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진의 멘털로지 - 두번째 이야기

“No Pain, No Gain(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이 없다).”

우연히 미국에 사는 지인을 통해 이 문장을 접했다. 아침 9시부터 자정 12시까지 두 일터에서 일하며 살던 26살 나에게 누군가 귀에 대고 속삭여 주는 듯했다. 자정이 넘어 귀가 하는 어떤 날은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하고 불과 얼마 전까지 연극무대에 있던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 가슴을 치던 날들도 있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나...” 집에 가면 말조차 하기 싫었다.


에디 세즈윅은 앤디 워홀로 인해 시대에 남은 뮤즈이며, 영화' Factory girl'의 실존 인물이다. 세즈윅 가문은 미국 발전에 기여한 수많은 조상들과 유명한 판사 출신의 사람들이 많던 명망가였다. 부모는 거대한 재산과 대대로 내려온 정신질환도 같이 주었다. 그는 1964년 가족을 떠나 슈퍼스타가 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어릴 적 학대받은 상처와 부유한 우월감, 양가감정이 있었다고 한다. 술과 마약, 정신병원을 오가다 결국 재산을 탕진한 채 약물중독으로 28세에 세상을 마감하고 만다.

자녀 교육을 호소한 모기업 회장이 있었다. “내 아들들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넘쳐서 망쳤습니다. 노력을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아무 문제가 없으니... 길들어져버리고 머리가 커버렸어요.”라고 했다. 필자는 부모가 자식을 판단하는 말을 인생 정답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직접 대면을 해보니 환경에 대한 레벨 차이는 월등히 높은 반면에 자발적 노력에 대한 레벨 차이는 낮았다. “쉽게 이루는 노력을 줄여도 되는 방법이 있는데 머하러!” 이런 마음이었다. 그 회장은 “내가 아픕니다. 오래 못 삽니다. 참...어떻게 인생을 살아 갈려나...”

상념에 빠지면 노벨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가사가 자주 떠오른다. '사람은 얼마나 먼 길을 걸어야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을까. 하얀 비둘기는 얼마나 넓은 바다를 날아야 모래 위에서 쉴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포탄들이 오가야 그것이 영원히 금지 될 수 있을까. 친구여, 그 대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있다네. 답은 불어오는 바람에 있네.'
고통 없는 대가는 '독'이 돼서 죽게 한다. 고통이 있는 대가는 '금'이 돼서 마음부자를 만들어 준다. 쉽게 살려고 했다면, 유혹에 휘둘렸다면,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징글징글하던 피곤한 노동 그리고 반복된 일상을 포기 했다면 사람 마음을 위로해주는 상담가와 강사로 살지 못했을 것이다.

물질 혜택을 주는 부모는 아니었지만 혼자 힘으로 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준 부모가 고맙고 감사하다. 필자는 부모와 떨어져 외가에서 자랐다. 그곳엔 인생 귀인이 있었다. 책으로 벽을 뒤덮은 환경과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큰외삼촌이다. 부모 재산 여부가 먹고 살아가는 데 아무런 영향이 미치지 않는 현재가 좋다. 고통과 부족함 덕분에 ‘멘탈’ 이라는 내공을 얻었기 때문이다. 사람이 태어나서 서른 전까지는 '부모 사주'로 살고 서른 이후는 '본인 사주'로 살아간다고 한다. 일이 풀리지 않고 삶이 막막할 땐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 해봤으면 한다.

“지금 '부모 사주'로 살고 있는가? '본인 사주'로 살아가고 있는가?” 라고.

윤재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명지대 사회교육대학원 드라마상담기법 교수/마인드힐링 상담센타 대표/
마인드힐링전문가/ 위기협상전문가/방송 및 기업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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