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전략이다.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장수는 하급이다. 설령 이긴다해도 아군의 피해가 너무 크다. 전술로 이기는 장수는 중급이다. 총칼을 덜 쓰고 땅을 빼앗으면 나라 곳간이 비지 않는다. 덕(德)으로 이기는 장수는 상급이다. 힘에 무릎꿇은 적은 이를 갈며 복수를 노리지만 덕에 감읍한 적은 마음으로 충성을 다한다.
범수(范睡)는 전국시대 전략가다. 위나라 책사였던 그는 제나라와 내통한다는 모함을 받고 진나라로 도망쳤다. 당시 진나라는 소양왕 모후인 선태후의 동생 양후가 재상으로 있으면서 실권을 쥐고 있었다. 그는 제나라를 쳐서 자신의 영지를 넓히려 했다. 소양왕이 범수를 불러 의견을 물었다. 그 이전에 범수가 “진나라는 ‘알을 쌓아 놓은 것처럼 위태롭다(累卵之危)’”고 한 바 있어 소양왕은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의 지략이 뛰어나다고 여겨 예를 갖춰 다시 물은 것이다.
범수가 진언했다. “전하, 멀리 떨어져 있는 제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득책이 아니옵니다. 적은 군대로 강국 제나라를 친다하면 다른 제후들이 비웃을 것입니다. 더구나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한나라와 위나라가 길을 열어 줄지도 의문입니다. 또 설령 쳐서 이긴다한들 그 땅을 진나라 영토에 편입시킬 방도가 없습니다. 옛날에 위나라가 조나라 길을 빌려 중산을 정벌했지만 정작 그 땅을 손에 넣은 것은 조나라였습니다. 위는 중산과 멀고 조와는 가까운 까닭이지요.”
범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 여겨 소양왕이 물었다. “그럼 어찌해야 하오.” 범수가 답했다.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이 상책입니다. 한 치의 땅을 얻어도, 한 자의 땅을 얻어도 전하의 땅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해득실이 이처럼 분명한데 굳이 먼 나라를 치는 건 현책이 아니옵니다. 제나라 초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은 뒤 가까운 한·위를 치는 게 순서이옵니다.”
소양왕은 옳거니 싶었다. 소양왕의 신임을 얻은 범수는 승진을 거듭했고 재상에까지 올랐다. 또한 ‘먼 나라와 손잡고 가까운 나라를 친다’는 원교근공책은 천하통일을 꿈꾸는 진나라의 국시가 되었다.
먼 나라와 손잡고 이웃 나라를 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이 전략의 전부는 아니다. 때로는 이웃 나라와 손잡고 먼 나라를 치는 ‘근교원공(近交遠攻)’ 전술이 필요하다. 전술은  전황에 맞춤한 대응이다. 가까운 곳에는 적을 두지 마라. 작은 적도 그 이웃과 마음을 모으면 큰 적이 된다. 힘보다는 덕으로 상대를 꺾어라. 그게 진정한 승리다.
신동열 한경닷컴 칼럼니스트/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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