똑딱이(작은 스윙으로 볼을 맞히는 연습을 일컷는 말)'를 며칠 한 것이 고작이었다.

 

옷차림은?

따로 마련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집에서 편하게 입는 티와 바지를 갖고 갔다.

(얼씨구!)

골프화와 모자는 선배한테 하나씩 얻었고.

 

그러니까 2006년 한여름 중국 상해 모 골프장에 선 뱁새 차림새는 다음과 같다.

 

목이 파인 반팔 라운드 티셔츠에 복숭아뼈 위로 한 뼘도 넘게 올라온 7부 바지.

썬크림은 바르지도 않고 목이 긴 양말도 신지 않은 채 썹시 30도가 훨씬 넘는 뙤약볕 아래를 걸어다닌 것이다.

더위와 햇볕이야 어리석은 뱁새가 감당할 몫이라고 해도 동반자들도 있는 데 차림새는 너무 심했다.

 

“필드에서 라운드 티를 입으면 예의가 아니다”

선배는 뱁새를 나무랐다.

 

‘더워 죽겠는데 옷차림이야 아무렴 어떻다고 이런담’

뱁새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저도 모르게 입이 삐쭉 튀어 나왔지만 생초보 주제에(더구나 선배에게) 말대꾸를 할 수는 없었다.

 

"티 셧츠 좀 넣어서 입고"

선배는 뾰루퉁하게 쏘아 붙였다.

 

뱁새는 그 라운드 티를 바지 밖으로 내서 입었으니 오소독스(원칙대로)하게 골프를 치는 선배가 볼 때는 가관이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고 창피해!)

 

뱁새가 반대 입장에 서 본 것은 작년 늦여름 일이다.

뱁새는 후배와 라운드를 하게 됐다.

필드 레슨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 후배는 모자를 쓰지 않고 라운드를 하려고 했다.

 

“**후배 모자 없어?”

뱁새가 물었다.

 

“저는 모자를 쓰지 않습니다”

후배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모자를 쓰고 라운드 하는 것이 매너인데 웬만하면 쓰는게 어떨까?”

뱁새는 완곡하게 말했다.

 

“PGA 투어에도 모자를 쓰지 않고 시합하는 선수가 있지 않습니까?”

후배는 뱁새 충고를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니 대회 때 백 몇 십 명이나 되는 선수 모두가 모자를 쓰고 시합을 하는 데 딱 한 사람 모자를 안 쓰는 것을 기준으로 매너를 얘기하면 되겠어?”

못마땅한 뱁새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된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후배가 정 모자를 쓰지 않고 라운드를 하겠다고 고집하면 그냥 백을 내릴 작정까지 했다.

 

뱁새가 물러날 기색을 보이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납득을 해서인지 후배는 결국 뱁새가 여분으로 갖고 있다가 건네 준 모자를 쓰고 라운드에 나섰다.

 

초반 고전하던 후배는 뱁새가 두 홀을 지켜 본 뒤 세번째 홀에서야 ‘프리 루틴을 하고 스윙을 하라’는 조언을 해 준 뒤부터 동반자 모두가 놀랄 만큼 시원하게 샷을 날렸다.

(아주 남 말을 안 듣는 꽉 막힌 골퍼는 아니라는 사실이 곧바로 드러난 것이다)

 

“볼을 친다고 생각하지 말고 연습 스윙을 그대로 재연한다고 생각하고 치면 좋아. 안 맞으면 어때! 어차피 안 맞는 걸.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 매한가지니까 시원하게 스윙하라고”

뱁새는 '모자 쓰라는 충고를 들은 후배를 위해' 전반 내내 따라 붙어서 샷 마다 응원하고 조언을 했다.

 

라운드가 끝난 뒤 뱁새는

‘샷 뿐 아니라 매너에 대한 내 조언도 후배가 마음에 담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뱁새도 처음에는 몰랐다.

엉터리로 차려 입은 자신이 얼마나 꼴불견인지.

그리고 복장을 비롯해 매너를 지적해 준 선배가 얼마나 고마운지.

(남에게 싫은 소리 하기가 어디 쉬운가?)

 

골프 매너를 알려주고 배우기는 쉽지 않다.

실수나 흠을 지적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서 조언이지 듣는 사람이 귀담아 듣지 않으면 자칫 앙금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

 

필드에 처음 나오는 사람은 대부분 어떤가?

 

나이를 제법 먹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사회에서 지위가 높거나.

그런 사람이 여간해서 남 말을 듣던가?

 

그래서 먼저 골프를 시작한 사람 눈에 매너가 나쁜 초보가 보여도 말하지 않고 넘어가기 십상인 것이다.

 

아무도 싫은 소리를 안 해 주면 안하무인 격으로 골프를 치다가 매너 없는 골퍼를 넘어 진상 골퍼가 되기도 한다.

이런 일을 막는 것은 '선배 골퍼로서 의무'라고 뱁새는 생각한다.

쓸데 없이 자존심이 쎄서 남 말이라고는 잘 안 듣는 뱁새에게 선배가 어려운 얘기를 해줬듯이 말이다.

(온 선배 감사합니다)
 

머리 얹는 사람을 동반한다면 팀에서 제일 잘 치는 사람이거나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진지하게 얘기해 주면 어떨까?

(네번째 라운드까지는 머리 얹는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모두의 골프를 위해서.

 

콧등으로도 안 들으면 어떻게 하냐고?

음!

다음에는 부르지 말자!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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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의 고향 친구 정지승 작가가 찍은 해남군 현산면 읍호리 입석. 눈 내린 달 밤을 기다려 선사시대 유적을 사진에 담은 정작가에게 찬사를 보낸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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