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패션 전문가 모임에 다녀왔다.

패션 업계에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많지 않았던 탓에 그들에게서 평상시 내가 만났던 일반인들과는 무척 다른 느낌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게 차이가 났던 것은 옷차림이었다. 옷차림에서부터 ‘저는 남달라요, 저는 눈에 띄는 사람이에요, 저는 강한 사람이에요’ 라는 메시지가 전해졌다.

의상사회심리학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이 입은 옷을 통해 무의식 중에도 가치관과 성격을 드러내려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날 흰색 롱 셔츠에 검정색 조끼 원피스를 입었다. 흰색과 검정색은 나의 피부색을 가장 돋보이게 하면서도 이목구비를 또렷하게 보이게 하는 색이었고, 셔츠와 슬릿이 길게 들어간 조끼 원피스는 내가 추구하는 깔끔하고 감각적인 느낌과도 일치했다. 스타일의 힘 때문이었을까. 간단한 자기소개를 했을 뿐이었지만 그날 많은 사람들이 내게 인상이 깊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사람의 외적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의상은 상대가 나를 어떤 사람으로 느끼게 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가 옷을 입을 때 반드시 그 옷을 입고 만나는 사람을 고려하고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를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

나이에 비해 너무 어리게 옷을 입은 여성을 보면 누구나 그녀가 어려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오래된 스타일의 양복을 입은 남성을 보면 트렌드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무릎이 늘어난 츄리닝을 입고 있는 사람과 몸에 잘 맞는 슈트를 입은 사람을 보면 우리는 그들이 서로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느낄 것이다.


컨설팅을 하거나 강의를 할 때 타인의 시선에 대해 강조하면 어떤 사람들은 반감을 가진다. 나를 위해 입는 것이니 내 마음대로 입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냐며, 왜 꼭 타인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는 거냐며. 스타일을 망치는 결정적인 태도는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옷은 나를 위해서 입는 것이다. 하지만 타인을 고려하지 않고 나만을 생각해서 – 어려 보이고 싶다, 집에서처럼 편하게 입고 싶다, 가장 눈에 띄고 싶다, 섹시하게 입고 싶다 등 - 입는다면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발생한다. 격이 맞지 않거나, 촌스러워지거나, 후줄근해 보이거나,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말 할 때 발생하는 결과와 비슷하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입는 옷은 어떤 이미지를 형성하며, 그에 따라 메시지를 전달한다. 내가 선택한 옷은 타인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도구가 된다. 내가 입는 옷이 주는 느낌을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타인과의 대화에 신경을 쓰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타인을 고려해서 입는 것 또한 그 상황 속에서의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위한 것이니 결국 나를 위해서 입는 것이다. 옷을 골라 입는 순간은 활발한 두뇌활동이 필요한 때다.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는데다가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예전에는 내가 원하는 대로 입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지만, 옷을 잘 입기 위해 필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과 타인이 좋아하는 것 사이의 균형 감각이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는 옷차림은 이미지에 대해 오해 받기 쉬운 상황을 가져온다. 타인의 시선을 고려해 옷을 입는 것은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진짜 나를 오해 없이 전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이미지로 옷을 잘 입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 어울리는 컬러, 나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 나에게 어울리는 의상과 구두를 알게 되면 세련된 스타일을 가지게 될 수 있는 걸까? 그런데 나에게 어울린다는 건 어떤 걸까?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며, 트렌드에 대한 이해는 물론 다양한 시도를 통해 스타일에 대한 감각을 익혀야 한다. 통상적으로 그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라고 하는 건 피부색과 얼굴형, 체형, 이목구비가 주는 이미지, 그리고 하는 일에 어울린다는 것을 뜻한다.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알게 되면 옷차림은 자연스레 달라지기 마련이다. 알게 되면 보이는 것과 선택하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스타일은 자기 표현의 선택이다.
 

누군가가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면


거울을 보고 자기 자신부터 연구하라고 이야기하겠다.


- 미우치아 프라다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찾는 것은 내가 원하는 인생을 발견하는 과정과도 같다.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을 때 당신은 누구를 만나며 무엇을 할 것인가.아마도 당신이 가장 좋아하거나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을 만나지 않을까? 꼭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거나 망설였던 어떤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자신을 매력적으로 보이고자 하는 노력은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나의 매력이나 나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세상에 나를 제대로 어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의 매력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내가 전하는 메시지에도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고 있을 때 내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더욱 자신 있게 전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잘 알고 있는 사람과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은 분명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과 자신감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사람들과의 소통에서 옷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해보면 상황에 맞는 옷 입기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더욱 명확해진다.
이제 나를 표현하는 옷 입기는 적극적으로 경험하며 배울 필요가 있다. 자신이 선택해서 입은 옷에는 취향과 성격, 미적 감각, 심리 상태와 같은 내면이 드러난다. 자신이 입는 옷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곧 자신의 내면이 외적으로 표현되는 것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과 같은 이야기다.

나는 옷입기가 나의 모습에 나의 가치를 담아내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옷을 잘 입는 다는 것은 스타일을 통해 자신의 장점과 드러내고 싶은 개성을 잘 표현한다는 뜻이다. 나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은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드는 기술이다. 나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묻고, 나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구체적인 자기 사랑의 실현이 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아직 자신이 멋진 스타일을 시도하기에는 몸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가능한 눈에 띄지 않게 옷을 입는 이유라고…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알 수 없기에 어쩌면 당신이 원하는 몸이 준비된 때는 결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시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다.

오늘 당신이 고른 옷은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줄 것이다.

당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울뷰티디자인 대표
'외모는 자존감이다' 저자
퍼스널 이미지 코칭 전문가

개개인이 가진 내면의 매력을 찾아 외면으로 디자인해주는 퍼스널 이미지 코치이자 기업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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