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우리는 이렇게 우리가 정한 날들을 하나, 둘 세면서 그것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결의를 다잡으며 또 그렇게 살 것이다. 새로움! 새로운 것이란 있는가? 2천여 년 전 성서 철학자들은 이미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규명했다. ‘이미 오래전 세대를 기억함이 없듯이 장래 세대도 그 후 세대가 기억함이 없다고 했다. 그저 망각만이 지금의 그것이 새로움이라고 인식하고 있을 뿐이라는 말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끊임없이 새것을 이야기한다. 새해, 새날, 새로운 가치, 새로운 삶... 무수히 많은 ‘새로운’이라는 명제를 거론하며 그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러함의 목적을 향해 매진하기를 주문한다.

새로움! 그 새로움은 과연 무엇으로부터의 새로움인가? 환경의 변화, 조건의 변화, 체계의 변화, 규정들의 변화만 새로움일까? 오히려 이러한 것들로의 새로움의 가치를 세우는 일은 쉽다. 실상은 그 또한 과거로의 반복이겠지만 그렇다. 종교에서는 특정 의식을 통해 ‘다시 태어남’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고 과거와 현재의 삶에서 지금부터 미래에는 전혀 다른 삶을 살기를 주문한다. 그것은 삶의 방식, 가치의 전환,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는 대대적인 변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억울하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했던 과거 사건들을 들추어내어 지금 시점에서 낱낱이 살피고 재정립하겠다고 천명했고 2018년 1월 14일 드디어 ‘권력기관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밀양 송전탑 반대 시위,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시위, 평택 쌍용자동차 농성, 용산 화재 참사를 우선 조사대상으로 공표했다.
새로움은 과거에 없던 것을 하는 것이다. 과거에 하지 않았던 행동, 생각, 가치, 인식을 새롭게 세우는 것이 새롭게 하는 참된 행위다. 우리가 경험한 과거는 암울함 그 자체였다. 해도 안 되는 것, 시도하면 안 되는 것, 바위에 계란치기식 무모함을 담보로 하는 자기희생적 행위, 외쳐도 싸워도 끝나지 않을 막연함으로 세월이 갈수록 가슴 깊이 한의 무게만 더해지는 고통의 삶이었다. 빛은 있는가! 빛은 오는가? 허공에 울리는 메아리가 어느 곳, 어느 가슴에라도 닿아 괴로운 심사를 대변해 주기를 소망하며 살기를 너무 오래. 지치고 더는 쉴 숨조차 없는 즈음이었다.

매력적으로 쉬어가는 흰 머리칼의 잘생긴 조국 민정수석이 춘추관 대브리핑실에 나타났다. "31년 전 오늘, 22살 청년 박종철이 물고문을 받고 죽임을 당했다" 그의 목소리는 격양되었고 다소 흥분되어 있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의 목소리와 함께 같은 감정에 빠져들었으리라 짐작한다. 왜?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31년 전의 박종철, 이한열의 죽음, 2015년의 백남기의 죽음과 같이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소중한 국민의 생명이 다시는 훼손되지 않고, 나아가 이들 권력기관이 오로지 국민들을 위하여만 그 권한이 행사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하고 권한의 운용과정을 세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

가슴이 메어오는 감정은 나만의 감정만은 아니었을 것이 분명했다. 얼마나 듣고 싶던 말이었던가! 그 오랜 세월, 우리는 이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 가슴 깊이 흐르는 눈물을 삼키고 또 삼키고 토하고 또 토해도 해결되지 못한 답답함이 이 한마디로 모두 씻겨져 내려가는 듯했다. 눈물이 났다. ‘그래, 그래 바로 이것이야!’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문재인 후보의 대선 슬로건을 들었을 때 나는 내심 불만족스러움을 토로했었다. ‘어떻게가 없어’ 그의 ‘어떻게’를 보고 있는 요즈음 살 맛이 난다. 문재인 정부의 의지가 끝까지 그 힘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이제는 우리다. 타인에게 요구만 하던 우리.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할 시점이다. 나의 ‘어떻게’는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한탄하고 원망하고 질타하고 판단하던 나. 나는 이 변화의 시점에서 어떤 변화를 시작할 것인가? 나의 인식, 나의 가치, 나의 삶의 형태는 이대로 좋은가? 수정하고 재정립해야 할 부분은 없는가? 고민이 시작되어야 할 시점이다.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정하고 기존의 형성되어 가지고 있는 자기 가치가 정말 그러한지를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이런 정검이 있은 후 고치고 수정되어진 삶을 출발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새해, 새 출발의 진정한 의미를 실현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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