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 할 때는 얘기를 주도하는 것도 승부다"

사부 김중수 프로는 이렇게 말했다.

 

'상수들 틈에서 하수가 어떻게 대화를 주도한담?'

'그것도 전부 다 나보다 손윗사람이라면?'

뱁새는 첨에는 수긍하지 못했다.

그런데 선배 프로들에게 뭇매 맞는 것에 이골이 나면서 그 뜻을 알게 됐다.

 

뱁새가 이해하는 사부 말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수다를 떠는 것보다 긴장을 푸는 데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문제는

수다를 떠는 쪽은 긴장이 풀리는 데,
듣기만 하는 쪽은
정신이 사납다는 것이다.

라운드 중 동반자가 지나간 샷 얘기를 하면 어떤가.
그것도 내기 골프에서 나에게 따고 있거나 나보다 실력이 나은 동반자(혹은 나이가 나보다 많은 사람. 혹은 남편)가 그러면 은근히 스트레스 받는다.

정작 나는 관심도 없는 데 계속 맞장구를 쳐주다 보면 샷이 헝클어진다.

 

특히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친선 라운드 때는 어디 피할 데도 없다.
(공식 대회 때는 혹시 대회 규칙상 전동 카트를 함께 타고 다녀도 서로 대화가 별로 없다)

이럴 때 뱁새가 사부에게 배운 방법은 이런 것이다.
상당히 효과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 샷 얘기를 하는 것이다.
그것도 질문하는 식으로.

예를 들면
상대가 직전 홀에 기가막히게 붙힌 자신의 샷 얘기를 계속 하면
그 전 홀에 뱁새가 한 멋진 퍼팅 얘기로 돌리는 식이다.

"내가 말이야. 이래뵈도 어프러치 하나는 프로못지 않게 한다구.지난 홀도 봐봐. 70미터에서 핀발로 갖다 붙였잖아. 100미터 안에만 들어오면 우리는 버디 찬스지. 어쩌고 저쩌고"
하고 얘기를 계속 하면

뱁새는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아까 8번홀 내리막 라이에서 제가 파 세이브 퍼팅 한 것 어땠어요"
(이 때 표정 연기가 중요하다. 상대방이 어프러치 잘 해서 버디를 했던지 말던지 무덤덤하다는 표정으로 눈을 초롱초롱 하며 내 얘기만 하는 것이 좋다)

" ...... 멋졌지"

"그린 스피드가 빨라서 떨렸는데 이리 저리 브레이크 살피고 확신을 갖고 굴렸더니 기가 막히게 떨어지더라니까요. 그 때 기분이 어떠셨습니까"
(상대가 일단 맞장구를 쳤으니 더 신이 나는 척 얘기를 이어가야 한다)

"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세이브 하더구만.놀랐지"

"죽을 때 죽더라도 악 소리는 내고 죽어야죠. 퍼팅은 자신감 아니겠습니다"
(내기 따위야 이기든 지든 별 관심 없다는 투로
주먹을 쥐는 제스처까지 섞으면 더 좋다)

" ......"

하는 식이다.

수다는 좋다.
분명히 효과가 있다.
(뱁새만 그런가? 뻘쭘)

그러니까
상대가 수다를 주도하게 내버려두지 마라.

이것도 기 싸움이다.
화제를 바꿔라.
내 얘기로 돌려라.

수다로 긴장을 푸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은
자기가 수다를 주도하지 못하거나
남 얘기를 들어줘야 하면 말린다.
(어디가서 이 비결을 뱁새 칼럼에서 봤다고 하지는 말기 바란다. 좋은 것 가르친다고 욕한다)

 

"제가 더 수다를 떠는 방법도 안 통하면요?"

뱁새는 사부에게 물었다.

 

"그 방법도 안 통하면 마귀다.
내기 금액을 낮추거나 다음에는 부르지 마라"

사부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누구에게나 다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e.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웃으려고 해도 웃어지지 않고 어색한 표정이 나오는 순간이 카메라에 잡혔다. 맞다. 내기골프에서 잃고 있는 데 상수가 말을 걸면 머리 속으로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정신만 더 혼란스럽다. 그럴 때는 화제를 돌려야 그나마 승부의 추가 반대로 움직일 확률이 높아진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