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전업 주부 A씨 부부 이야기다. 40대 중반인 그녀가 상담 중에 속상하고 답답한 속내를 호소했다.

< 요즘 남편이 너무 민감해요. 아무 것도 아닌 일에 화부터 내서 넘 힘들어요. 주변에서 집값이 오른 다 길래 별 의미 없이 집 시세를 알아 봤어요. 그런데 남편은 “집 파세요?”란 말을 '내가 다른 사람한테서 들어야 하냐'며 막무가내 화를 냅니다. 아니 집 파세요? 란 말이 화날 말입니까? 언젠가는 외롭다고 그러고... 직장 다니는 게 힘들겠지 하고 받아주다가도 이젠 저도 지치네요.>

게다가 A씨는 두 아들(중1,초4) 교육비에다 부부 노후 준비 앞으로 살 궁리로 늘 머리가 아프다. 그녀 남편은 시쳇말로 소문난 성실남(?)이다. 그는 허튼 짓 한번 한 적 없다. 집과 직장밖에 모른다. 술과 취미 대신 차곡차곡 돈을 모은다. 그래서 자주는 아니어도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국내외 소박한 여행도 다닌다. 부인 A씨는 이런 남편이 언젠가부터 뜬금없이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내뱉으면 이내 맘이 짠해진다.

실은 집값을 알아본 것도 이런 맘에서다. 남편이 퇴사하면 ‘같이 자영업이라도 할 수 있을까’하는 요량에서다. 그 맘도 모르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니 마음이 답답하다. “여보! 당신 힘든 거 아는데 너무 예민해 진 거 같아”라고 그녀가 조심스럽게 말은 건네자 남편은 이내 낮은 목소리로 받아친다. “차라리 모른다고 해” 이런 남편이 너무 야속하다.

서점이든 TV든 ‘나부터 사랑하라, 나를 위한 선물, 나를 아끼는 방법’을 찾으라고 이구동성이다. 콜로라도대 상담심리 교수 게이 핸드릭스 주장이다. 그는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는 방법은 < 부정적 감정은 사랑할 수 없다> 를 < 부정적 감정은 사랑할 수 있다>로 바꾸거나 아니면 우리 믿음이 어떻든 상관없이 부정적인 감정을 사랑할 때 이 문제는 해결 된다고 한다. 나아가 < 부정적 감정 그 자체가 내 사랑을 필요로 한다> 고 했다. 귀한 말이나, 필자는 좀 다르게 본다. 결국 ‘세상에서 가장 멀다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길인데...’이런 생각에 마음 한 구석이 미어진다 .

혹시 「 귀양살이 」란 단어를 들어봤는가? 이 단어를 검색하면 ‘죄인이 귀양의 형벌을 받고 정해진 곳에서 부자유스럽게 지내는 생활’또는‘궁벽한 곳에서 세상과 동떨어져 외롭게 지내는 생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그러니까 부인 A 씨는 집에서 편하게 있는 죄인인양 무게를 받고 정해진 곳에서 부자연스럽게 있고, 그녀 남편은 필요한 자리에서 연명하는 자리로 밀려나 세상과 동떨어져 외롭게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스튜핏” “그뤠잇”으로 연일 상종가를 치는 이가 있다. 그는 대한민국을 절실한 절약 모드로 바꿔가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개그맨 김생민이다. 그가 라디오스타에 출연했었다. “진정으로 나를 위해하고 싶은 거 없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딱히 그런 게 없는 사람은 정작 편한데, 듣는 사람들이 답답 해 하는 모습이었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아끼지 않으면 절대 살아낼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나를 위해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답을 모른 체 사는 게 현실이다. A씨 남편도 같은 형국이다. ‘두 아들 학교 갔다 오면 엄마가 간식 주는 일상을 만들어 내는 스스로를 잘 하고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직장 내 역할은 이미 몇 해 전에 흔들렸어도 애써 버티고 있는 중일 것이다. < 연명> 이란 외진 섬에서.

“집 내놨어요?”라는 말은 “이제 능력 없어졌나보네”로 “너무 예민해진 것 아냐?”라는 말은 “너무 이상해 진거 몰라?”로 들렸을 것이다. 그리고 “힘든 거 아는데”라는 말은 ‘애쓰고 버티는 무게’가 생략된 듯 느꼈을 것이다.

여기서 짚고 갈 게 있다. 부인이든 남편이든 집에서 화를 낸다는 것은 딴 짓은 안하는 아니 딴 짓도 못하고 희생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래서 마음이 더 아프다. 현실은 이렇게 무섭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정조 사후 신유박해(천주교에 대한 탄합) 때 경상도 장기, 전라도 강진으로 밀려나 18년간 외로운 생활을 했다. 그 기간에 ‘목민심서’라는 저술을 이뤄냈다. 달라진 상황은 다르게 살아가야만 한다고 보내는 신호다.

혹시 지금 당신이 <직장 내 귀양살이>에 버티는 중이라면, 정약용선생처럼 붓은 들고 잘 버티어 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힘없이 쥐고라도 버티면 ‘목민심서’와는 모양과 시기만 다를 뿐 이룰 수 있다.

어느 순간 이도 저도 가릴 수 없는 신호가 온다.
잠재력이 란 게 꿈틀 거린다는 증거다.

당신 잠재력은 그때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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