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나이는 없다’

‘몇 살에 시작해도 뜻만 있다면 실력이 는다’

 

에이! 설마?

 

권위 없는 뱁새가 한 말인 줄 알고 고개를 저었다면 섭섭하다.

 

이 말은 뱁새가 한 것이 아니다.

 

위대한 골퍼 벤 호건(1912~1997)이 한 말이다.

 

미국 PGA에서 메이저 대회 9승을 포함해 총 63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린 거장이 한 얘기라고 하니 설득력 있게 들리지 않는가?

 

뱁새도 처음 이 말을 봤을 때는 흘려 들었다.

실제 사례를 눈앞에서 보기 전에는 말이다.

뱁새가 목격한 진짜 늦깎이 골퍼는 뱁새와 너무 가까이에 있는 이다.

 

그는 바로 뱁새 부친 김정홍옹(78)이다.

 

김정홍옹은 1940년생이다.

주민등록에는 1941년생으로 되어 있는데 용띠이니 1940년생이 맞다.

 

뱁새 부친 김정홍옹이 처음 골프채를 잡은 것은 2014년 11월초.

그러니까 만으로 74세가 조금 지나서다.

그 전까지는 그립을 잡아본 적도 없다.

 

“나도 골프 한 번 배워보려는 데 가르쳐 주겠니?”

부친이 물었을 때 뱁새는 순간 당황했다.

 

당시는 뱁새가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 티칭 프로페셔널 테스트에 붙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다.

부친의 사정을 들어보니 지인 중에 골프를 치는 이들이 ‘골프 배워서 같이 나가자’고 했다고 한다.

 

“그럼요. 골프는 아무리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어요”

뱁새는 차마 ‘사실대로(그 때까지는 뱁새도 확신이 없었으니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한 두 달 하시다가 그만 두시겠지’

뱁새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라파이트 아이언 세트 하나를 구하고 뱁새가 쓰던 가방에 뱁새가 쓰던 퍼터 따위를 넣어 한 세트를 꾸렸다.

드라이버는 지인이 줬다며 320cc짜리 손 때 하나 안 묻는 골동품 한 개를 갖고 오셨길래 우선 쓰시라고 했다가 나중에 쓸만한 것을 하나 구해드렸다.

뱁새가 부친에게 골프 운동화와 장갑을 마련해드리려고 함께 다니는데 부친이 마지못해서 입문하는 것이 아니라 왠지 ‘진짜로 해 보고 싶어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뱁새 부친은 골프에 입문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2015년 4월 어느 날.

부친은 지인들과 첫 라운드를 나갔다.

그날 아침 뱁새는 부친이 라운드를 나갈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이 머리 얹던 날을 떠올리고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오늘 땀 꽤나 흘리실 것’이라고 짐작한 것이다.

 

“재미있게 치고 오셨어요?”

저녁에 집에 돌아온 뱁새는 부친에게 물었다.

 

“응 친구들이 오늘 다 골프 연습장 등록하러 갔다”

얼굴 가득 미소를 띤 부친 입에서는 알쏭달쏭한 답이 먼저 나왔다.

 

“왜요?”

뱁새는 귀가 쫑긋해졌다.

 

“오늘 내가 98타를 쳤거든”

부친이 하는 말에 뱁새는 눈이 동그래졌다.
 

“진짜요?”

믿기지 않아서 뱁새는 되물을 수 밖에 없었다.

 

“나더러 장타자라고 하던데”

부친 목소리에 기쁨이 넘쳐 흘렀다.

 

그건 맞았다.

 

뱁새가 부친에게 골프를 가르쳐 드리면서 놀란 것이 부친의 드라이버 비거리였다.

부친이 첫 라운드를 나가기 전 뱁새가 스크린 골프를 함께 치러 갔을 때 부친의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평균 150미터가 넘게 나갔다.

몇 개는 160미터 이상 나가기도 했다.

