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뱁새 김용준 프로 눈이 휘둥그레진다.

 

“김 프로. 이게 맞는 숫자야?”

스윙을 한 장본인 백 선배도 놀라기는 마찬가지다.

 

뱁새와 백 선배가 함께 골프를 수련하기로 약속한 기한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그러니까 레슨을 시작한 지 두 달이 채 지나기 전이다.

두 사람은 스윙을 점검하기 위해 골프 스윙 측정 장비인 '트랙맨'을 설치한 서울 서초동 프라자골프연습장을 찾았다.

(프라자골프 이정훈 사장님 잘 지내고 계시죠?)

 

백 선배는 뱁새보다 20여 분 먼저 와 몸을 풀고 있었다.

뱁새가 도착하자 백 선배는 웨지와 아이언 따위를 각각 열댓 개 치고 나서

드디어 드라이버를 꺼내든다.

 

백 선배가 처음 날린 샷부터 정통으로 맞았다.

트랙맨 모니터에는 여러가지 숫자가 찍힌다.

214m!!!!!!

토탈 디스턴스(총 비거리) 칸에 찍힌 숫자다.

 

뱁새와 백 선배 두 사람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놀란다.

 

그도 그럴 것이 백 선배와 뱁새가 처음 함께 작업을 한 날 같은 자리에서 백 선배가 친 드라이버 샷 거리는 180m 안팎에 불과했다.

백 선배 나이와 체구 등을 감안하면 180m도 절대 짧은 거리는 아니다.

평균은 족히 되는 숫자다.

 

그런데 두 달도 되지 않아 같은 장비로 측정한 드라이버 샷이 210m가 넘다니.

 

“몇 번 더 쳐보셔요”

차마 ‘장비가 오류났을 지도 모른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뱁새가 백 선배를 재촉한다.

 

“그럴까?”

긴장을 했는지 숨을 몇 번 깊게 들이 쉰 백 선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타석에 선다.

 

205m.

두 번째는 힘이 들어갔는지 리듬이 급하고 템포가 빠르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좀 작은 숫자가 모니터에 찍힌다.

 

“숫자 생각하지 마시고 연습한대로 스윙해 보셔요”

뱁새가 응원 겸해서 한마디 거든다.

 

백 선배가 연습 스윙을 부드럽게 몇 번 하는데 바람 소리가 ‘쐐액’하고 시원하게 난다 싶더니

210m.

214m.

215m

모니터에 점점 높은 숫자가 나온다.

휘두를 때마다 숫자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평균 210m는 넘는다.

 

“그 동안 땀 흘려 연습 하셔서 비거리가 정말 많이 는 것 같습니다”

뱁새는 놀란 티를 최대한 내지 않으려고 애쓰며 몇 가지를 지적한다.

 

‘백 스핀이 3000rpm대 중반이 나오는데 조금만 더 클럽 헤드가 올라가면서 볼을 맞혀서 백 스핀량을 2000rpm대 후반까지 줄이면 총 비거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이 중심이다.

그러려면 ‘샷을 할 때 머리를 볼 뒤에 놔둬야 한다’는 것도 보태서 말한다.

이 때 ‘머리를 안 들겠다고 목에 힘을 꽉 주면 절대로 안 되며 오히려 목을 부드럽게 도리도리 해 줘야 머리가 따라가지 않는다’는 비결도 되새긴다.

 

백 선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몇 차례 스윙을 더 한다.

그 중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맞힌다 싶더니

짠짠짠짠~

최고 기록이 나온다.

 

224.1m.

 

야드로 환산하면?

(잠시만요? 계산 좀 해보고요)

 

245야드나 된다.

 

뱁새 김 프로와 띠 동갑이면 올해는 우리 나이로 예순 안팎이니까 1년 반쯤 전이라면 50대 후반이다.

그 나이에 체구가 결코 크지 않은 백 선배가 내는 거리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두 달 동안 매주 몇 번씩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함께 연습을 했으니 백 선배 비거리가 상당히 늘었다는 사실은 이미 뱁새도 알고 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늘었을 줄이야!

 

뱁새는 코끝이 시큰해진다.

둘이 두 달 가까이 함께 작업 할 때 뱁새도 은근히 힘들었기 때문이다.

 

수 십 km 떨어진 인천 영종동 스카이72 드림듄스 골프연습장까지 일주일에 세 번씩 가서 밤 늦도록 '한 쪽은 치고 한 쪽은 잔소리를 한 것'이나

'필드에 나가는 날마다 일찍 만나서 숏 게임을 몇 시간씩 가르치고 배우고 나서야 라운드를 돈 것'이

수업료를 주고 받는다고 피차간에 힘든 줄도 모를 정도로 쉬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뱁새는 갑자기 백 선배가 담고 다니던 메모가 생각났다.

둘이 함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식사를 하는 데 백 선배가 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냈다.

꼬깃꼬깃 접은 종이였다.

거기에는 남은 기간 동안 함께 할 일정과 연습할 내용이 꼼꼼히 적혀 있었다.

중간 중간 뱁새와 만나기로 한 날이 표시되어 있었고

백 선배 개인 일로 연습을 못하는 날도 체크해 놓았다.

남은 날에는 아침 점심 저녁에 뭐를 할 지 자세히 적어 놓았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6월1일

새벽에 기상 후 스트레칭

오전에 실내 연습장 스윙 연습

(백 선배 사무실은 종로쪽인데 사무실 근처 실내 연습장에 등록해 틈틈히 연습을 별도롤 했다)

점심 때 웨이트 트레이닝

(휘트니스 센터에 실내 연습장이 딸려 있다)

저녁 뱁새 레슨

(김 프로 레슨이라고 써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밤에 빈 스윙 및 퍼팅 연습

 

이 밖에도 중년 사나이가 할 기초 운동도 매일 해야 할 일에 적어 놓았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안 타기

차 속에서 복근 단련하기

팔굽혀 펴기 따위다.

 

프로 골퍼인 뱁새라도 빼 먹지 않고 소화하기에 버거워 보이는 과제들이다.

 

'산 사나이 백 선배는 적은 것을 거의 다 실행에 옮겼을 것'이라고 뱁새는 짐작한다.

어떻게 아냐고?

백 선배 눈 빛을 보고 아는 것이다.

그 절심함이란 뱁새가 일찌기 본 적이 없는 것이기에.

 

누가 잘 가르치고 잘 배운다고 두 달만에 비거리가 40미터 가량 늘어날 수 있을까?

뱁새가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런데 뱁새와 백 선배 두 사람이 그 기적을 만든 것이다.

 

아니 그 기적을 만든 주인공은 '백 선배'다.

 
이렇게 늘어난 비거리를 앞세워서 백 선배는 과연 B컨트리클럽 클럽챔피언 선발전에서 어떤 결과를 냈을까?

또 그 이후에 백 선배 골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다음 회를 기대하시길!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뱁새 김용준 프로와 함께 두 달간 땀 흘려 드라이브 비거리를 40m 늘리는 믿기지 않은 기록을 만들어낸 백 선배. 뱁새에게 '의기투합하면 기적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해 준 골퍼다. 산 사나이 백 선배가 지난 2017년 추석 무렵 스페인에서 트래킹하는 모습이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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