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테일 법칙 관전하기

입력 2007-03-19 15:14 수정 2007-03-20 08:59
 

올해 최고의 경영 키워드는 ‘롱테일(The Long Tail)’이다. 그동안 “매출액의 80%는 20%의 히트상품에서 나온다”는 ‘80/20법칙’이 비즈니스의 황금률로 인식되어 왔다. ‘롱테일 현상’ 이란 인터넷 및 디지털 문화의 확산으로 그동안 무시했던 사소한 80%가 오히려 중요해져, 시장의 중심이 머리에 해당하는 소수의 히트제품에서 꼬리에 해당하는 다수의 틈새제품으로 움직여가는 경제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한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무한한 진열공간과 거의 제로에 가까운 유통비용으로 인해 오프라인이라면 진열될 수 없어 판매기회 조차 얻지 못했던 상품들이 온라인에서는 당당히 진열되어 팔리고 있다. 은행권에도 롱테일 바람이 불고 있다. 거액 자산가 등 소수 VIP 고객이 대상인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가 한풀 꺾이자 다시 다수 고객층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04년, 세계적인 IT 전문지 ‘와이어드(Wired)'의 편집장인 크리스 앤더슨이 기고한 ‘롱테일’ 기사가 창간 이래 가장 많이 인용되면서 미디어비평가, 시장분석가, 경영자는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까지 모든 곳에 롱테일이 존재한다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자, 이에 힘입어 블로그(thelongtail.com)를 만들어 댓글, 이메일 등으로 이 개념을 공개적으로 발전시켜나갔다. 그와 동시에 오프라인으로 롱테일로 성공한 기업이 제공한 내부자료, 인터뷰, MIT대,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등 학계와의 연구프로젝트, 100회 이상의 강연과 브레인스토밍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얻은 3년간의 연구결과물들을 총 정리하여 현재의 롱테일 개념에 이르게 되었다. 




국내 출간된 ‘롱테일 경제학(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는 여러 기업의 롱테일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회원제 음악사이트를 운영하는 랩소디는 150만 곡 이상을 서비스하고 있는데, 판매순위 수요곡선을 보면 거의 마지막 순위에서도 매월 4~5회는 다운로드 되고 있다.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자와 판매자를 이어주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 이베이 역시 사소한 80퍼센트의 고객에 집중해 놀랍도록 성장했다. 구글은 최소입찰가가 클릭당 5센트인 자동경매프로세스를 통해 특정 키워드를 구매하면 누구나 구글의 광고주가 되게 함으로써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롱테일 광고머신을 구축했다. 이때 구글의 주된 광고수입은 포천 500대 기업이 아니라 꽃배달업체, 제과점과 같은 영세업체들에서 나온다.




기존 광고시장이라면 명함도 내밀지 못했을 이들은 구글을 통해 자신들을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롱테일은 오프라인 기업들에서도 나타난다. 플라스틱 블록 완구의 대명사인 레고는 오프라인으로 시작했지만 온라인 매장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온라인 매장에 1,000가지 제품이 있는데, 적어도 90퍼센트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살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레고모자이크, 레고팩토리 등을 통해 사용자들을 생산자로 불러내며 레고는 장난감시장에서 롱테일을 구현하고 있다.




롱테일 현상이 가능하게 된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산도구의 대중화 이다. 대표적인 예로 PC를 들 수 있다. PC는 영화제작이나 음악제작 등 전문가들만이 해왔던 작업을 일반인들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면서 그런 작업을 하는 생산자들의 수를 1,000배나 늘려놓았다. 따라서 생산도구를 더 쉽고 저렴하게 구매하게 될수록 꼬리는 더 길어지게 된다. 둘째, 유통구조의 대중화이다. 유통비를 줄임으로써 낭비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여기선 인터넷이 큰 역할을 한다. 인터넷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비용을 줄여줌으로써 꼬리부분에 위치한 시장의 유동성을 효과적으로 증가시킨다. 틈새상품들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됨으로써 꼬리가 더욱 튼튼해지는 것이다. 셋째, 수요와 공급을 연결성이다. 수요와 공급을 이어주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상품을 소개함으로써 꼬리부분의 수요를 높일 수 있다. 여기선 틈새상품을 찾는 데 들어가는 검색비용을 줄일 수 있는 필터가 요구된다.




그러나 롱테일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다. 크리스 앤더슨이 지배적 패러다임에 저항하는 패러다임을 내놓았고 이것이 인터넷 시대라는 시류를 잘 만났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콜럼비아 대학 팀 우 교수는 슬레이트지에 기고한 글에서 ‘망치만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모두 못으로 보인다’는 말로 롱테일 현상을 무차별적으로 적용하는 상황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인 리 곰즈는 크리스 앤더슨이 사례로 거론하는 아마존과 넷플릭스에서 “꼬리가 머리를 앞선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알 카이다의 테러를 롱테일 사례로 분석한 것도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미국 사회가 다수 민족과 다양한 견해가 존중되는 문화라는 토양이 롱테일이 가능한 배경이 됐지만, 한국에서는 소수문화에 대한 배척과 사회의 폐쇄성으로 롱테일의 정착이 가능하겠느냐 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다.




그동안 우리 기업은 외국에서 유행하는 경영기법만 등장하면 마치 복음으로 받아들이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롱테일의 경우도 그런 조짐이 보인다. 유능한 경영자라면 외부보다는 자신의 기업에 맞는 경영기법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야 할 것 이다. 더구나 노력하지 않는 기업이나 경영자가 요행 또는 횡재를 바라고 접근해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새로운 경영기법이 등장하면 많은 기업들이 기웃거리는 현상은 무엇인가 쉽게 결실을 얻으려는 심리도 한 몫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차분한 마음으로 ‘롱테일 현상’을 만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의 CEO 문화와 트렌드를 연구하는 한국CEO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영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최고의 CEO 커뮤니티인 다음카페 IamCEO의 대표시삽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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