바디 턴 스윙을 제대로 익힌 것도 아니고 주로 팔을 써서 치는데도 신기하게 스위트 스팟 가까이에 볼을 맞혀내는 것을 보고 ‘와우!’하고 찬사를 보낸 것이 기억났다.

 

젊어서부터 골프를 친 사람도 그 나이가 되면 그 만큼 거리를 내기 쉽지 않다.

(비결은 잠시 후 밝히기로 하고 우선 뱁새 부친의 머리 얹은 날 얘기를 더 해보자)

 

그날 뱁새 부친과 함께 나간 동반자들은 부친이 다니는 휘트니스 클럽 회원들인데 골프 친 지 보통 30년이 넘은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뱁새 부친 ‘머리를 얹어준다고 데리고 나간 것’인데 그 날 뱁새 부친이 가장 좋은 점수를 냈으니 난리가 난 것이다.

 

아무리 노인들이지만 30년 넘는 경력을 가진 골퍼가 동년배 생초보에게 졌다면 그건 ‘박살났다’거나 ‘깨졌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일이 된다.

얼마나 놀라고 자존심이 상했을 지 짐작이 간다.

그래서 충격을 받고 다들 골프 연습장에 등록을 하겠다고 했다는 것 아닌가?

 

뱁새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럴 조짐이 있긴 했다.

부친이 머리를 얹으러 나가기 전에 뱁새가 부친과 함께 처음 스크린 골프를 친 그 날 부친의 스코어는 109타였다.

파 한 개와 보기 6개를 포함해 나온 점수였다.

 

그런 부친이 얼마 뒤 필드에서 98타를 친 것이다.

스크린 골프에서 퍼팅에 적응을 못한 탓에 점수를 제법 많이 까먹은 것을 감안하면 실전에서 충분히 98타도 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친선으로 친 것이니 컨시드도 후하게 줬을 것이고 모르긴 몰라도 멀리건 따위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티잉 그라운드도 실버티 아니면 레이디티를 썼을 것이고. 그렇다고 해도 놀라운 점수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뱁새는 머리 얹으러 나간 날 140타는 친 것 같은 데 말이다.

 

뱁새 부친의 비결은 6개월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을 한 것이다.

만 74세가 넘은 골퍼가 하루에 몇 시간씩 연습할 수 있을까?

하루에 두 세 시간씩 연습하는 것은 나이가 많은 사람에겐 몸 다치기 딱 좋은 짓이다.

 

평소 허리를 이따금 삐는 뱁새 부친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았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 번씩은 뱁새에게 골프를 배웠고 다른 날은 하루에 한 시간 이내로 연습을 했다.

그것도 볼을 수도 없이 치는 것이 아니라 정성껏 몇 십 개씩만 쳤다.

대신 처음 채를 잡은 날부터 머리 얹으러 나가는 날까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을 했다.

 

또 거실에 있는 퍼팅 매트에서 매일 수 십 개씩 퍼트 연습도 했다.

 

뱁새는 부친이 기본기가 잡히자 인천 청라 베어즈베스트 골프장에 있는 숏게임 그린에 몇 차례 모시고 가 숏게임과 실제 그린에서 하는 퍼팅을 가르쳐 드리기도 했다.

실력을 키워 슬라이스를 잡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한 뱁새가 클럽 페이스가 약간 닫힌 드라이버를 구해드린 것도 적절했다.

 

그렇게 74세 만학도의 도전은 멋진 추억을 남겼다.

 

뱁새는 그 일이 있은 뒤 군산CC 골프장 벽에 붙은 작은 액자에서

벤호건이 한 말을 다시 봤을 때 가슴이 쿵쾅거렸다.

 

‘골프에 나이는 없다. 아무리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의지가 있다면 실력은 향상된다 -벤 호건’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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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 김용준 프로와 부친 김정홍옹이 커플티를 입었다. 뱁새 부친은 74세에 골프에 입문해서 6개월만에 머리 얹으러 나간 날 98타를 쳐서 '파 100'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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