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찌 줄 때 주더라도 내기 하는 중엔 꼭 룰 위반은 따져라!"

사부 김중수 프로는 이렇게 말했다.

 

'너무 야박한 것 아닌가?'

'인정 많은' 뱁새는 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사부를 비롯한 상수들에게 한 대 두 대 자꾸 쥐어터질 때마다 오기가 생겼다.

(짧은 시간에 싱글 핸디캡퍼가 된 뱁새라서 늘 내기에서 우위에 서곤 했으니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인정을 발휘하는 것이 습관이 됐겠지!)

 

'진짜 승부를 볼 때는 인정사정 없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한참 나중 일이다.

 

뱁새가 사부 말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주저하면 내 속만 복잡해진다.

짚고 넘어가든지

아니면 잊어버려라.

상대방의 규칙 위반 말이다.

 

내기 골프라면?
꼭 짚고 넘어가라.

 

이걸 따져? 말어?

고민하다가 리듬이 흩트러진 적이 없는가?

 

뱁새는 숱하게 있다.
그렇다고 진짜로 너그러워서 그런 것도 아니고
주저하다가 망한 경우 말이다.

 

관록이 생기면서(사부에게 단련되면서)
웬만하면 짚고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변화가 생겼다.

어떤 변화냐고?
바로 규칙을 어긴 상대가 무너지더라는 것이다.

 

하루는 상대방 볼이 노랑 말뚝으로 표시한 워터해저드에 빠졌는데

아무렇지 않게 건너가서 치려고 하는 것 아닌가?

 

뱁새는 웃으면서 따졌다.

"노랑 말뚝이니 못 건너온다"고.
"저 편에 가서 치셔야 한다"고.

 

"무슨 소리냐"
상대는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캐디까지 맞다고 하자 어쩔 수 없이 다시 물을 건너갔다.

 

그리고 급격히 무너졌다.
지갑이 다 털릴 때까지.

 

말할까? 말까? 머뭇거리다가
상대는 규칙 위반 이후 굿 샷으로 살아나고
뱁새는 내리막을 걸었던 경험과는 정반대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내기 골프에서라면
상대의 규칙 위반을 꼭 지적하라.

 

그리고 정정하도록 요구하라.

 

이미 지나간 것이라도 잘못한 것이라는 사실을 꼭 일깨워줘라.
그래야 승부에서 기선을 잡는다.

 

접대할 손님인데 어떻게 그러느냐고?
그런 것은 내기 골프가 아니다.

친선이지.

 

지금은 진검 승부를 논하고 있다.

 

애매해서 혹시 결례가 될까봐 말을 못 꺼냈다고?

 

맞는 말이다.

 

엉터리 룰 지식을 밑천으로 들이댔다가
망신만 당할 수도 있으니까.

 

기본 골프 규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뛰어난 프로가 되려면 독해져야 한다"

사부는 여전히 뱁새를 채찍질 한다.

 

그런데도 천성이 모질지 못한 뱁새는 아직도 머뭇거릴 때가 있다.

대선수 되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무슨 소리야. 내년 시즌에는 뱁새 앞에서 룰 위반하다 걸리면 에누리 없어!)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e.naver.com/satang1

ironsmithkim@gmail.com

 

뱁새 김용준 프로 뒤로 보이는 것은 뱁새의 고향 해남읍에 있는 저수지 금강골이다. 어려서 뱁새는 여름이 되면 여기서 수영을 하곤 했다. 독자들도 짐작하다시피 지질이도 운동도 못한 뱁새가 수영을 잘 했을리 없다. 저 왼쪽 뒤로 보이는 바위 주변에서 퐁당퐁당 깔짝댄 것이 전부라고 친구들이 폭로할까봐 늘 찜찜하다고 한다.어릴 때 이 저수지를 수영해서 건너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뱁새가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느냐고? 음. '현재는 수영금지구역'이라는 얘기로 뱁새의 답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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