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라도 놀고 먹어야지, 사업은 왜 해가지고...

입력 2009-11-11 09:54 수정 2009-11-11 10:06
"이대로 주저 앉을 수 없어"
자존심이 꿈틀댄다.
"아직은 괜찮아. 무엇을 한들 못해낼까"
자신감은 고개를 쳐들고.

얼마전까지 그룹의 총수였다가 잊혀져가는 처지에 놓인 L회장.
실패를 모르고 살아 왔지만 어처구니 없게도 권좌에서 밀려난 L회장.
야인 생활을 하면서 나름대로 철저한 준비를 해 왔다.

그룹으로 키워서 반석위에 올려 놓았는데 엉뚱한 인사들이 설쳐대더니 아차하는 순간에 쫒겨난 신세가 되고 말았다.

"빨리 일어서려면 규모와 업종이 문제야"
그동안 생각한 것으론 건설업이 제일 나을 것 같았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위험부담이 있을테지"
그러나 전쟁 아닌 사업은 하나도 없질 않은가.
돈, 규모, 인맥을 잘 활용하면 가장 빠른 성공을 가져다 줄 것 같은 건설업.

무자(戊子)년, 봄에 중견 건설업체를 인수, 필승의 의지로 출범했다.
처음엔 괜찮았다.
순풍에 돛 단듯 큰 공사도 수주했고 아파트는 분양이 잘 됐다.
"조짐이 좋아, 이대로만 가주면..."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볼륨을 좀 더 키워야 겠어"
다소 무리다 싶을 만큼 확장했다.
무자년 겨울로 접어들면서 기류가 이상했다.
분양은 막히고 일거리는 없어져 갔다.
갑자기 사방이 막히고 숨이 막혀왔다.

기축(己丑)년이 되고 봄이 오면서 일시 생기가 돌았다.
"그래, 불황이 찬스일수도 있어"
규모를 좀 더 키우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호화판 빌라도 지었다.
여름이 되면서 L회장의 이러한 생각과 추진력은 모든 것이 반대로만 나타났다.
건설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분양은 바다속에 가라앉은 납덩이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사채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돈 될만한 것은 전부 팔았다.
아주 헐값에도 처분했다.
"살아 남아야 한다. 어려움은 곧 지나갈 것이야"
자위는 자고나면 허무맹랑한 잠꼬대가 되고 있었다.
자금압박은 극심했다.
시퍼런 칼날이 금새라도 목줄기를 죄어 들것만 같은 전율을 느꼈다.
자다가 가위눌려 헛소리와 고함 지르며 깨어나기도 했다.
중압감은 견디기 어려울만큼 됐고 아무리 생각해도 헤쳐나갈 방도는 없어 보였다.

결국은 유서를 쓰고 자살의 방법을 택한 L회장의 명(命)으로 보면 '빚을 내서 놀고 먹는 한이 있어도 사업을 하면 안되는' 시기에 사업을 했다.
그의 사업시작은 낭떠러지에서 발을 내딛는 것과 같은 형국.
10년쯤은 더 살며 생을 정리하고 마무리를 잘 할 수 있었음에도 극단의 방법속으로 휘말려 간 것은 울분 때문에 장렬히 전사를 한 것과 다를바 없다.

정축(丁丑)년, 계묘(癸卯)월, 을사(乙巳)일, 경진(庚辰)시 대운, 병신(丙申)의 L회장은 경인년(2010)을 넘기기 어렵다.
대운과 천극지충이 되면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나이가 많을때 맞닥뜨리게 되면 죽거나 죽은 상태와 같은 것으로 된다.
그의 명으로 보면 시(時), 경진이 명품이다.
2000년은 경진이니 이때부터 반란의 기운은 싹트게 되고 갑신(2004), 을유(2005)년에는 곪아터지게 되는 기운에 휩싸이고 병술(2006)년엔 명예, 밥그릇등이 다 날아가버리게 된다.

무자, 기축년에는 흙이 썩는다.
지구촌은 경기가 위축되고 돈은 심통을 부리며 병은 비통함으로 연결되는 통로 구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이 들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의 하나가 과욕, 자만, 무지 등을 깔고 앉은 노추현상이다.
그래서 정년제도가 있는 것인지 모를 일이고 명퇴를 당하고 안분지족(安分知足) 할 수 있음은 미덕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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