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멋쟁이가 누군지 아니?"

사부 김중수 프로가 뱁새 김용준 프로에게 물었다.

 

"네? 무슨 멋쟁이요?"

뱁새는 '멍' 하게 되물었다.

 

"아직 모른다고?  그럼 너는 아직 내기 골프로는 멀었다"

사부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안다면?
진짜 산전수전 다 겪은 골퍼다)

 

사부가 뱁새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충격이었다.

 

내기 골프에서는 꼭 피해야 할 상대가 있다.
백돌이나 보기 플레이어는 말할 것도 없고
싱글 핸디캡퍼도 이 사람과는 안 된다.

클럽 챔피언쯤 되면 반반 정도 승률을 기대해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큰 내기라면 멋쟁이 편에 걸겠다.

프로골퍼도 이 사람을 상대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심장이 떨리는 금액이라면.

그 사람이 바로 멋쟁이다.

멋쟁이가 누구냐고?
바로 사기 골프단의 키맨이다.

당신이 볼 꽤나 친다고 가정해보자.
늘 다니는 골프 연습장에서는 그래도 존경 받는 골퍼일 것이다.
가끔 70대 타수도 치니 주위에서는 싱글이라고 부른다.

'싱글님이셔'라는 주위의 부러움 섞인 호칭에 저절로 으쓱해진다.

당신은 작은 사업을 하고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남부럽지 않다.

나이는 4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 사이.
한참 체면을 중시하는 나이다.
아직은 움추러들지 않은 기백이 있는 나이 말이다.

멋쟁이는 그런 당신을 노린다.

그는 잘 차려입고 연습장에 나타난다.
자동차는 최고급 외제차나 국산차라면 최고 사양을 타고 온다.
손목에는 외제 명품시계를 차고 있다.
두꺼운 금반지에 루비는 양념으로 박았을 것이다.
그리고 목에는 두냥짜리 금목걸이를 걸고 있을 것이다.

말투도 걸음걸이도 어찌나 점잖은지.
명함은 거의 회장 아니면 부회장이다.

명함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하면 여직원이 상냥하게 받는다.
그리고 회장님 나가시고 안 계신다고 하고 나면 꼭 회신이 온다.

그렇게 멋쟁이는 몇 달간 당신 연습장에서 연습을 한다.

어쩌다 커피 한 잔 함께 하게 되면 큰 사업 얘기를 하며 당신의 기를 죽인다.

우물쭈물 하다 맞장구를 치게 되면 당신도 어느새 큰 사업을 하는 배짱 좋은 사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는 당신이 호기를 부리지 않으면
따라하기 어려운 씀씀이를 보인다.

예를 들면 한우 특 A 등급을 배터지게 산다든가 하는.

그렇게 가까워지고 당신의 골프 실력을 칭찬하던 그가 어느날 당신을 초대한다.
자기 지인들과 내기 골프를 치는데 함께 가자고.
아니면 자기를 괴롭히는 못된 친구들이 있는데
대신 복수를 좀 해달라고.

수법은 가지가지다.

그렇게 당신의 불행은 시작된다.

 

그래서 어떻게 되느냐고?
당신이 5천만원~1억원쯤 잃고
'이건 아니다'라고 깨닳을 때는 이미 늦었을 것이다.

사기 골프를 당했다고 신고를 하자니 자존심이 허락치 않는다.

그래서 그가(아니 그들이) 당신을 택한 것이다.
더 나이든 사람이나 소심한 사람은 주저하지 않고 고발을 하니까.
당신은 남자 아닌가?

당신은 그를 실력으로 이길 수 없다.
그들은 닳고 닳은 강심장이다.

타당 40만원짜리를 쳐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고 샷을 한다.

그리고 그에겐 실력이 아닌 다른 무기도 있다.

바로 속임수다.

당신 빼고 모두 한 패니 거리낄 것도 없다.
온갖 속임수를 다 쓴다.
그것도 태연자약하게 양심의 가책 하나도 없이.

그렇게 라운드 몇 번으로 당신을 벗겨먹고 그는 떠난다.

전화도 이름도 직함도 모든 것이 가짜다.
'혹시 쌓았던 우정만은 진실이 아니었을까' 하고 붙잡고 싶겠지만 더 비참해질 뿐이다.

멋쟁이를 조심하라.

구분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사시사철 볼만 치러다닌다고 하는데
직함은 그럴싸하다.
그리고 자동차는 최고급 승용차.
그리고 두꺼운 금목걸이와 반지 명품시계 명품 옷.
그리고 휴일에 골프장에 오는데도 반드시 정장을 입고 온다.
(이것이 핵심이다)

그는 당신의 신뢰를 얻고자 하는 것이다.
신뢰.

당신은 휴일에 양복 차려 입고 골프 치러 가는가?
특히 당신이 자영업자라면?

멋쟁이와는 내기 하지 마라.
1년 지기가 소개했다고 해도 말이다.

최경주 프로를 데려다 놔도 못 딴다.

왜냐고?

그가 지면 도박 골프 했다고 고발하겠다고 돌려주라고 할 테니까.

 

당신이 다니는 레인지에도 멋쟁이가 이미 다녀갔거나 곧 올지 모른다.

(사부님 프로 됐다고 오만해진 저를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e.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얘기는 뱁새 김용준 프로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놈 위에는 시간대를 통과하는 놈이 있다는 사실은 사부에게 들어서만 알 뿐 아직 당한 적은 없다. 겪었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이런 일은 굳이 경험으로 알 필요가 없다. 사기 골프에 당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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