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즉통’이라던가.

(유구무언 애독자라면 한문은 스스로 찾아봐야 한다는 것 따위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궁지에 몰리면 해결할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뱁새 김용준 프로는 이 말을 ‘진짜 급하면 온 힘을 다 해 살 길을 찾게 되고 그러면 길이 열린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골프에서도 이 말은 통한다.

‘온 힘을 다 해 살 길을 찾는다면’이라는 부분이 특히 그렇다.

 

“나 골프 좀 가르쳐줄 수 있는가”

뱁새 김용준 프로의 대학 동기 김 모 변호사가 전화를 했다.

(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실명을 밝히지 못함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얼마든지!”

답을 하는 뱁새 김 프로 머리 속에는 2014년 초가을에 김 변호사와 라운드 한 날이 떠올랐다.

 

150미터 남짓 나가는 드라아버 샷.

그리고 너무나 어색한 폼.

셀 수 없는 스코어.

 

미국 유학시절에도 채를 잡았다는 골퍼라고 믿어지지 않는 실력인 그가 안쓰러웠다.

 

그렇게 뱁새 김 프로와 친구 김 변호사가 동행한 것은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다.

뱁새가 프로 골퍼가 된 직후다.

말하자면 뱁새가 월사금을 받은 첫 제자가 김 변호사인 셈이다.

 

공부만 열심히 한 법학박사 김 변호사는 골프 때문에 자존심이 너무 상한다고 했다.

(아마 그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일은 골프 말고는 없을 것이다)

 

골프를 칠 일은 많은 데 나가면 지갑을 털리는 ‘도시락’ 역할을 한 것에 넌더리가 난다고 했다.

 

드라이버 거리가 웬만한 여성 골퍼만큼도 나가지 않으니 놀림감이 되기도 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던 그가 친구가 프로 골퍼가 됐다는 소식을 듣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처음 수업을 하는 날 그는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눈은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

 

뱁새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것을 느꼈다.

 

그 겨울은 올해 못지 않게 유난히 추웠다.

둘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이른 아침에 만났다.

서울 반포에 있는 골프연습장 파스텔에서.

김 변호사 사무실인 서초동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택한 것이다.

 

김 변호사의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뱁새가 깨닫기까지는 며칠도 걸리지 않았다.

 

아침 7시에 뱁새가 연습장에 도착하면 이미 김 변호사는 손을 호호 불어가며 몸을 한 참 풀고 있었다.

6시30분에 도착해 스트레칭을 하고 전날 배운 것을 연습하고 있는 것이다.

날이 얼마나 추운지 타석에 있는 히터를 틀어도 입에서는 용가리 같은 김이 ‘푸욱’ 나오는데도 말이다.

 

그렇게 아침에 90분 정도 가르치고 배운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김변호사는 사무실 옆 지하 실내 연습장에도 등록을 했다.

거기에서 저녁마다 배운 것을 연습했다.

재판이나 상담이 없는 날에는 점심을 후딱 먹고 그곳에서 소화를 시키는 날도 많았다.

 

그리곤 그 때마다 동영상을 찍어 뱁새에게 보냈다.

 

‘카톡’

하고 울리면 김 변호사가 보낸 동영상이 떴다.

 

이어서

‘잘 하고 있는 지 좀 봐주게’라는 메시지가 오곤 했다.

 

그 때마다 뱁새는 고칠 점을 지적해줬다.

물론
‘점점 좋아지고 있는데’라는 응원도 보태서.

 

어떤 날은 한 밤중에도 동영상이 왔다.

그리곤 점점 질문이 많아졌다.

잘 하게 된 만큼 더 궁금한 게 많이 생긴 것이다.

(추가 레슨에 대해서는 웃돈을 받기로 했어야 했는데. 흐흐)

 

“이쯤 하면 됐네 이제 혼자 연습 열심히 하면 새 봄에는 남들과 어울릴 수 있을 거네”

두 달쯤 가르치자 김 변호사 스윙은 눈에 띄게 좋아져 레슨을 끝내기로 했다.

 

벱새는 고지식해서 남 말을 잘 듣지 않을 것 같은 김 변호사가 가르쳐 준 내용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그대로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 뒤로 두 달이 다시 흐른 어느 날이다.

 

“어디 있는가?”

김 변호사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 있는가?”

주말이라 집에서 쉬고 있는 뱁새 귀에는 김 변호사 목소리가 약간 다급하게 들렸다.

 

“내가 지금 집 근처로 갈께”

김 변호사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한 뱁새 집 근처 골프 연습장에 나타났다.

 

그리곤 ‘드라이버 샷 거리를 좀 늘리게 도와달라’고 했다.

오전에 라운드 나갔다가 고전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잔디도 채 돋지 않은 계절에 벌써 나가다니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뱁새는 김 변호사에게 드라이버를 휘둘러 보라고 했다.

 

이런!

얼마나 그립을 꽉 잡고 있는지 도무지 손목이 뻣뻣해서 채가 뿌려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립을 더 가볍게 잡아보게”

뱁새가 말했다.

 

“이렇게?”

김 변호사는 조금 힘을 뺐지만 여전히 딱딱한 스윙을 했다.

 

“조금 나은 데 그것보다 더 가볍게”

뱁새는 속으로 ‘그 사이 가르쳐 준 것을 까먹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

 

그렇게 그립을 부드럽게 잡는 것을 알려주자 헤드 스피드가 무척 빨라졌다.

드라이버 샷도 시원스럽게 뻗어나갔다.

김 변호사는 제가 쳐 놓고도 눈이 동그래지고 입이 헤 하고 벌어진 채 짐을 싸서 돌아갔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김 변호사에게 카톡이 왔다.

친구들과 나가서 92타를 두 번 연속 쳤다고.

 

그의 소원대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짤순이’라는 놀림 딱지도 떼고 말이다.

 

“골프란 건 말이지…”

나중에 다른 친구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김 변호사가 하는 얘기를 듣고 뱁새는 한참 웃었다.

김 변호사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궁즉통이다.

다만 거저 얻어지는 것은 아니다.

김 변호사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기본이다.

물론 좋은 선생을 만나는 행운도 따라야 하고.

(그 틈에 뱁새 자기 자랑을?)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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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에게 골프 지도자가 어떤 것인지 길을 가르쳐준 선배 프로들. 뱁새 김용준 프로와 함께 하는 프로 골퍼 모임 '스몰 빅 리그' 멤버들이 함께 했다. 왼쪽부터 박인배 이성윤 장영근 김용준(뱁새) 주명원 김정식  정종훈 김중수(뱁새 사부) 신용주 반정호 프로. 이경주 프로는 카메라를 잡느라고 사진 속에 나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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